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 지식인 율곡의 난세 처방전
김태완 '율곡문답' 중에서
율곡 이이는 학문과 정치, 이론과 현실에 두루 식견과 능력을 갖춘 조선 중기의 '멀티플레이어'였다.
율곡이 살았던 16세기는 퇴계 이황, 일재 이항, 화담 서경덕, 남명 조식 등 쟁쟁한 인물들이 이름을 떨쳤던 시대였다.
담론의 교류와 논쟁이 넘쳐났던 이 시기 율곡은 자신만의 '이기론(理氣論)'을 펼쳤고 논리나 현실문제에 있어 지행합일을 강조한 개혁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율곡이 살았던 조선은 그의 표현대로 '중간의 쇠퇴기'였으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낡은 집'이었다.
국가의 기강은 무너졌고, 밖으로는 여진족이 등장하는 등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았다.
율곡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퇴계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라가 심한 고질병에 깊이 빠진 지 벌써 20여 년"이라고 개탄했다.
"위아래가 인습에 젖어 있어서 조금도 고칠 줄을 모르니, 백성들의 힘은 이미 고갈되었고, 나라의 비축은 이미 바닥이 난" 상황이었다.
시대의 병폐를 고치기 위해 "흐르는 물을 맑게 하려면 근원을 맑게 해야 하고, 그림자를 곧게 하려면 몸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율곡의 책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태완 씨는 이런 율곡의 삶과 사상에 주목해 그가 던졌던 화두를 17가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율곡문답-조선 최고 지식인의 17가지 질문'(역사비평사 펴냄)은 혼란했던 16세기 조선의 실상을 전하면서, 시대를 고민했던 한 지식인의 세계관을 조리 있게 설명한다.
인간과 사회, 자연과 우주를 큰 주제로 묶고 역사 이념과 현실 사이, 군사정책, 외교문제, 자연의 질서, 시간 등의 주제에 대해 다뤘다.
책 곳곳에는 난세를 바르게 헤쳐갈 해법을 담은 율곡의 명언들이 소개돼 있다. 백성을 우선시하고 실천과 사람의 품성 등을 중요시한 내용들이다.
"국가의 치란(治亂)은 백성의 기쁨과 근심에 달려 있고, 백성의 기쁨과 근심은 현실 정치의 득실에 달려 있다." 그의 명언 가운데 하나다.
*율곡 이이( 栗谷 李珥 )가 남긴 경구
대저 혁구갱신(革舊更新)은 그 시비와 이해만을 계산하여 백성들에게 편리하도록 하는데 그 요점이 있는 것이나, 만약 탐관오리와 요행을 바라는 백성들이 모두 즐거이 따르기를 기다린 뒤에 경장(更張)을 하려 한다면 숙폐(宿弊)는 끝내 개혁하지 못할 것이다. -이이
뜬 구름이 달을 가려도 (달의) 광휘가 구름 사이에 돌연히 나타나고 한다. 의(義)의 간살도 비록 물욕에 가리어져 있으나, 수오(羞惡)의 정이 때때로 나타나 보임이 또한 이와 같은 이치이다. -이이(李珥)
1.먼저 반드시 뜻을 세워라.뜻을 세우고 명확히 알며 독실(篤實)하게 행하라. 뜻이 서지 않으면 만사(萬事)가 성공하지 못한다. -율곡 이이
2.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안과 밖이 한결같으면 남이 안보는 곳에서도 거리낄 것이 없으며, 또한 남이 보는 데서라도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이 떳떳할 것이다. -이이(李珥)
3.무릇 책을 읽음에 있어서는 모름지기 한 책을 정독하여 뜻을 다 알아서 의심이 없은 연후에 다른 책을 읽을 것이요, 다독하는 데 힘써 바쁘게 넘어가지 말 것이니라. -이이
4.물욕(物慾)은 흔들리는 그릇 속의 물이다. 흔들림이 그치기만 하면, 물은 차츰 맑아져서 처음과 같아진다. -이이(李珥)
5.사람들이 독서하는 데 있어서 입으로만 읽고 마음으로 체험하지 아니하며 몸으로 행하지 아니하면, 글은 다만 글자에 지나지 않으며 나는 나대로라는 격이니 실제로 유익한 것은 없다. -격몽요결(율곡 이이)
