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벌은 무엇인가? 칠/토(討), 벌줄/벌(罰)과 '흉'의 어원
"여호와 하나님이 뱀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렇게 하였으니 네가 모든 육축과 들의 모든 짐승보다 더욱 저주를 받아 배로 다니고 종신토록 흙을 먹을지니라.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 너는 남편을 사모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하시고, 아담에게 이르시되 네가 네 아내의 말을 듣고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한 나무 실과를 먹었은즉 땅은 너로 인하여 저주를 받고 너는 종신토록 수고하여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라. 아담이 그 아내를 하와라 이름하였으니 그는 모든 산 자의 어미가 됨이더라.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타락으로 인한 저주의 구절이다. 결국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처벌(處罰)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벌(罰)은 또 무엇인가? 벌줄/벌(罰)은 꾸짖을/리(詈)와 칼/도(刀)의 회의자로 본다. 그러나 비슷한 의미의 벌(罸)을 그물/망(网)과 칠/토(討)의 회의자로 볼 수 있듯, 현(䚯)과 망(网)의 회의자로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벌(罸) 역시 리(詈)와 촌(寸)의 회의자로도 볼 수 있다. 오늘날 벌(罰)에 대한 우리말은 찾을 수 없다. 벌(罰)에 밀려 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원래부터 없었다가 글자가 만들어진 이후에, 즉 죄(罪)의 상대성으로 새로 생긴 개념일 수도 있다.
'벌을 주다/받다'의 의미는 죄의 댓가를 주고받는 뜻이다. 죄의 우리말은 허물이다. 그러면 허물의 대가를 주고받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죗값으로 허물을 벗을 수 있는 대가를 말한다. 하여 허물을 벗게 하는 것이 벌(罰)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벌(罸)의 글말 '벌'은 '(허물을)벌리다' 또는 '벗겨 일으키다'의 준말로 볼 수 있다. 그물[망(网)]은 둘리고 덧씌우는 것으로 허물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하면 벌(罰/罸)은 망(网)과 현(䚯)/토(討)의 회의자로 봄이 타당하지 않을까?
현(䚯)과 토(討)는 비슷하게 쓰이는 말이다. 칠/토(討)는 '① 칠, 정벌할 ② 찾을, 궁구할 ③ 요구할 ④ 다스릴, 죄줄 /토'의 뜻을 가진다. 글말 '토'를 '틔우다, 토닥이다'의 준말로 보면, '말을[언(言)] 차례차례(마디마디)[촌(寸)] 틔우다(돋우다)[토]'는 의미이다. 그리고 언(言)을 신(辛)과 구(口)의 회의자로 보면, '코를 꿰어[신(辛)/베틀신대(신나무)] 부르다(이르다)[구(口)]'의 의미를 글말 '언'이 모으는[회의(會意)] 구조이다. 글말 '언'을 '얼이 나오다 또는 나뉘다'의 준말로 보면, '얼이 나뉘어(얼이 나와)[언] 한 코 한 코 (베를) 짜듯(뜨개질하듯) 매기어[신(辛)] 이르다(부르다)[구(口)]'는 의미로 말이란 (각각의) 얼이 틀 씌워져 나와(나뉘어) 이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말의 '말'은 '마음의[마] 울(틀/집)[ㄹ]'의 준말이다. 따라서 토(討)는 '마음의 틀 또는 싹의 울을 마디마디(차례차례) 틔우는' 것이고, 현(䚯)은 '나누어[도(刀)] 견주는[현(견)]'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하여 '얼을 차례차례 틔워가는' 의미로 '정복할' 뜻이 유추되고, 그 밖의 의미도 유추될 수도 있다. 나아가 얼이 자라며 성장하는 삶의 모습과도 비견될 수 있다. 하면 罸은 삶의 허물이고, 삶에 허물을 덧씌운 것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옥죄어진 죄(罪)와도 일맥상통하므로 죄(罪)와 벌(罰)을 가끔씩 혼동하여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죄(罪)가 삶에 덧씌워진 허물을 조이[죄] 듯, 벌(罸)은 그 허물을 벗어 버리는[벌] 것이다. 그런데 우리말에 허물이 벗겨지고 아물은 것을 뜻하는 '흉'이 있다. 그러면 '흉'은 '허물이[휴] 아물다[ㅇ]'의 준말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아문 자리'와 '허물'의 뜻으로 함께 쓰이는 말이다. 분명한 차이가 있는 말인데 같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흉터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음으로 함께 쓰이는 듯하다. 어쨌든 '허물을 아물게 하는 것'을 '흉'으로 보면, 벌(罰)의 우리말로도 볼 수 있다. 죄와 벌이 혼동되어 함께 쓰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나아가 흉터가 쉽게 지워지지 않듯, 벌(罰)의 엄중함(두려움)을 경계하는 말이기도 하다. 덧붙여 '흉'을 벌(罰)로 보면, 벌(罰)은 '망(网)과 언(言) 그리고 도(刀)' 각각의 회의자로도 볼 수 있다. 즉, '얼의 틀[언(言)] 곧 삶에 상처를 입혀[도(刀)] 허물이 덧씌운[망(网)] 것을 벗겨 아물게 하는[벌]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벌(罰)이란 죄의 사슬(족쇄)를 푸는 열쇠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죄의 허물을 벗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댓가/수고로움/일 등으로, 죄 진 자의 의무이고, 소명(召命)이다. 우리 모두의 죄, 허물은 하나님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벌(罰)은 하나님의 흉과 흉터를 지우는 일이다. 곧 하나님의 길을 닦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