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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인협회 김해지부 / 김해문인협회
 
 
 
카페 게시글
회원신문게재글 스크랩 김해문협 문학기행-선운사(5.19.토)
이복희 추천 0 조회 230 12.05.23 10:35 댓글 25
게시글 본문내용

2012년 5월 19일 토요일, 햇귀가 눈부시다.

 

김해문인협회 상반기 문학기행으로 선운사와 미당시문학관으로 여정을 정했다.

김해시청 앞에서 아침 7시에 모두 모여 출발했다.

 

김해문협 회원들만으로 모두 39 분, 관광버스 한 차 가득이다.

 

중간중간 휴게실을 들러 11시 즈음 선운사에 도착했다.

문화유산 해설사께서 나오셔서 직접 안내해주셧다.

 

선운사를 들어서기 전, 산책길 입구에 '송악'이란 나무가 바위를 부여잡고 번지고 있었다.

천연기념물 367호로, 송악이란 이름만 듣고 생각하면 소나무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덩굴식물로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절벽을 타고 올랐다.

우리나라 서남해안 및 섬지방의 숲속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나무라고 한다.

특이하게 여기서는 개울에 뿌리를 내리고 깍아지른 절벽을 타고 올랐다.

담쟁이 덜굴도 아닌 것이, 마삭도 아닌 것이 암벽을 부여잡고 새파랗게 몸체를 드러냈다.

새파란 잎과는 달리 밑둥치는 깡마른 몸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이번엔 고봉밥을 이고 있는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드문드문 심겨졌다.

빨간 김치 한 조각을 얹어 먹고 싶은,

방금 가마솥에서 꺼낸 김이 모락모락 날 것같은 하얀쌀밥이었다.

 

나이가 누적되는 수량이 많아질 수록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나와는 달리

아직 미모와 활기를 가진 분들은 배경 좋은 곳에서는 아름다운 포즈를 취했다.

그 모습을 담기위한 사진사의 고난(?)을 아시겠지.... ㅎㅎ 

 

 

선운사 입구에 세워진 일주문을 통과했다.

 

사찰에는 늘 맑은 약수가 흐른다.

그 물은 마셔도 마셔도 지겹지가 않다.

 

대웅전 뒷편의 오래된 동백숲,

나무 둥치가 이리저리 꼬이고 불거져 넉넉한 세월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미 몇 번의 기행이지만 성실한 분들과 초행으로 지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만 해설사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다른 분들은 따로 움직였다.

어쩌면 식상한 해설에 대한 거부인지도 모를 일이다.

 

선운사를 빠져나오기 전 단체사진을 찍으려니

다들 뿔뿔이 흩어져 눈에 보이는 분들만 급하게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선운사도 절경이지만 그 길목 또한 놓칠 수 없는 경관을 하고 있다.

그 자연풍광을 그냥 지나칠리 없는 사람들, 김해문협 작가들이다.

몇 년 전만해도 디카로 사진 찍는 분들이 몇 분 없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너도나도 좋은 경치를 폰카메라에 담기에 분주했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 오를 때 눈에 띄지 않았던 특이한 나무가 보였다.

삭은 가지 안에서 새살이 돋아 신비한 모습을 자아냈다.

어미새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가득 머금고 와서는

죄다 게어내 주는 광경같기도 하다. 

사람이 자연을 닮으면 그 사람이 사는 자연은 풍광일 것이고

인간이 자연을 역행하면 그 인간이 사는 자연은 거추장스런 환경에 불과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5월엔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고 지고 나면 밤꽃이 지천일텐데

그 사이 오동나무가 꽃대를 세운다.

빳빳하게 세운 꽃대가 부끄러운지 만개한 꽃은 땅을 바라보고 있다.

매혹적이며 은은한 보라색으로....

낙화하면서 땅으로 그대로 얼굴이 처박히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몸부림으로 꽃의 얼굴은 하나같이 하늘을 향해 벌려 숨을 허덕이고 있었다.

 

 

보리똥나무도 질세라 오밀조밀하게 꽃을 만개했다. 

 

옛노래, 은희의 '꽃반지'가 저절로 흥얼대어지는 토끼풀,

여기저기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핀 토끼풀,

미소를 함께 피워 사진으로 담아내기 바쁘다.

 

선운사 오솔길 개울을 배경 삼아 예쁜 표정으로 사진도 찍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아름다움을 담기위한 사진사의 몸부림,

높낮이, 각도, 거리로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다. 

 

12시 30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풍천, 여기도 풍천이 있었던가?

풍천이란 어원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하구언 근처 샛강을 말한다고 한다.

식당 앞마당의 홍보 조형물은 풍천장어의 효능에 대한 상징물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도록 표현했다.

자신의 symbol이 버거운 남성과

지긋이 또는 애타게 올려다보는 빨간 입술의 여성....

