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은 아닙니다만 정치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조금 있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여론조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일반적으로 1992년 14대 대선 당시 MBC와 갤럽이 공동으로 방송사 예측조사를 한 때로 봅니다. 그러니 이제 15년 남짓 된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여론조사의 수준이나 정확도가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선거 결과의 예측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정확성을 높이려고 애를 쓰지만 그때그때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죠..영국의 경우 1970년 영국 총선에서 예측조사가 실패했고 이후 여론조사기법을 발전시키느라 갖은 애를 썼음에도 1992년 총선에서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며 망신을 당합니다. 미국 역시 1989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예측에서 약 10%에 가까운 오차를 냈고 1992년, 1996년 대선 예측도 클린턴의 승리를 맞추긴 했지만 오차가 꽤 났었죠...또 미국이라고 특별히 여론조사를 행하는 과정이 윤리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1988년 미 대선 때 부시와 튜카키스의 여론조사 결과를 타임지와 USA Today지가 임의로 왜곡시켰다고 엄청난 비판이 인적이 있습니다..물론 해당 언론사가 퇴출되지도 않았구요..
사실 선거결과 예측은 매우 힘든 부분이고 여론조사에 있어서도 조사기법의 발달이나 표집방법의 개발등으로 오차범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여론조사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심리적인 요소 때문입니다. 예로 우리나라에서 04년 17대 총선때 부산에서 이철후보와 정형근 후보가 붙은 적이 있었습니다. 10차례에 가까운 여론조사에서 이철후보가 거의 압도적으로 정형근 후보에 앞선다고 나왔지만 결과는 정형근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이건 여론조사방법만의 문제로 보기가 힘듭니다.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임할 때와는 다르게 투표에 임한다는 예측을 가능케 하죠. 학자들은 이를 캠페인효과, 조사 거절자 편파, 회피하는 보수주의자 효과등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적 요인을 갖고 분석하고 있는데 어쨌든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전조사보다 투표 직후 출구조사를 실시하는 방법입니다. 글쓴이께서는 2000년 총선에서 우리나라 방송사들이 실시한 출구조사가 크게 잘못되어 치욕을 당했다고 하셨는데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그 당시 출구조사가 우리나라로서는 거의 최초로 시도된 출구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전문적인 인력이 아닌 급조된 알바생으로 조사원들이 구성되었다는 점, 일부 경합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출구조사가 이뤄졌다는 점, 투표구에서 500M나 떨어진 곳에서 출구조사가 이뤄졌다는 점 등등 정확한 선거결과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했죠.. 2000년 총선은 출구조사를 시행했다는 정도에 의의를 두면 될 것 같네요..
여론조사보도가 신중해야 한다는 말씀 백번 옳습니다. 특히 여론조사기관이 조사거절자 편차를 고려하지 않고 보도하는 점은 큰 문제입니다.. 대부분 할당표집을 사용하는 현 여론조사방법에선 체계적으로 걸러지는 조사 거절자들을 여론조사응답에 반영시킬 방법이 없으니까요.. 하다못해 언론에 공개할 때 응답거절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도는 밝혀야 되겠죠.. 덧붙여 말씀드리면 우리나라 여론조사결과 예측이 벗어나는 원인에는 제도적인 측면도 한 몫합니다. 선거 1주일전 보도제한이나 출구조사 거리 제한 규정등등말이죠..
어쨌든 선거때마다 쏟아지는 여론조사..이번 지방선거는 선거 전부터 워낙 한나라당 압승이 예상되어서 크게 틀린곳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대선과 총선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