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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리어-미러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6명이 가느냐, 5명이 가느냐를 놓고 전날 그렇게도 멍게랑 고민했던 터였다. 그러다 5분 전에 나타난 멍게가 “마포나루 형 못 온다”고 해서 ‘그럼, 마포 형에겐 미안하지만 쾌적한 분위기에서 명성산 밑으로 이동할 수 있겠다’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정기산행 집결지인 강변역 근처에 미리 차를 세워 놓고 차례로 회장님, 멍게, 오솔길을 맞이한 뒤 전날 골프 모임 후 밤새 술독을 비우느라 늦는다고 연락했다는 컴불 형을 마지막으로 기다리던 참에 짠-하고 사니사라 형이 나타난 것.
“산만 생각했다”
형다운 답이다. 곧이어 나타난 컴불 형이 예의 주도해 왜 연락하지 않고 나타났는지 한바탕 닦달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행선지를 바꾸는 수밖에.
온갖 산들의 이름이 나왔다. 내가 낸 설악까지,
그러나 쓸 데 없는 얘기였고 멍게가 제수씨랑 요즘 함께 다닌다는 삼성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관악산과 나란히 진행하는 조그만 앞산이라고 했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특히 오솔길은, 그러나...
컴불 형의 왕중왕 챔피언 먹은 일을 화제로 떠들다 보니 금세 서울대입구에 이르렀다. 9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산행을 시작했다.
사람들 북적이는 관악산 입구를 바삐 걷다 5분 만에 오른쪽으로 난 길로 접어드니 사위가 금세 조용해졌다. 조붓한 산길이다. 멋모르고 일행을 뒤쫓다 어느 순간 깨달은 컴불 형이 감탄을 했다. “햐 고렇게 시끄럽던 길이 요렇게 조용해지네”
약간 오르막인데 부드러운 흙길이라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며 오르기엔 적합한 길이었다. 그런 길을 걸었다. 비슷한 길로는 청계산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옥녀봉 오르는 구간이 떠오른다. 나무 냄새를 맡으며 동네 어르신들 산책하기 좋은 코스 말이다.
<우리가 이날 밟은 길은 관악산 입구~234고지(?)~칼바위능선~깃대봉(476)~장군봉(412)~깃대봉(446)~삼성산(481)~상불암~무너미고개~관악산 입구의 원전회귀였다.>
그런데 20분쯤 걸었을까. 조그만 암릉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서울대 캠퍼스가 웅장한 날개를 벌리기 시작했다. 별달리 힘든 코스는 아닌데 회장님이 힘겨워한다. 지난 정기산행 때 빠져서일까, 혼자 생각했다.
급경사도 아닌데 미끄러지고 약간의 오르막도 손 힘으로 잡아채질 못한다. 그걸 뒤에서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새 직장에서 종전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 탓인가 싶었다.
그렇게 암릉 지대가 끝나니 또 한적한 숲길이 이어진다. 20분쯤 더 걸은 뒤 오솔길이 감귤을 까먹자고 한다. 갈증을 달래고 국기봉에 올랐다. 그리 높지도 않은 곳에 왜 국기를 매달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국기봉이 관악산 일대에 12곳인가 있다고 했다.
돌아보니 한강 남쪽이 펼쳐진다. 날씨는 아마겟돈 전야인 듯 음침한 구석이 있지만 서울이나 대한민국의 혼돈을 상징하는 듯 했다. 19일이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사흘 전이었지만 아무튼 그 때의 혼돈스러움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헙헙한 느낌으로 서울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심찮게 산객을 힘들게 했다 편안하게 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또하나의 국기봉, 칼바위가 일행을 맞았다. 결코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회장님과 오솔길은 힘겨워하면서도 그 어려움 뒤에 나타나는 안도를 즐기는 듯 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두 시간. 11시가 채 안됐지만 새벽밥 먹고 나선 이들은 허기가 느껴질 시간이었다.
