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당연히 <나 홀로 집에>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번 크리스마스도 케빈이랑 보내겠다.”라고 할 정도니깐.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들 알고 있겠지만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엄마와 아빠가 집을 비워 아이가 집에 혼자 있게 된다. 그때 하필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이 아이가 머리를 잘 써서 혼자 도둑들을 골탕먹이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코미디 영화이다.
보통 이 영화를 생각하면 케빈이 도둑들을 골탕먹이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러했다. 그런데 최근 다시 그 영화를 보니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하나는 모성애를 볼 수 있었던 장면인데, 케빈의 엄마가 허겁지겁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탄 후에야 케빈을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난 지금까지 60시간 잠을 못잤어요. 갈때까지 갔다고요. 8살짜리를 위해 집에 가야해요. 어떻게든 비행기만 탈 수 있다면 가진 걸 전부 내 놓고라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더라도 난 내 아들에게 갈거에요." 이다. 예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어렸을 때 나의 엄마와 아빠도 맞벌이 하셨어서 그런지 영화 초반에 케빈에게 뭐라 하는 엄마의 모습이 미웠고 가족들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케빈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고 난 후 아이가 걱정되어 온 힘을 다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며 특히나 저 엄마의 대사를 통해 모성애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케빈과 엄마가 재회했던 장면이다. 요즘 엄마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아마 어렸을 때 맞벌이여서 나를 신경 써주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에 걸리셨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 나는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는 말만 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케빈은 “케빈, 엄마가 정말 미안해”라고 하며 크리스마스에 다시 돌아온 엄마를 보고 활짝 웃어준다. 나는 여기서 알게 되었다. 엄마가 미안해 하지 않도록 단지 활짝 웃으며 엄마를 받아주면 된다는 것을. 나는 나의 현재모습에 따라 같은 영화이지만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똑같은 영화를 보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나지만, 오히려 케빈이 더 어른스러워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