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마늘 작업
2025.1.23
오늘부터 풀마농(잎마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8년간 1월부터 2달 간 새해피정겸 잎마늘 작업을 했지만
금년에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마늘은 거의 보이지 않고
풀만 무성한 밭입니다.
아내의 병원 입원한 후로 밭을 가꾸지 않은 결과입니다.
아래 사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 [天壤之差] 입니다.
아내와 한 몸처럼 계속 생활해야 할 것 같아서
농사도 다른 분에게 부탁하려고 생각해서
금년은 수확을 포기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고
농사를 지었다는 실적을 농협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직불금 수령(연 130만원)과 양도소득세 감면의 증거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분들의 시선도 의식했습니다.
농사꾼의 아들로서 작년까지는 밭도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농사도 잘 짓는다는 칭찬도 들었는데
밭도 관리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격지심도 들었습니다.
또한 마늘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주인을 위해서 악 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수확도 하지 않고 버린다면 마늘이 너무 슬퍼할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밭에 풀을 뽑으면서
몇 상지가 되든 작업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작업대도 대충 흙이 튀지 않은 정도로만 갖추고
첫날 1상자를 작업하여 출하했습니다.
나에게 잎마늘 작업은 피정과 같습니다.
혼자서 작업을 하다보니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지만 앞으로의 일도 생각합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보니
또 나의 지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라디오를 청취하기도 하고 신부님들 강론도 듣습니다.
두 달 가까이 작업을 하기에 평상시 할 수 없는
한 달 이상의 피정을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금년에는 기간이 짧아 마늘 피정의 효과는 별로 없지만
대신 새로운 신부님의 동영상을 발견하고는
총 29편 중에서 매일 한 편씩 시청하며 피정합니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소확행 신앙이야기’로
시와 음악 그리고 그림이 곁들여진 체험담을 통해
성경말씀은 물론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영상을 발견하게 된 것도
아내의 갑작스런 병으로 인해 받은 은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앞날을 선하게 예비하신다는 것을
다신 한 번 깨닫고 있습니다.
첫댓글 한결같은 삶의 모습 덕분에 건강도 농적물도 은총 속에 지켜지는 듯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