6.사람은 간혹 부모에게는 효도하면서도 형제에게는 불화(不和)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한쪽의 맑은 기(氣)에 연유하는 것이고, 형제에게 불화하는 것은 한쪽의 탁한 기(氣)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이(李珥)
7.성(誠)이라는 것은 물(物)의 종말이며 시초이니 성(誠)이 없으면 물(物)도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성(誠)을 소중히 여긴다. -이이
8.시의(時宜)라는 것은 때에 따라 변통하여 법을 만듦으로써 백성을 구하는 것이다. -이이
9.옥(玉)도 갈지 않으면 그릇을 만들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道)를 알 수 없다. -이이
10.옹졸한 사나이는 벼슬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얻으려고 걱정하고, 벼슬을 한번 얻었을 때에는 그것을 잃을까 걱정한다. 참으로 벼슬을 잃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그 수단으로 무슨 짓이라도 한다. -이이
11.인심이 함께 옳다고 하는 것을 공론이라고 하고, 공론이 선 것을 국시(國是)라고 한다. 국시란 한 나라의 사람들이 꾀하지 아니하고도 다 함께 옳다고 하는 것이니, 이로움으로 해서 유혹하는 것도 아니며 위세로써 두렵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삼척 동자도 알만한 것이 국시다. -율곡 이이
12.임금에게 충성하고, 어버이에게 효도하는 것은 도심(道心)이고, 배고프면 먹고자 하고 추우면 입고자하는 것은 인심(人心)이다. 대체로 인심은 크게 자라나게 해서는 안되고 절제해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도심(道心)은 마땅히 보호하고 길러서 넓게 퍼지게 하는 것이 좋은 일이다. -이이(李珥)
13.자식을 낳으면, 철들 때부터 착하게 인도하여야 한다. 어려서 가르치지 않다가 이미 자란 다음에 바로잡으려 하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교육은 착하게 인도할수록 좋다. 교육은 바르게 가르칠수록 좋다. -이이
14.정치는 시세(時勢)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일에는 실질이 중요한 것이다. 정치를 하면서 시의를 알지 못하고 일을 하는데 실공(實功)을 힘쓰지 않는다면 비록 성현을 만났다 하더라도 다스림의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이이
15.처세하는 데 말이 많고 중심이 없는 사람은 그만큼 심신을 해치는 법이다. 그러므로 오직 심신을 잘 수양하면 반드시 그 마음을 둘 바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율곡 이이
16.천하의 모든 물건 중에는 내 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 그런데 이 몸은 부모가 주신 것이다. -이이
18.학자는 반드시 부귀를 가벼이 여기고 빈천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이
19.현명한 처신에 필요한 9가지 방법.
1. 보는데 편견이나 욕심을 없애도록 하라.
2. 듣는데 편견이나 빠트림이 없이 들어라.
3. 얼굴 표정을 단정히 하라.
4. 몸의 자세를 단정히 하라.
5. 말은 진실되고 신의가 있도록 하라.
6. 일을 할 때는 겸손한 자세로 하라.
7. 의심나는 것은 조용히 물어서 꼭 알도록 하라.
8. 화가 났을 때는 이성으로써 억제하라.
9. 재물을 보거든 의(義)에 합당한 것만 취하라.
-이이(李珥)
첨언-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 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어떤 책은 맛만 볼 것이고, 어떤 책은 통째로 삼켜버릴 것이며, 또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할 것이다
베이컨(영국의 철학자 · 정치가)
왜 갑자기 이런 글이 생각난 것인지..율곡 이이 남긴 경구를 보다 불쑥 생각나 꼬리표 하나 달아 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