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던 타이밍에 야구 못 보고 갑자기 여행을 가게 되서 아쉬웠는데
신나게 놀고 돌아오니 그 사이에 소리 소문없이 4연패가 쌓였네요
패한 4경기 실점을 모두 더해도 20점이니까 투수진이 무너졌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데
연패 4경기 중 2경기는 선발이 5회 이전에 강판 당했고
박주홍 서균은 3경기 등판 / 박상원은 41구 / 송은범은 55구 / 이태양은 연투로 64구 던졌네요
그렇다면 투수들이 잘 버텼다며 자위하기도 어렵고, 불펜 소모를 최소화하며 지는 묘수를 발휘하지도 못한겁니다
투구수가 부담되고 등판 간격이 많은 것만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도 결국 이기지 못했으니까요.
감독에게 많이 이겨달라고 부탁하면서 투수도 아껴달라고 하고
심지어 지는 순간에도 투수를 많이 쓰지 말라고 하면 참 가혹한 미션처럼 보이죠
감독이 무슨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그런걸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실제로 그런 걸 해내는 감독이 많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어렵더라도 그걸 해야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투수가 많아져야 팀이 어려움에서 벗어나 강해질 수 있는거고
실제로, 그걸 해낸 감독들이 (사실은 외국인이긴 했지만) KBO에 분명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불과 몇개월 전 팀 선배 이상군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법 그렇게 해냈죠.
이 부분에서는 감독이 앞으로 계속 신경 써 주기 바랍니다
1년차 감독이고 약팀을 맡은 상황에서 비교적 잘 끌어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부분은 더 잘해야 됩니다.
그래야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내년보다 나은 후년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투수를 쓰는 타이밍과 순서는 당연히 감독의 권한이지만
투수가 자꾸 나오면 결국 팀은 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염두에 두고
투수 더 아껴가면서, 투수진의 힘을 점차 늘려가기 바랍니다
어려운거 알지만
그거 해달라고 팀 수장 자리에 앉힌 거고
정우람 빼고 모든 투수가 다 자주 나온다면, 그건 분명 운용에 미스가 있다는 증거니까요.
타자들 얘기도 한번 해보죠.
공격 쪽에서도 아쉬운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4연패 기간 동안 득실점 마진이 10득점 / 20실점이네요
숫자로 보면 -10입니다. 손해를 많이 봤죠
한동안 활화산처럼 타지던 타선 컨디션이 또 죽었습니다
'공수에서 빛난다'는 단독 기사가 연달아 나오던 양성우는 사구 영향인지 4연패 기간 동안 13타수 1안타 (.076)
매경기 안타를 뽑아내던 이용규도 현재 3경기 연속 무안타로 1-2번 라인이 지난주 같지 않죠
이성열과 김태균은 각각 15타수 4안타 / 12타수 3안타로 확률 높은 타격을 해주지 못했고
심지어 그나마 잘 치고 있는 송광민 호잉도 지난주와는 달랐습니다
4~5할을 넘나들던 시점과 비교하면 공격 생산력이 다소 줄고 연패 기간에는 홈런도 안 나왔죠
타선이 터지면 참 신나죠
안타나 장타 터질때마다 '아싸 좋구나' '나는 행복합니다' 싱글벙글 하게 됩니다
상대 투수가 고개 푹 숙인채 강판되는 모습을 보면 통쾌하기도 하고
"그래 맞아, 우리 다이너마이트, 클린업 쿼뎃이었지!" 하면서 옛 생각에 신나기도 하고
한번 불 붙으면 상대가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타선이 그렇게 매경기 터져주지를 않습니다
안 터져요. 타자들은 원래 늘 팬심을 배신(?)합니다.
그나마 요즘 리그가 타고투저여서 예전보다 점수가 많이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래 투수가 타자를 더 많이 이기죠
투수력이 상수고 타력은 변수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 있고요
다만, 투수력은 채우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그나마 타력은 상대적으로 덜 어려워 보이니까 자꾸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들 그거 기억 하시나요?