오솔길과 내가 싸온 보온 도시락은 2인분 정도 되는 밥의 양과 성분, 된장찌개 등이 완전 닮아 있었다. 둘 다 밥에 흑미를 섞어 찰밥 비슷한 색깔을 내는 게 똑같았고 바지락을 넣어 끓인 된장찌개 맛까지 비슷했다. 그리고 오솔길의 김장김치와 돼지고기 장조림, 내가 싸온 호박 무침과 멸치 등으로 맛깔난 식탁이 꾸려졌다.
그리고 디저트. 컴불 형이 가져온 얼음골 사과가 깔끔했고 사니 형이 독일 가서 정성스레 사온 ‘구미 베어’(젤리의 일종) 100개들이가 식탁에 쏟아졌다. 딱딱했지만 과일 향이 상큼한 게 맛있었다. 우리 딸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 맛있게 먹었던 그 과자인데 나도 두 번인가 미국에 아이 보러 갔을 때 본 맛을 잊지 못한 터였다. 그 과자를 1922년부터 제조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나치가 발호하기 10여년 전에 이미 그 공장은 과자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니 형은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계속 세일즈하는데, 몇몇은 시큰둥했다. 회장님이 억지로 나나 오솔길, 멍게 등에게 10개 남짓을 나눠주고 싫다는 컴불 형에게 마지막 10개 정도 남은 통을 밀자 사니 형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나도 먹고 싶은데 참고 지금까지 남겼다가 오늘 가져온 건데”
와 그런 거야. 야 진작 얘기하지.
조용했던 산에 왁자한 웃음이 번졌다. 해서 컴불 형이 가져갈 뻔했던 통은 다시 사니 형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난, 보온도시락에 담은 내 몫을 결코 덜어주지 않았다. 딸에게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그날 집에 돌아와 밀렸던 미드 보면서 냠냠 다 먹어버렸다. 딸은 딱 두 개 맛보았을 뿐이고.
점심과 디저트를 끝내고 다시 오르막길이다. 2.2킬로미터를 더 가야 삼성산 정상이라고 했다. 암릉 지대는 계속 끊어질 듯 이어진다. 위험해 보이는 구간도 한 군데 정도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힘든 구간이 아니었다.
어제의 행오버 탓에 컴불 형은 정상 1.7킬로미터인가를 앞두고 나타난 서울대쪽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붙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즈음 어느샌가 왼편의 서울대 캠퍼스는 자취를 감추고 오른편으로 경인교대 캠퍼스가 펼쳐지면서 서울의 남서쪽과 안양, 광명 KTX역이 모습을 나타내는데 날씨만 좋았다면 꽤 길끗한 장관을 연출할 법했다.
그러나 마지막 정상은 늘 힘든 법. 회장님과 오솔길이 기신기신 오른 정상은 역시 좁아터져 정상석 붙잡고 사진 찍기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 틈바구니 뚫고 사진 몇 장 촬영한 뒤 하산 코스로 잡았는데 10여분쯤 내려가자 정말 설악에서나 만날 법한 장쾌하면서도 오붓한 장관이 펼쳐진다. 마침 잔뜩 우중충했던 하늘 한 자락도 햇살을 열고 푸른 색을 가끔 비췄다.
그런데 이 구간, 항공노선이 바로 자리한지라 비행기 굉음이 주기적으로 들리는 게 단 하나맹점이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지나가는 항공사 이름 알아맞히는 게임을 하게 됐다. 로고를 보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알아맞히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항공사 이름을 다 아는 건 아니기에 여기 앉아 하룻내 그걸 하라면 할 수도 있겠다는 싱거운 생각을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10여년 전 가본 안양유원지 쪽으로 멍게가 우릴 밀어넣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됐던 것. 아니나 다를까 컴불 형이 스톱을 연거푸 외친다. 지도를 펴든 멍게와 사니 형. 형은 내려갔다가 왼쪽 고개로 붙어 다시 올라채면 무너미고개가 나오고 그러면 서울대 쪽으로 하산길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임을 직감한 컴불 형이 받아들일 리 만무. 5분 동안 입씨름 끝에 결국 일행은 되돌아서 내려갔던 길을 되올랐다. 아무래도 앞섰던 이들이 뒤로 처질 수밖에 없었는데 맨 앞쪽의 회장님과 컴불 형은 정상으로 되짚어 올랐고 나머지는 중간에 상불암으로 빠지는 평탄한 길을 택했다.
