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목산장을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찍고 가족산행 일행이 출발(이분들은 군포에서 청계조경이라는 큰 농원을 경영하시고 그리고 새내기방에 든 "아카시아 필교"가족분들 입니다)
농장규모가 십오만평이니 대단한 곳이라 생각되며 노후에는 시골에
자연학습원을 만들어 모든이들에게 무료료 개방하여 교육도 시키고
쉼터도 제공하신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의 따님이 주아(중3이 되는)양인데 벌써 지리산 종주를 4번째 한다니 대단한 일이지요
평생에 한번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4번째라
그것도 초등학교4년때 종주경험이 있다 하니 입이 벌어질 수 밖에
그분 가족들은 가족 산행을 자주 하시는 산가족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참으로 좋은 가정의 모습을 종주내내 보여 주었다
다시 한번 그분들의 가정에 평화와 행복과 건강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아침08:00시
나는 부산 친구들과 연하천을 향해 출발
어제 오늘 날씨가 너무 맑다
바람도 자고 산행하기에는 더운 아침이다
사방을 둘러보니 능선과 능선사이 골짜기에는 운무가 깔려 여기저기
봉우리만 보일 뿐
기운차게 오르는 지리산 힘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표현 해야 할까
고민하여 본다
아마도 지리산에 묻힌 수많은 생명들의 꿈틀거림일까
억울하게 숨져간 영혼들의 울부짖음일까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천지창조일까
모든것을 품어주는 우리 민족의 영산 지리산은 알고 있으리라
역시 젊은 친구들이라 빠르다
거기다 전문 산꾼들이니 더더욱
뒤를 따른다
친구들이 나의 걸음에 맞춰 걷는 것 같다
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가나 그들은 뱀사골로 하산을 해야하는 일정이라 바쁠것이다
내가 조금 속도를 내기로 마음을 먹는다
땀이 나기 시작하고 온몸이 열기로 후끈거린다
연하봉으로 가던중 가족일행과 만나 잠시 휴식
내가 자료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해 가족일행은 장터목에서 성삼재까지
사진 촬영을 해 주었다(고맙습니다)
나는 본래 사진을 찍는 일이 거의 없다(증명사진 빼고는)
그러나 자료로 쓰려니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알린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지 않안나 생각됨(결혼식때 제외)
사진을 가진다는 자체가 산을 모독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기에
삼신봉을 지나 촛대봉을 오르니 심신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간식으로 귤과 쵸코파이를 먹으며
**서 경덕의 詩를 떠올린다***
지리산은 우뚝 솟아 동녘 땅을 다스리고 있어
올라가 보매 마음 눈이 끝없이 넓어지네.
험한 바위는 장난한 듯 솟아 봉우리들이 빼어났으니
아득하기만한 조물주의 공을 그 누가 알랴.
땅에 담긴 현모한 정기는 비와 이슬을 일으키고
하늘에 머금은 순수한 기운은 영웅을 낳게 하네.
산은 다만 나를 위하여 구름과 안개를 걷어내니
천리길을 찾아온 정성이 통한 것일까
이詩는
서경덕이 풍류를 얼마나 즐겼는지를 알 수 있는 詩라 하겠다
지리산을 찾아온 천리길
당대의 최고 문장가도 이 정도 밖에 표현을 하지 못한 것은 너무나 큰
걸작(지리산 풍경)앞에 대적을 할 수 없었으리라
山은 내가 노력한 삶만큼의 것만 준다는 사실을 아시기 바람
지금 그가 내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그 시대에도 지리산을 빼놓고서 말을 하지말라는 시절이었나
세석산장을 뒤로 하고 영신봉 칠선봉으로 간다
산행가족중 주아가 힘들어 한다
우리는 벽소령산장에서 만나자며 먼저 길을 떠난다
가는 이 길이 빨치산과 토벌대와 아비규환의 치열한 전장터였으리라
서로 죽이고 죽이는 핏물이 내 가슴속으로 흘러들어 무거운 마음이 된다
같은 민족 핏줄끼리 피를 흘려야 했던 지리산을 나는 가고 있다
이제는 그런 역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자주적 주체성을 가지고
튼실한 이 강산
튼실한 이 강토를 만들어 후대에 물려 주어야 하겠다
중산리에서 천왕봉, 장터목, 연하천,성삼재로 가는 길에는 진주산업전문대학교에서 우리의 지리산 나무들의 이름을 표찰로 만들어 놓아 많은 나무 공부도 하게 되었음을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총각샘에서의 달콤한 휴식과 약수는 감로수와 비견되는 맛으로
연거푸 마셔 배가 부르다
샘터를 지키는 산새들이 시샘을 하듯 사방을 날며 짖어 대고 돌틈에
누워 기지개를 편다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이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멍한
등이 차가와 온다
땀이 식어가는 중
다시 출발
벽소령산장에 도착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산행가족, 부산친구들과 들고 커피 한잔을 하니
피로가 몰려 온다
부산 친구들이 이럴때 소주 한잔 했으면 얼마나 좋겠노
어제 장터목에서 실탄을 다 날려 보냈으니 그 아쉬움이란
(참고로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산장에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음)
내가 연하천에서 한잔 사겠네로 달래고
연하천을 향해
이제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
점점 부산 친구들과 멀어지고 나는 무릎과 허벅지에 무리가 옴을 참으며 천천히 한발 한발 길을 옮긴다
무리하게 그들을 따라온 결과의 소산물
여러분은 산행을 할 때 절대로 다른사람의 속도에 따르지 말고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행을 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여유로운 일정을 잡아 주변을 감상하며 가시라
다리에 힘이 한계에 오고 내려가는 길에서는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아예 오르는 것이 편함
조금씩 조금씩 가다보니 먼 발치에 연하천 산장이 보인다
힘이 절로 생긴다
산장에 도착(15:10)하니 부산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장안으로 들어가니 술에 취한 객이 기다리고(그들은 연하천 토박이라나)우리는 어름맥주 3통을 마셨다
부산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 오늘 여기서 쉬고 내일 같이 하산하자고
유인 하였으나
한 친구는 그러마하고
한 친구는 약속이 있어 안된다 한다
아쉬운 작별을 한다
그들이 가는 뒷 모습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준다
우리 산에서 또 만나요 형님
그래 또 만날꺼야 건강하고 연락해라
(그들은 부산에 살며 카페 새내기방에 든 김해 대한항공에 다니는 "심 재오"라는 청년이고 다른 친구는 개인사업을 부산에서 한답니다)
그들과 백두대간 종주길을 같이 하자는 제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