제가 지난 겨울에 그토록 부르짖던 얘기
<타선도 아직 약하다. 그러니까 FA 타자 한명 영입하자>
송광민 호잉 김태균 모두 좋은 타자고
이성열은 2015년 후반기 공 보는 눈이 확실히 생기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규 정근우도 여전히 제 몫을 해 줄거고
양성우도 한 단계 발전했죠
컨디션만 좋으면 분명 경쟁력 있는 타선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0개구단 전부 상위타선은 다 강합니다.
우리만 강한게 아니에요. 아니, 솔직히 다른팀은 우리보다 더 강하죠
리그에는 전반적으로 홈런타자가 넘쳐나며
그 선수들은 (주력 대부분이 82~85년생인 한화와 달리) 대부분 8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들입니다
게다가 우리 라인업의 타자들은 대부분 수비 또는 주루 쪽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데
리그에는 공-수-주 모두 잘하는 타자들도 많습니다.
작년 FA 영입 문제는 이제 와서 해봤자 이미 의미 없는 얘기고
그때 우리가 돈 보따리 싸들고 찾아 갔어도 그 선수들이 안 왔을 수도 있죠
89년생 양성우-오선진이 작년 시즌 FA 대상자들의 포지션에서 지금 열심히 뛰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만약에, 아래 선수 중 한명이 팀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봅니다
87김현수 .337 5홈런 12타점
87민병헌 .311 1홈런 08타점
88손아섭 .315 2홈런 11타점
87황재균 .295 2홈런 10타점
타자 한명이 팀 운명을 바꿀 수는 없고,
저 선수들의 타격 역시 똑같이 '사이클'이 있으며
수십억이라는 몸값도 '가성비'를 생각하면 분명 비싸지만
라인업의 활용도, 부상-부진 선수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카드 등을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보거든요
이제 와서 얘기해봐야 별 의미 없지만 말입니다.
한용덕 감독과 선수들 모두 나름 잘 해주고 있습니다
없는 살림에 꾸역꾸역 잘 막아왔고
부진한 선수가 있을때 그 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열심히 메우기도 했죠
대견하고 기특한 모습을 보인적도 많고요
하지만 더 잘해야 됩니다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후년에는 내년보다 더 잘해야 되는 숙제도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선수층이 지금보다 더 두꺼워야 됩니다
투수도 더 많아야 되고, 타자도 지금보다 더 많아야 됩니다.
하지만, 그런 선수가 어디서 갑자기 '뿅'하고 나타나주지 않죠
서산에서 퓨쳐스 선수들이 크고 있지만, 다른 구단 2군 구장에서도 그만한 선수들 똑같이 다 성장 중이고
좋은 외국인을 뽑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 방법 역시 다른팀 모두에게 똑같은 확률로 주어진 변수입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투수도 만들어야 되고 타자도 만들어야 됩니다
그러니까, 팀내에서 돋보이는 유망주 말고 다른팀과 싸워 이길만한 경쟁력 가진 <야잘잘> 선수 말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죠
팜에서 만들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으니까요.
올해부터는 어떤 방법을 쓰든
가능한 방법과 자원을 모두 동원해서
계속 선수를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그래야 일주일간의 좋은 분위기에만 기뻐하지 않고
시즌 전체의 종합적인 그림을 보고 좋아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이상군처럼 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으나, 이상군도 올초 감독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겁니다. 이상군은 작년에 목표가 없었고, 이글스 큰 형의 입장에서 그간 혹사되었던 선수들 다독거리며 선수들 위로만 해 주면 되었기 때문이죠. 이번주 저도 아쉬움이 많지만 한감독이 져야할 짐이라고 봅니다.
오늘 한감독님 운용에서 지난날 우리가 많은 비난을 했던 그분의 향기 아니 냄새가 조금 났습니다. 앞으로 차차 나아지길 기대합니다
FA도 FA지만 내야가 약한 사정에 1루,3루가 가능한 정성훈 영입에 뛰어들지 않은게 가정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