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잊혀지다시피 했던 12•12가 화두다. 수면 위로 불쑥 올라왔다. 그동안 좌파에 의해서 거의 금기시되고 있었다. 우파에서도 대놓고 말하길 꺼려했었다. 양쪽에서 다 홀대받고 있었다. 44년이 지났다. 아직 역사까지 가지는 못한 것 같다. 요새는 가요도 40년 정도 갖고는 옛 노래라고 하지 않는다. 애매한 미아다.
그런데 12•12가 주제가 된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상영되고 있다. 11월 22일 개봉했는데 벌써 관객 200만을 돌파했다. 흥행 대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에도 매일 다른 평론이 올라오고 있다. 하루에 두 번 올라오기도 한다. 안 보면 간첩이 될 정도다.
좌파의 시각에서만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정적으로만 인식되던 씹이씹이의 평가가 이제 서서히 걸음마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증거다.
영상으로본 전두환 역의 황정민의 대머리에 눈길이 쏠린다. 아마 진짜와 똑같은 정도로 분장했을 것이다. 분장술도 많이 진화됐다. 황정민은 현대사의 굵직한 영화 주연을 ‘국제시장’에 이어 또 맡았다. 대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전두환 역의 극중 이름은 전두광이다. 미칠 광자라고 한다. 이해가 간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거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나. 해석은 엿장수 마음대로다. 빛 광자도 해당될 것 같다. 찬란한 빛을 받았다. 무지개를 만두 빚듯이 만들었다. 그렇게 말하면 영화는 불편해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전자 쪽에 무게 중심을 두었을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 현대사에서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거물이다. 앞으로도 그만한 거물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세상이 개판이 돼야 또 난다. 이제는 그런 혼란이 오기는 힘든 세상이다. 그러나 세상 일은 알 수가 없다.
전두환 시절에는 물가가 안정되고 살기 좋았다고 한다. 노사분규나 시위가 없었다. 조진다. 과외가 금지되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 요새는 강남에서 용 난다. 통행금지 해제, 장발 단속 철폐, 컬러 TV 방영, 프로 스포츠 활성화 등은 포플리즘 성격이 강하지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들이다. 파격적으로 앞당겼을 뿐이다.
86아시안 게임, 88올림픽 유치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88올림픽 이후에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 7, 80년대는 미국으로 이민가는 것이 유행이었다. 똥폼 잡으면서 떠났다. 88올림픽 이후에는 돌아오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역주행이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