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
다, 잊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제가 광주 월산동성당에서 사목할 때,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신학생이 서품을 받고 보좌신부로 왔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후배이고 친해지려고 말을 내려서 했더니, ‘대뜸 왜, 자기에게 반말하느냐?’고 따지더라고요.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기에 걸려서 주일 미사 전에 “고해성사”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왜, 신부님 일을 자기에게 맡기냐?” 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입니다. 너무너무 화가 났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서품받고 1, 2년 차 때는 열심히 거룩하게 살았는데, 염주동성당에서 3년 차 제1보좌신부를 하니까 좀 교만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당시 주임신부님이 일을 시키면 “왜, 나만 시키느냐?”고 반항하다가 여러 차례 야단맞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보좌 신부에게 당하고 보니, 그때 주임신부님에게 대들었던 것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저의 교만하고 잘못된 모습을 용서해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신부님께서 한마디 말씀하셨습니다.
“조 신부, 다 잊었다.”
“다, 잊었다.”라는 신부님의 한 말씀은 너무나 화가 났던 제 맘을 위로하였고, 또한 건방 떨었던 보좌신부를 용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통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최후 심판에 관한 말씀을 보고 듣고 쓰고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을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그러나 예수님께서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그런데 오른편과 왼편에 서 있는 그 기준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루카 복음 10장 29절 이하를 보면, 예수님께서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습니까?” 라고 묻자 율법 교사가 대답합니다.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그래서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행동으로 옮겼지만, 반대로 왼편에 있는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는 저희에게 모든 것을 만들어주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할 수 있다.’라는 가능성과 ‘될 수 있다.’라는 희망을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톨스토이라는 작가 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에 나온 “두 사람”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돈은 없었지만, 늘 사람과의 관계가 좋게 하고, 매사에 늘 즐겁게 살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며 비록 넉넉하지 않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돈은 많은데 그 재산을 지키려고 하다 보니 베푸는지 모르면서 살았고, 비록 많은 것을 가졌지만 삶이 허무하고 공허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때 톨스토이가 이런 말을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는 ‘지금, 이 순간이요.’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 앞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이고.’가장 중요한 일을 ‘지금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일입니다.’
저 두레박 사제는 교회 달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예수님께서 게셋마니 동산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당신의 고통을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며“너의 지난날에 모든 일을 잊었노라.”라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해 봅니다.
그러기에 성 아우구스티노께서는 “지나간 일들은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지금 일들은 하느님의 사랑에 맡기고, 다가올 일들은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며 살자.”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고운님들도 주님의 은혜로운 음성을 듣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 잊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아픈 이들을 돌보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고운님들은 지나간 일들은 하느님의 자비에 맡기고, 지금 일들은 하느님의 사랑에 맡기고, 다가올 일들은 하느님의 섭리에 맡기며 살아가면서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첫댓글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