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된
악재(惡材)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여권 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들이 계속 나오면서 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차남의 병역면제 의혹을 공개 검증하고 13년 전 장인의 입원 기록까지 제시하는 등 청문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논란, 삼청교육대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이어 ‘언론 외압 의혹’ 녹취록까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녹취록과 관련, 녹음 내용을 야당에 전달한 해당 언론사는 “취재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이 후보자의 발언 내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자 본인도 처음엔 “그런 얘기를 했을 리가 있나”라고 했다가 이후 “부족함에 대해 통렬히 반성한다.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이 후보자를 무작정 감싸기보다는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일단 인정한 뒤, 녹음이 공개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등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새누리당 황영철 정책위부의장은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라며 “하지만 이 후보가 국민과 청문위원들에게 사과했기 때문에 충분히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여야
청문위원 합의로 (녹취록) 공개 여부를 결정했으면 좋았을텐데, 야당이 나가서 따로 공개하는 과정이 국민들 보기엔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도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후보자가 녹취 내용과 관련해 사과할
부분은 국민과 언론에 사과했는데, 인준 이후 변화된 인식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녹취록 공개는 논란이 되는 내용을
떠나 불법적이다. 정언유착은 근절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자 지명 직후엔 야당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 후보자가) 야당과 소통해왔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했던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야당의 기류도 변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11일 “앞서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가 있어서 웬만하면 넘어갈 텐데
그러지 못하게 됐다”며 “청문회가 끝나면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도저히
국무총리가 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격”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인사청문회는 국민을
상대로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이라며 “특정 개인의 의사를 갖고 된다, 안 된다 말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냥 넘어가지 못하게 됐다”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회의원 출신 총리·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만약 이 후보자가 이번에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불명예가 될 수
있다. 낙마 사태가 벌어지면 청와대와 여권 전체에도 치명타다. 지난해 안대희·문창극 후보자가 연거푸 낙마한 바 있어 청와대의 인사
난맥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고, 국정 공백도 불가피하다.
인사청문회법은 청문회 종료 3일 안에
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야당 반대로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해도 야당에서 반대 당론을 정하고 반대 투표나 표결 불참 등의 방법으로
여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임명동의안 처리를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