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법칙
저자 황창규는 ‘황의 법칙’ 주인공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황의 법칙이란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라는 것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매사추세츠’ 주립대 전기공학과 박사를 취득했다. 삼성반도체 총괄 사장, 초대 국가 R&D 전략기획단장, KT 회장을 지냈다.
경영은 經과 營으로 이뤄졌다. ‘경’이란 전략의 영역이고 ‘영’은 조직의 영역이다. 경은 감성보다는 지적인 영역으로,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일관된 계획을 세운 실천적 영역이다. 이 책은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한 3시간 강의가 7차례인데 저자가 요약한 책이다.
1989년 삼성전자 연구실 수석부장으로 시작된 업무는 10년 뒤에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업본부장이 됐다. 과거 혁신은 중앙에서 시작되고 변화의 방향은 한 방향이었다. 요즘의 혁신은 가장자리에서 시작되고, 고객 친화적으로 바뀌었고, 차별화가 진행 중이다. 모든 기술과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다. 혁신을 주도하면 지도자가 되고, 혁신을 받아들이면 생존자가 되지만, 혁신을 거부하면 죽음이다. 반도체를 분류하면 D램, S램, 플래시 메모리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와 시스템으로 분류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새끼 호랑이 황창규를 알아보고 살려낸다. 2001년 반도체 왕국은 일본이었다.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특허를 두고, 45% 시장의 지배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도시바’가 삼성에게 조인트벤처를 제안한다. 1994년 삼성은 최초로 256매가 D램을 개발한 전력이 있었다. 도시바의 의도는 새끼 호랑이 삼성을 미리 없애자는 전략이었다. 당시 회장은 일본에 있었는데 황창규가 일본으로 날아가 ‘오쿠라’ 호텔 옆의 샤부샤부 집, ‘자쿠로’에서 만났다. 하필이면 한적한 샤부샤부 집을 택한 이유는 안보 문제 때문이다. 이 회장. 비서실장, 전자 CEO, 반도체 총괄사장을 앞에 두고 발표했다. 삼성이 독자 사업을 하자는 건의다. 회장은 세 가지만 묻었다. “해볼 만한가?”, “D램이 없어진다는데?”, “자신 있는가?”였다.
회의 결과는 지금은 ‘도시바’에 밀리지만 1~2년 뒤지지만, 향후는 다를 것이다. 512기가는 도시바와 동시에, 1기가 GB는 삼성이 먼저 개발하겠습니다. 당시 시장 점유율 3.7%의 삼성의 회장이라도 선뜻 전폭적인 결심은 어려웠을 것이다. “이미 반도체 생산라인 6, 7라인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보고한다. 그러자 이건희 회장의 결심은 “정중히 도시바에 거절하고 우리 독사 사업으로 가보자“였단다. ‘자쿠로’ 미팅으로부터 약 1년 반 만에, 1위 도시바와 2위 삼성의 위치가 바뀐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1위와 2위의 순서가 뒤집힌 것은 역사상 유일하다. 이것이 한국반도체의 역사상 ‘리스크 테이킹’의 예이다.
위험이 없는 기회는 없다. 오늘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내일의 결과를 알 수 있다. 오늘 움직이지 않으면 내일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5기수 강의가 있다. 사관학교 가입교 생도가 입학식 후, 졸업 생도가 임관치 않은 짧은 시기에 사관학교는 5기수가 있다. 해군사관학교 5기수가 모인 자리에서 충무공 정신을 경영학에 적용한 강의를 했다. 탁월한 전략과 학익진 전술을 이겼지만, 이는 한산대첩에도 적용이 됐다. 창의력과 차별화 전략의 거북선은 사실 임진왜란 때 만든 것은 아니다. 고려부터 거북선이란 콘셉트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 해군 판옥선과 일본 ‘세키부네’ 선은 기술 차이가 엄청나다. 왜선이 화포 대비를 강화하자 조선은 돌격형 전함에 포를 장착한다. 기가 막힌 콤비네이션 전략이었다. 왜군의 장점인 조총과 백병전을 전략적으로 만든 것이다.