姓이 구별되는 자연의 조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땡긴다, 무척." ^^

 

 

점심을 먹고 미당시문학관으로 향했다.

역시 이 문학관도 몇 번이나 방문을 했다.

입구에서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았다.

더 굵어지고 더 푸르러진 담쟁이 덩굴이 다시 방문하는 이를 밝게 맞아 주었다.

 

서로 마주 보고 카메라에 담기...

그냥 웃는다. 무조건 웃음이 나온다.

동심으로 돌아간 듯, 이유 없이 웃을 수밖에 없다.

서로 사랑하기에..... ^^

 

 

기념비석 앞, 한 쪽 귀퉁이에 모여 웅성거렸다.

궁금해서 무리에 함께 들어가보니

비석과 반석 사이 아주 작은 구멍에 청개구리가 반질반질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쉬이 볼 수 없는 모습이다보니 저마다 탄성을 지르며 자신의 폰카에 담기 바쁘다.

큰카메라 큰렌즈를 갖다대니 청개구리가 밖으로 몸을 더 내밀었고

카메라 가는 쪽으로 몸도 돌렸다.

큰카메라가 사라지니 녀석이 몸을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래서 얼른 나도 폰카를 들이대니 잠시 머뭇하더니

뒷걸음질을 멈추어 숨을 홀딱홀딱 쉬었다.

착한 녀석, 이뿐 녀석이다. ^^ 

 

 

 

 

 

 

 

미당 서정주 시인의 유품전시 건물로 들어섰다.

다시 새로울 것이 없고, 신작이 나올 수 없으나

전시형태가 특이해졌다.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 중간중간 공간을 짤막하게 두어 특색있는 전시장을 갖추엇다.

 

계단이 있는 콘크리트 회색 벽, 그러나 심심하지 않았다.

작은 창으로 화사한 빛이 들어오고

그 빛을 좇아, 담쟁이 초록이 작고한 시인의 글을 그리워 하며 빼꼼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미당 선생님 생가를 생전의 초가집으로 재연해 둔 집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주 오래 전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는 새마을운동으로 사라져간 초가집,

그 내부생활이 그리 안락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초가집을 보면 마음 한 켠 순둥이가 되살아나

그 집 툇마루에 앉아서

펄펄 끓는 강된장에 꽁보리밥을 호박잎쌈으로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늘 든다.

 

 

 

 

 

다시 아래로 내려와 전시관을 마저 둘러보았다.

시화전시장이 있었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가 있는 액자를 더 풍성하고 아득하게 만든다.

오래 된 시인은 시의 진국을 아시기에

서정주님의 감성을 명치에서 멈춘듯한 모습을 숨길 수 없으셨다.

나도 언제쯤 이런 詩華된 가슴을 가질 수 있을까?  

 

 

 

 

미당시문학관 너른 앞마당 한 켠에

서정주 시인께서 생전에 타셨던 자전거를 엄청 커다란 조형물로 기념해뒀다.

미당시문학관 밖으로 나와 살펴보니

근처에 핀 풀꽃들도 서정주 시인의 감성을 그대로 닮은 듯했다.  

 

 

 

 

 

미당시문학관을 둘러보고 다시 출발지 김해로 향하기 전에 단체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도 지쳤는가보다

풀밭에 가랭이를 쫘악 벌리고 주저앉아 포커스를 잡는다.

그 덕에 다들 표정이 밝게 나왔다.    

 

 

 

떠나는 아쉬움, 조금 더 추억을 담기에 바빴다.

송부회장님의 친절은 

쑥기가 많아 카메라를 피해다니던 양부회장님으로 하여금 양산을 들 용기를 주셨고

그에 더 함박웃음을 자아내게 되었다.

소녀가 되어 풀밭을 뛰어보고,

여고시절로 돌아가 풀밭에 턱도 괴어 보고,

그래서 작은 풀꽃이 더 안쓰럽고 예뻐 보이고....

꽃같은 봄이다. 꽃봄이다. 아니 봄은 꽃이다.

 

 

 

미당시문학관을 여러번 왔었던 일행은 먼저 바깥으로 나왔다.

실컷 뛰어다니고 웃고 했으니 목이 말랐다.

미당시문학관 앞에 '순천댁'이란 그야말로 자그마한 cafe가 있었다.

서너 평 남짓한 홀에 갖출 건 다 갖추었다.

그 카페 바깥주인도 한 때는 시를 썼었다고 하신다.

그래서인지 시집들이 눈에 띄었다.

Ice Amerecano를 세 잔......

 

 

출발지로 향하면서 중간에 고창고인돌박물관을 잠시 들렀고

박물관 옆 고인돌공원에 들어가 늦봄을 만끽했다.

푸르른 하늘과 푸르른 초원에서 푸르른 마음들을 나누었다. 

