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당신, 양반다리 안 된다면?… 뼈 썩는 중일 수도
술을 자주 마시는 중년 남성이 외상 없이 사타구니, 허벅지 부근이 시큰거리고, 양반다리가 불편하다면 '대퇴골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봐야 한다.
술을 자주 마시는 남성이 양반다리가 갑자기 불편해졌다면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허벅지 뼈가 썩는 '대퇴골 무혈성 괴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퇴골 무혈성 괴사는 허벅지 뼈(대퇴골) 위쪽 끝(대퇴골두)으로 들어가는 혈류가 차단돼 허벅지 뼈조직이 괴사하는 질환을 말한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약 2배 더 흔한데, 특히 40~50대 중년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노화가 시작돼 골밀도가 떨어지는 중인 데다가, 여성보다 비교적 음주와 흡연이 잦기 때문이다.
술을 자주 마시면 체내에 아세트알데하이드 성분이 축적돼 관절로 통하는 미세혈관이 잘 막힌다.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뼈조직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괴사 자체로는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 괴사한 대퇴골두에 계속 압력이 가해지면 괴사 부위가 골절되고, 주변부까지 손상돼 사타구니와 허벅지 등이 시큰거리는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담배까지 피우는 사람이라면 담배 연기 속 니코틴과 카드뮴 등이 비타민 D와 칼슘 흡수를 방해해 골절이 더 쉽게 나타난다. 실제로 대한금연학회 '흡연이 뼈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남성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골밀도가 4~15.3%가량 낮고, 골절의 위험도는 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반다리 자세가 불편하고, 잘 안된다면 이미 괴사 후 골절까지 진행됐을 수 있으므로 바로 진료를 받아봐야 안전하다. 처음에는 한쪽 다리만 불편하다가 나중엔 반대쪽도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 똑바로 걸을 땐 괜찮다가 방향 전환을 할 때 고관절에 이상이 느껴지고, 차에 타거나 내릴 때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괴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대퇴골두가 함몰되면서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지거나 한쪽 허벅지가 유독 얇아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퇴골두.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험 인자로 과도한 음주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 등 부신피질 호르몬 사용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 ▲신장 질환 ▲전신성 홍반성 낭창(루푸스병) 환자 ▲잠수병 ▲방사선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등이 확인됐다. 외상으로 고관절이 골절되거나 탈구돼 혈류가 차단돼도 대퇴골 무혈성 괴사가 생길 수 있다. 위험 인자 없이 생기는 환자도 간혹 있다.
대퇴골 무혈성 괴사는 특히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빠르게 발견하면 수술 없이도 나을 수 있기 때문. 뼈조직 일부만 죽고, 큰 문제가 없다면 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조적 치료를 했을 때 저절로 낫기도 한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환자의 약 20%는 1년 이내, 75%는 3년 이내 대퇴골두가 내려앉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땐 수술받아야만 한다. 크게 진행되지 않았다면 대퇴골두를 전부 제거하지 않고, 연골만 제거한 뒤 표면에 합금을 씌우는 표면 치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면 대퇴골두를 인공으로 바꾸는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