현실은 D램은 없어지기는커녕 시장이 더 커질 것이란 확신을 황창규는 했고, 이 회장 옆의 사장단은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서 최근에 ‘모바일 D램’이라 명명한 D램 개발을 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꼬박 3년이 걸린 기술이다. 이 회장이 ”D램은 없어진다는데?”하고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황창규를 보았다. “모바일 D램 확실하게 키워나가겠습니다.” 답을 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을 했기 때문에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이런 리스크를 테이킹하지 않는 사람을 ‘화석’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화석은 되지 맙시다.
‘파괴적 혁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존속적 혁신’이 있다. 파괴적 혁신은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는 것이고, 존속적 혁신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높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막대하게 R&D에 투자해서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은 같은데, 왜 어떤 곳은 마켓셰어를 잃을 것이라는 쓴소리를 듣고, 어떤 곳은 독점적 지위를 이어가나? 혁신의 ‘아이러니’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는 가격을 중시한다. 새 제품의 높은 가격에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이미 기술의 진보가 고객 사용 가능한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인텔’과 삼성의 차이는 ‘데크놀로지 푸시’와 ‘마켓 풀’ 이라는 전략의 차이에 있다.‘ 테크놀로지 푸시’가 소비자들을 기술로 밀어붙이는 생산자 위주의 전략이라면, ‘마켓 풀’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제품을 생산함과 동시에 시장을 선도하는 소비자 위주의 전략이다. 파괴적 혁신도 궁극적으로 ‘마켓 풀’을 유도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소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기술의 고도화를 꾀하지 말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관행적으로 하는 기술 혁신보다 훨씬 시장 파급력이 크다.
그러면 시장을 재편할 정도의 파괴적 혁신은 뭐가 있어야 할까?
첫 번째는 절실함이다. CPU를 생산하던 ‘인텔’이 어느 순간 삼성 S램을 쓰다 독점이 되니, 내부에서 개발해 버린 것이다. 시장이 없어진 것이다. 돌파구를 찾아보니 2G에서 3G로 넘어가던 시기로 휴대전화는 동영상과 화상통화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데이터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4G가 열릴 것을 예측한다. 그래서 6, 7라인을 준비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긴 안목의 연구와 투자이다. CTF 기술은 Charge Trap Flash라는 기술을 6년 걸려서 만들었다. 미래기술팀의 작품이다. 마지막은 발상의 전환이다, CTF 기술은 어려운데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쇼클리’ 박사가 노벨상을 받았다. ‘트랜지스터’는 정보화 시대를 만들었고 지금도 유효하다.
‘플래시 메모리’가 20년 넘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긴 안목의 연구와 투자 때문이다, 그는 회장단 회의에서 ‘클리스텐슨’교수의 파괴적 혁신 논문을 구두로 10분 발표한다. “모바일 시대를 차세대 풀레시메모리로 견인하면, 지금 ‘인텔’ CPU가 주도하는 시장을 종말시키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 전기차와 가솔린차의 경쟁에서 전기차를 비아냥대는 사람들은 마차와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매번 기름 넣어야지, 독가스가 나오지, 변속이 힘들지, 말은 풀만 먹이면 되는 데 하면서 하던 비아냥, 댐과 다름이 없다.
파괴적 혁신은 자기부정에서 시작됩니다. 트랜드를 아는 것은 중요하죠. 대세를 이끌어야 합니다. 혁신하려면 일단은 부정해야 한다. 가솔린차를 부정해야 전기차가 보이고, PC 시장을 부정해야 모바일 시장이 보인다. PC 시장의 CPU를 부정해 봐야 모바일 시장의 플래시 메모리 시장이 보이듯 말이다. 특히 기술의 시대에는 산업의 기술을 주도하고 글로벌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크리스텐슨 교수는 “발전의 속도가 빠른 저가의 기술이 시장을 완전히 와해시킨다.” 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3,08.03
황의 법칙
황창규 지음
시공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