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한문, 한자(글문)교육의 현주소
지방에서 선생이 되고 싶어 임용고시를 앞둔 4학년 수험생으로, 이번 학기 한자교육이라는 강의를 선택한 덕분에 몇 가지 생각이 떠올라 적어 봅니다. 뭐 강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방법 뭐 이런 것일 줄 알았는데 역시나 그러기 위해선 한자를 알아야 하는 것인지, 노교수님께서는 사자소학을 떼자고 하시네요. 이번학기 1800자는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허허허 웃음만 납니다. 하여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시작해 보자면 한자 교육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 특히 청소년들은 한자란 암기하기도 어렵고 그다지 쓸모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사회는 우리에게 한자를 강요할까? 하는 의문 내지는 불만이 많습니다.
한문과 한자에 대한 지식의 실용성이란 현대 사회에서는 없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나 여기에 대해서는 달리 이견이 없습니다. 헌데 한글이 생기기 전, 우리글로써 존재해왔던 한자. 한글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의 선조들의 선조들이 써 왔던 한자의 가치가 왜 이렇게 땅바닥에 떨어져 버린 것일까요? 적어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그리고 지식인이라는 대학생들에게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정말이지 우리는 한자의 껍데기를 배우는 데 강요하는 세태에 지쳐 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문 그리고 한자가 우리와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게 하지 않은 채, 사언고시를 줄줄이 외어야 하고, 점 하나 잘못 찍으면 틀리는 한자에 쩔쩔매야 하니. 우리들 모두가 불평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올해 스무 세살이라, 나름 한글세대로 자라왔습니다. 제가 어릴 때 한글전용 신문이 한자 없이 등장했고, 진짜 한문 한자 안 배워도 되니 너무 행복하다, 뭐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던 시절을 보내왔으니까요. 사실 중학교1학년 때까지 한문 교과서를 봤던 기억이 나고, 그 이후로는 배우지 않은 걸로 기억합니다. 교육과정이 바뀌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하여간 23살 먹을 때까지 한문을 잘 몰라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으니 더욱이 한문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지요.
헌데 새삼 내가 몰라서 피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한자교육 강의를 청해서 듣는 중에 노교수님의 발언과 겹쳐지면서 현재 한자교육의 현 주소랄까. 그런 것을 느낍니다.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한 채 계속 암기와 암송만을 요구하는 한자교육. 개념과 원리를 알면 수학이 잡힌다고 했던가요? 한자도 개념과 원리를 알면 잡히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그 개념과 원리가 어려워 그렇다 뿐이지, 기본 한자를 손쉽게 가르친 후, 수학을 풀어 쉽게 가르치는 시중 문제집들과 훌륭한 교사들의 아이디어처럼, 한자의 원리도 쉽게 가르쳐 아이들이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사자소학을 배우면서도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지니 한자 넷이 모여 이루는 뜻이 마음에 와 닿게 되고, 그게 결국은 사자소학을 배우는 이유를 실현한 셈이 되겠지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좋은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채, 예전에 해왔던 방법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 한자에 대한 반감만 살 뿐인데도,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위기만 찾아올 뿐이죠.
아이들도, 어른들도,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고 배움에 희열을 느끼면서 한자 공부를 할 수 있는데도 왜 그것을 가르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지 않는지 그것이 꼭 한자 공부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자는 다른 배움에도 스스럼없이 몸을 던집니다.
사실 제가 아는 게 몇 없지만 한자가 만들어지는 기본적인 원리를 알고 배우는 것이 다른 교과나 지식의 내용을 이해하게 하는 사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도 조금은 보탬을 할 수도 있겠죠. 수학을 배우는 여러 이유 중에 사고력 향상으로서의 도구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한문과 한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역사적인 위치도 같이 가르쳐야 합니다. 한문 시간이 한문을 외우는 시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언어를 배우고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 되어야지요. 다른 교과와 연관성을 가지고 배워야 한자와 우리 현 주소를 연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숫자 일부터 십까지, 월화수목금토일 한자로 쓰기 사실 껍데기만 열심히 외워보았자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일까요? 한자로 되어있는 달력을 보기 위해서 배우는 한자는 아닌데. 사실 실용성만 가지고 한자교육을 논한다면 한자교육의 위치는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진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한자 교육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한자는 우리의 선조들과, 아버지들의 삶과 오랫동안 같이 해왔다는 이유만으로도 비로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할 쓸모없는 유산은 아니니까요.
필요가 없어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실 이가 혹시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혹이나 한자교육에 몸담고 계신 분 있을까 하고 지나가는 나그네가 몇 마디 적어봅니다. 야심한 밤에 이게 웬 설토인지 생각해보니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따 화풀이를 한 기분도 드네요. 그저 안타까워서 하는 말입니다. 쓸모없으니 필요 없다! 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니, 중요성을 배우지 못한 까닭이요,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은 까닭이구나 싶어서요.
저 또한 한문 한자 교육이 왜 중요하고 왜 필요한지 글로 술술 쓰지는 못하겠고 그저 막연하게나마 어렴풋이 느껴질 뿐입니다.
아무튼 우리가 한자를 싫어하게 된 건 한자 때문도 우리 때문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죠?
인동(옥산)장씨 대표카페 Cafe.Daum.Net/JangGround
우리 인동(옥산)장문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전 종인이 힘을 모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