이 암자 참 좋았다. 완전 남향에 관악산 연주대부터 팔봉과 육봉 능선까지 왼쪽에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삼성산 자락, 그리고 멀리는 군포 수리산까지 올망졸망 이어진 산그리메를 감상하기에 넉넉했다. 나중에 보니 과천에서 올라 육봉과 팔봉 거쳐 삼성산 자락을 타고 안양으로 하산하는 종주 코스가 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언제 한번 이곳으로 가야겠다.
이곳은 늘 해가 비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 하나 단점이라면 비행기 굉음이 주기적으로 들린다는 점.
국내와 해외 다녀올 때 늘 이곳을 지나치면서 내려다보이는 곳이 궁금했는데 오늘은 내가 이 자리에 서서 어딘가를 다녀오는 이들의 마음자리를 헤아린다는 게 조금은 야릇한 느낌이었다.
상불암에서 무너미고개로 붙는 길은 호젓한 맛이 깔끔했다. 무너미고개의 아늑한 맛도 여전했다. 그렇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하산길로 1시간여 만에 원점 회귀할 수 있었다. 오후 4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다.
차를 빼 사당동 전주전 집으로 향했다. 역시 산객들로 질펀한 기름 냄새와 함께 땀내음이 물씬했는데 감자전과 모듬전 시켜 막걸리 6병을 순식간에 비웠다.
이 자리에서 두 가지 결정이 내려졌다.
12월 송년 산행은 역시 북한산으로 정했다. 가급적 많은 인원이 모여 한해의 마무리를 함께 하자는 의미다. 17일 오전 9시 구기터널 버스 정류장 앞에서 모여 탕춘대로 올라 형제봉 거쳐 세검정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일단 생각하고 있다.
그린랜드 형과 열심히 통화한 끝에 자의반 타의반 턱을 12월 9일 저녁 갖기로 했다.
충무로 해산물집 장가안가
1층은 테이블이 있는 홀, 2층에는 좌식 방이 있는 해산물 맛집이다. 4~10명 정도가 만나 맛있는 음식에 술 한 잔 하기 안성맞춤이다. 인심 좋은 주인의 담담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집이다. 별도의 룸이 없는 만큼 다소 시끌거리지만 동네가 동네이니 만큼 인간적인 정을 물씬 느끼며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요 메뉴로는 회정식, 회무침, 생태탕 등이 있는데 모두 그날 그날 준비한 식재를 사용, 대다수 손님들의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회식의 경우 예약 필수.
위치 충무로역 극동빌딩 뒤주소 서울시 중구 필동 1가 3-17 문의 02-2269-2432
너무 거한 장소를 잡은 건 아닌지 걱정될 따름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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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블로거 둥구-한겨레에 높은 식견의 글 싣던 김학선-가 추천한 노동요.
참 세상에 많고 많은 뮤지션 가운데
많고 많은 음악 가운데 이 음악이 요며칠 나를 흔들었다.
정말 가슴을 후벼파는 느낌이다.
데뷔 앨범을 1분 듣기로 들었는데 요 노래 하나를 제외하곤 그저 그랬다. 군계일학.
회장님이 그러하듯.
조시 T. 피어슨의 Sorry with a song
지난 주말 한 신문에 소개된 시 두 편.
