아현시장
아현시장에 오면 즐겁다
가게와 가게 사이 둘러쳐진 비닐에
이따금 머리카락이 스치는 기분도 기분이지만
싸구려로 쌓아놓은 스타킹 내복 양말
어물전 앞에서 세상을 향해 배꼽을 내놓은
고등어 꽁치 생태
그 옆의 도미 조기 맛 농어 임연수어 계통 없는
집합이 즐겁고
평생 고추 빻는 일만 할 것 같은 방앗간
기계 사이에 낀 고추가루 털어내는 막대기 소리도 즐겁다
모가지는 잘렸어도 가부좌를 튼 닭의 종아리
조그만 됫박 위 마른 다리 서로 엮으며
긍지의 잡담을 늘어놓고 있는 마른 멸치
플라스틱 바가지로 쏟아져내리는 어묵덩어리
그 무수한 엇갈림이 좋다
엊그제 사간 옷을 바꾸러 왔다가
싸움으로 번진 옷가게는 시끄럽고
고무함지에서 미꾸라지가 일으키는 구정물도 신난다
시장 입구 한쪽에선
삼십 년째 빈대떡을 뒤집는 할머니
풋고추 성성 썰어 간장통을 채우며
입술 오무려 호박전의 어깨를 짚고...
신혼살림을 아현동에서 시작했었습니다. 아직도 서민들이 찾는 재래식 시장입니다. 시장어귀엔, 젊은 시절 가난하게 살아도, 패기만은 있던 시절, 늘상 출입하던 '본전집'이란 단골 포장마차도 있었구요.... 어릴 적 어머니가 30년 단골로 삼았던 남항동 시장 옷가게를 꼭 닮은 옷가게도 여럿 있습니다. 신용님 이런 것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과거를 회상하는 나이에 이르른 것을 뜻하겠지요.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나섰던 자갈치 시장에서, 할머니들이 주욱 늘어 앉아 파는 고래고기 한 점이 어찌 그리 감칠 맛이 나던지, 얼마전 울산에 출장을 갔다가 고래고기 파는 집에 들러 고래 맛을 봤었습니다. 그런데 옛 맛이
첫댓글 아현시장의 풍경이 절로 그려지네요. 서민들의 삶이 묻어나오고 그 곳에서 우린 자랐지요. 요즘의 냄새는 이런 게 아니더이다. 아쉽지만...... 아련한 피아노 선율도 너무 좋네요.^^* 즐감하고 갑니다.
신혼살림을 아현동에서 시작했었습니다. 아직도 서민들이 찾는 재래식 시장입니다. 시장어귀엔, 젊은 시절 가난하게 살아도, 패기만은 있던 시절, 늘상 출입하던 '본전집'이란 단골 포장마차도 있었구요.... 어릴 적 어머니가 30년 단골로 삼았던 남항동 시장 옷가게를 꼭 닮은 옷가게도 여럿 있습니다. 신용님 이런 것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과거를 회상하는 나이에 이르른 것을 뜻하겠지요.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나섰던 자갈치 시장에서, 할머니들이 주욱 늘어 앉아 파는 고래고기 한 점이 어찌 그리 감칠 맛이 나던지, 얼마전 울산에 출장을 갔다가 고래고기 파는 집에 들러 고래 맛을 봤었습니다. 그런데 옛 맛이
아니더라구요. 세월이 흘러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님 혀에서 느끼는 맛대로 고래의 맛이 바뀐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예전의 할머니에서, 우리 나이 또래된 아주머니로 바뀌었지만 그 입심만은 예전의 허명을 발불케 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