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장영복 작가의 추천으로 사놓고서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책.
한번 책장을 들추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네요.
조선희 작가의 유려하면서도 이해가 쉽게 써내려간 간결한 문체가 책장을 술술 넘기게 했고
무엇보다 전혀 알지 못했던 세 여자를 비롯한 수많은 실존인물들에 대한 서술이 무척 방대하고 진지했으며 흥미로웠기 때문이었죠.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작가가 발견한 한 장의 사진(책 표지 사진)에서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1920년대로 추정되는 식민지 조선, 청계천 개울물에서 단발을 한 세 여자가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진.
이 사진은 1990년 냉전시대가 끝나고 한소수교가 이루어진 다음해, 박헌영과 주세죽의 딸이며 소련의 모이세예프 무용학교 교서인 비비안나 박이 서울이 들어왔을 때 갖고온 여러 사진 중의 하나였죠.
작가는 그 중에서 '허정숙'을 발견했고 신여성이면서 독립운동가였던 세 명의 여자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 것이라고 합니다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박헌영은 익히 들어본 이름이지만, 임원근 김단야는 처음 들어본 이름입니다.
각각의 무게감은 다를지언정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죠. 그런데, 이들의 동지이자 파트너였던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이 여성들은 왜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을까요? 이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세 명의 여성 혁명가, 그들의 존재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은 주인공 여성들을 중심으로 주변 남자들의 인생과 함께 1920년대에서 1950년대에 걸쳐 한국 공산주의운동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공산주의에 대해 정확히 잘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디아스포라의 시대에 대륙으로 흩뿌려졌던 세 여자의 삶을, 그 세 갈래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1920년 상해에서 한국 공산주의운동이 시작돼서 1955년 주체사상의 등장과 1958년 연안파 숙청으로 한국에서 공산주의가 소멸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처럼 역사에도 실수가 있고 착오가 있고 우연이 있고 행운도 있습니다.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가 빚어지고 우연한 실수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소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세 여자를 비롯해 이름 석 자로 나오는 사람은 모두 실존인물입니다.
등장인물들에 관한 역사기록을 기본으로 했고 그 사이사이를 상상력으로 메웠다고 합니다. 작가는 역사기록에 반하는 상상력은 최대한 자제했고‘소설’이‘역사’를 배반하지 않도록 주의했다고 히고 있습니다.
작가가 작품 속 40년의 시간에서 가장 에너지를 쏟은 부분은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작가는 지금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그 딜레마가 근본적으로 분단과 전쟁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해방공간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죠.
이 소설을 통해 역사 공부 찐하게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선희 작가님!
이런 멋진 소설을 써 주셔서...
첫댓글 대단하네요
읽어보겠습니다
처음에 시작하는 게 어려웠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 우리나라 역사, 공산주의 역사를 꿰뚫어볼 수 있는 책이에요. 슬프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하고 신념을 지키며 산 위대한 여자 세 여자.^^
@바람숲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이 글로 많이 남겨졌으면 좋겠네요
@happycountry 요즘 젊은이들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 듯해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