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새학기에 도입한다면서 학교 명단 공개 안해]
서울 초등교 58.7% 실시
인터넷 엄마 커뮤니티엔 '도우미 구함' 글 늘어
일부 학교 "아직 결정 안나… 3월 입학 후 알려주겠다"
서울시교육청이 올 3월 신학기부터 '9시 등교'를 도입하면서 맞벌이 가정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신학기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자녀 학교가 9시 등교를 실시하는지 여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 급작스럽게 9시 등교를 통보받은 맞벌이
부모들은 '등교 도우미'를 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월부터 서울 지역
353개 초등학교(전체 초등학교의 58.7%)에서 9시 등교를 실시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하지만 학교 명단은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개별적으로 봄방학 전이나 3월 신학기에 학부모들에게 9시 등교 실시 여부를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 학부모들은 "등교 시간이 늦춰지면 당장 아이 등교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3월 신학기에
알려주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올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직장 여성 김모(42)씨는 답답한 마음에 10일 학교에 전화해 아이 등교 시간을 문의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아직 결정이 안 났다. 3월에 입학하면 알려 드리겠다"고 대답했다.
올
해 자녀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최모(서울 서초구)씨는 10일 학교에 문의해보고 나서야 3월 등교 시간이 9시로 늦춰지는 것을
알았다. 맞벌이 부부인 최씨는 작년까지 아이가 8시 20분까지 학교에 등교했기 때문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했다. 하지만
9시 등교가 되면 부부가 출근한 다음 아이가 혼자 학교에 가든지 등교 도우미를 구하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씨는 "개학이
20일밖에 안 남았는데 갑자기 등교 도우미를 구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혼자 학교 보내자니 마음이 안
놓인다"며 "학교는 일찍 등교하는 아이를 위해서 독서실을 개방하겠다고 하지만, 맞벌이 가정 몇몇 애들만 독서실에 앉아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회사원 배모(46)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현재 8시 30분인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춘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하다가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조정했다. 회사에 사정해 출근
시간을 30분 늦추는 대신 퇴근을 30분 늦게 하기로 한 것이다. 배씨는 "등교 전 학교에 돌봄 교실이 운영된다고 하지만, 맞벌이
가정 애들만 멀뚱히 앉아 있을 것 같아서 싫었다"며 "나는 회사에서 출근 시간을 늦추는 것을 허락받아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맞벌이 가정은 정말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등교 도우미를 구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맞벌이 부부가 출근한 뒤 아이를 한 시간 정도 돌보다가 9시까지 학교 데려다 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앞서
작년에 9시 등교를 도입한 경기도 지역 학부모들이 '이모넷(베이비시터 사이트)에서 구해라' '아파트에 종이를 붙여 동네 주민에게
부탁하시라'고 조언하는 댓글을 달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총 3억원을 배정해 9시 등교를 도입하는 초등학교에
80만~1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독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교통 지도 시간이 늘어나는
녹색어머니회를 지원하는 데 쓰라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성급하게 예산을 줘서 아침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무슨 내실이 있겠느냐" "이런 부작용에도 9시 등교 제도를 왜 이리 서둘러 도입하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