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엔 지금 한창 배꽃이 피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선생님(시인:김명인)은 제자들을 데리고 야외수업을 갔지요. 천년 묵은 용의 형상을 한 향나무를 지나(선생님은 이 향나무를 보시고 ‘향나무가 쓰는 편지’(?)란 詩를 씀), 그리고 군립공원도 지나 급히 비암사로 우리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선생님은 산신각 앞에서 저 멀리 산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곡선이 바로 충청도의 마음”이라고. 아마도 요즘 선생님께서는 곡선의 삶을 생각하시고, 부족한 우리들에게 애정의 눈빛을 그렇게 주신 것 같습니다.
좋은 시집으로 선정된 시집 《파문》으로 「대산문학상」을 받으시고, 월간 <현대시>에서 주관하는 제 1회 「이형기문학상」을 받게 되신 선생님의 그 곡선의 정신과 마음이, 저 멀리, 그리고 깊이, 이 땅에 뿌리 뻗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는 했습니다.
밤이 늦도록, 우리들은 고복저수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까페 “구름 나그네”에서 버섯전골과 오리탕으로 술을 마셨습니다. 아무리 마셔도 흐트러질 수 없는, 봄날의 즐거운, 詩 수업이었습니다.
구름꽃
이 교 상
구름이 흘러와서
배꽃을
피웠습니다
아니, 아니,
저 배나무가 천천히
구름을
뱉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오늘
아름답고
환한 이유
비암사 풍령風鈴
이 교 상
허공에 매달려
우는
물고기 물고기여!
저기 저 눈먼 하늘,
아 또 귀먹는
사랑
쟁그랑
쟁그랑 당당
쟁그랑 당
쟁그랑...
첫댓글 배나무가 뱉어낸 꽃구름, 흰구름이 봄비 되어 내리는 날입니다. 안녕하시져?
비암사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이름 첨 들어보는 절집이지만 찾게 되면 오래 오래 읽은 경전처럼 정겨울 것 같네요. 배꽃같이 환한 풍경^^
저도 한 번 가 보지도 못한 곳이지만 왠지 그 풍경이 그려질 듯합니다. 비암사에 갈 때는 교상님의 글 다시 한번 읽고 가서 오래 묵은 느티나무 가지에 제 잡념도 걸어놓고 오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비암사 풍경> 수정했습니다. 버리고 버려서 세 줄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