‘전철을 공짜로 타는 것도 미안한데/피곤한 젊은이의 자리까지 빼앗아/미안하다/‘너도 늙어봐라’/이건 악담이다/아니다/나만 늙고 말 테니/너는 늙지 마라/늙으면 서러운 게/한두 가지 아니다/너는 늙지 마라’(이생진 ‘너는 늙지 마라’)
‘혼자일 때 먹을거리치고 비빔밥만 한 게 없다 /여러 동무들 이다지 다정히도 모였을까 /함께 섞여 고추장에 적절히 버물려져 /기꺼이 한 사람의 양식이 되러 간다/ 허기 아닌 외로움을 달래는 비빔밥 한 그릇 /적막한 시간의 식사여 /나 또한 어느 큰 대접 속 비빔밥 속 재료인 줄 안다 /나를 잡수실 세월이여, 그대도 혼자인가/ 그대도 내가 반가운가’(고운기 ‘비빔밥’)
첫댓글 뭥미? 왜 갑재기 나여? 그날 오솔길이랑 멍게랑 니밀락 내밀락 하더니...내가 쓰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송년 쓸라고 했더니...알이 송년 써야헌다, 그라믄...요즘엔 작가해도 될 정도로 글만 쓰고 있는데...산행기까정?! 음악은 아직 잘 못들었고, 산행기는 대장이 쓰라믄 쓰긴 해야겄네...쯥...
아이구, 제 잘못입니다. 제가 쓰겠습니다. 단 토요일이나 돼야 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기다려 주세요.
혼자 먹는 점심...아니 제 첫끼는 누른밥니다. 누른밥에 김장 때 덜어놨던 김장속...치과치료중이라 먹는 것이 영 불편한데...비빔밥...맛나것다.
산행기 쓰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가 삼성산을 추천했으니 안내를 잘했어야 했는데 본의 아니게 정상을 두 번 밟게 해 죄송합니다. 정말 본 뜻이 아니었다는.. 그나저나 9일 모임에 저는 못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그 전에 모임 날짜가 바뀌는 기적이 일어나 주기를!
저 역시 9일은 곤란합니다. 멍게가 기대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17일 송년 산행 때나 뵈야겠네요. 컴불 형이 기대한 대로 갑자기 주말 이틀씩 꼬박 놀고 저녁에도 일찍 나갈 수 있는 자리로 옮겼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단 9일은 어렵습니다.
저는 애들 기말 고사 대비 들어가서 힘들겠습니다...ㅠㅠ...인간적인 정을 물씬 느낄 수 있다는데...인간적인 정 좋아하는 돼지엄마는 입맛만 다셔야 할듯...배아프지마는 착한 돼지엄마는 산악회원들의 즐건 시간을 멀리서 기원합니다... 그렇다고 날짜를 바꾸어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12월 내내 시험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학교마다 시험기간이 다른 관계로다...ㅠㅠ...내 팔자야 소리가 절로 나는 12월이 되겠습니다...제가 전생에 누구처럼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 분명합니다...
일단 9일 축하연 참가합니다. 남양주에서 오후에 일정이 있긴 하지만 모임시간에 맞춰서 종료시켜버리겠습니다. ㅎ~
참, '중견산악인'인 제가 삼성산을 겁낼 리가 있나요? 칼바위 능선에선 쪼매 무서웠지만요...ㅎ~
그리고 컴불 형, 다음 왕중왕전에서는 에이지 슈터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56타..... 16언더파만 치시면 되는데용 흐흐
오솔길아,네 말대로 에이지슈터 되기 참 쉽겠네.그냥 16언더만 치면 되니까니.^^
모임엔 참석합니다.
9일날, 강남구 세곡동에서 한나절 보내야 할 약속이 있습니다. 원래 제 바람은 오랜만에 정다운 사람들과 코 삐둘어지게 술한번 마셔보는 것이었는데, 다음날이 시아버님 기일이라 9일날 늦게라도 횡성으로 내려와 다음날 속초 시댁에 가야하는 관계로 바람이 바람으로만 끝나게 생겼습니다. 9일날도 일정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는데, 가능하면 약속장소에 가서 정다운 '님'들 얼굴이라 보고 왔음하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이 바람은 이루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