10년 넘게 가지고 다녔다는 李시인의 양산,

생김새로 보아 양산보다 고기 잡는 그물에 가깝다고 했지만

다들 그 어망양산에 눈독을 들였다. ^^

 

고창고인돌공원에서 단체 사진, 급조된 단체사진.... ^^

 

 

 

문학기행,

여행에 문학을 겸비한 기행이다.

이번 기행으로 좋은 작품, 추억할 작품, 자꾸 읽게 되는 작품들이 잉태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해본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명상음반 <푸른숲 이야기> 중 '자연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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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5.23 11:37

    첫댓글 선생님 덕분에 제가 기행 잘 했네요....고맙습니다....이해가 옵니다....ㅎㅎㅎ

  • 작성자 12.05.24 10:54

    다행입니다. 안 그캐도 보냈는데 받으셨나? 걱정을 했습니다. 왔다쿠이깨네... ^^

  • 12.05.23 19:12

    그날 사회보랴 이렇게 꼼꼼하게 사진 찍어서 올리랴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그날의 기억을 불러와 그 속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 12.05.24 10:46

    여행을 하고 난 뒤 저만의 희열 내지는 감상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주관적 감상이 대부분이죠. ^^
    감사합니다.

  • 12.05.23 21:34

    ㅎ 참으로 이렇게 편집해서 올리기까지 얼마나 손이 많이 갔을까요?
    감사한 마음담아 그날의 즐거움을 되새겨봅니다.^^

  • 작성자 12.05.24 10:47

    늘 하던 짓거리라 편하게 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데이~~~!!

  • 12.05.24 06:05

    이복희 선생님의 열정과 정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자료로 남겠습니다. ^^

  • 작성자 12.05.24 10:49

    국장님 열정과 정성은 늘 묵묵히 실행하기에....
    그래도 다들 아실 겁니다. 김해문협을 위해서, 회장님을 잘 보필하기 위해서 열정이 넘친다는 걸....

  • 12.05.24 21:07

    이번 여행은
    꼼꼼히 다 보고 충분히 느끼고 왔다 생각 했는데
    많은 것을 놓치고 왔다는것 알게 해준 선생님의 글과 사진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선운사 연초록 바람이 찰방거립니다

    바람꽃되어 창공으로 숲으로 개울가로
    사람에게로 향하는 선생님의 뜨거운 눈빛을 우리는 사랑합니다

    글 속에 모습이 있는 선생님들을 대표해서
    " 이복희 선생님! 우리들을 즐겁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데이~~~♥ "

  • 작성자 12.05.24 10:51

    저도 억수로, 엄청, 하늘 땅만큼, 천지삐까리로 살랑살랑살랑합니데이~~~!! 키스

  • 12.05.24 09:25

    문학기행담 공모는 안하나요?

    대상

    이복희 시인님

  • 작성자 12.05.24 10:52

    잘못하면 주최측 농간이 됩니다. ㅎㅎㅎㅎ

  • 12.05.24 16:21

    동행할 수 없음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이렇게 새밀히 소개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진속에 나의 존재가 없다는 것 뿐 마음은 어불려 도솔천을 거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작성자 12.05.24 23:56

    도솔천을 거닐다.....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

  • 12.05.24 17:50

    표현은 못해도 안진상 선생님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끼리 넘 떠드나 싶기도하고 송구합니다.
    건강건필 하시기를 바랍니다()

  • 12.05.26 15:40

    아닙니다 김해문협을 위해서 여러모로 노고가 많으십니다.
    사진을 보면서 수필하나를 건집니다.
    감사합니다 국장님.

  • 12.05.24 22:02

    확실한 문학기행입니다 역쉬 ㅎㅎㅎ

  • 작성자 12.05.24 23:56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

  • 12.05.25 10:03

    사회자가 여기 이 사진 올린 사람이 맞지요, 할 하던데요.

  • 작성자 12.05.25 19:10

    감사합니다 부회장님 ^^

  • 12.05.26 15:31

    참, 땡기게 하네요... 당연히 어떤 간극이 있겠지만 라캉의 신조-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그러나 왠지는 몰라도, 나는 당신보다 당신 안에 있는 뭔가를 더 사랑한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파괴한다.-에서 사랑이란 단어에 땡기다가 자연히 들어가네요... 나는 당신이 땡긴다,로... 마지막 구절 파괴한다.-항칠한다.로 변환될 수 있지요..실지로 항칠(?)을 한 샘이 있잖습니까.. 사진이긴 해도..즐감했습니다..

  • 작성자 12.05.27 11:53

    라깡의 사랑을 사랑합니다 ^^

  • 12.05.30 20:44

    그 날 술맛 땡긴다고 했는데,
    혼자서 이런 짓하셨구만~
    앙큼하십니다.

  • 작성자 12.05.31 01:43

    앙큼~~m(^0^)m~~, 상큼★(*^▽^)v☆ 찔끔 (-ㅂ-)>

  • 12.05.31 10:50

    술맛이 달달한 날
    또 만나입시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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