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험 치르신 분들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각자 인생의 짐이 얼마나 무거우셨습니까. 아무도 모릅니다. 나만 압니다. 그 힘든 수험생활은요. 그래서 저도 사실 해드릴 말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글을 씁니다.
저는 지난 5월 1차탈락한 헌동차입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 제대로 해놓은 건 하나 없고 나는 이제 어찌 살아야 하나. 친구들은 여기저기 잘만 붙고 애도 낳고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이리도 한심하고 나약한 걸까.. 같은 출발선 상에 서있던 대학 동기들이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가고 나는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위험한 코인에 투자하고, 어떻게든 취업하려고 스스로를 채찍질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공황발작을 경험합니다.. 죽을 것 같은 공포. 끝없이 추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 불길한 생각은 주체할 수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심지어는 악마가 내 영혼에 죽음을 속삭이는 듯한 느낌.. 내 인생이 키가 고장난 배처럼 이리로저리로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후 이제 한달.. 감사하게도 공황발작은 그 이후 없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잠을 자고 꿈꾸는 게 좋습니다. 꿈에서 깨면 또다시 차가운 현실이 나를 옭아맵니다.
고통은 끝이 없습니다. 어느 불자가 말했듯 인생은 고통의 바다입니다.
저는 희열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침내 제 고통을 마주하게 됐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낍니다. 제 고통의 원인은 누구의 말마따나 인정중독입니다. 엄마아빠의 인정을 받기 위해, 교수님의 인정을 받기 위해, 직장상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참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어릴 적 나의 생존방식은 엄마의 칭찬이었습니다. 그게 대학에 가서는 교수의 칭찬, 사회에 나가서는 상사의 칭찬이 되었을 뿐이죠.
노무사 시험을 준비한 것도 고상한 목표를 내세웠으나 그저, 그럴듯한 타이틀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처절히도 그 타이틀을,, 나를 대신 소개해줄 수 있는 그 전문직 타이틀을 얻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직업..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는 명함.. 부모님께, 친척과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좇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나, 나는 지독히도 집착합니다.. 아무 타이틀도 없는 나, 아무 커리어도 없는 나, 그냥 나라는 사람을 그대로 인정하기에는 내가 너무 못나보입니다. 그냥 나를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요..
오늘 우연히 한 영상을 보았습니다. 1980년대 초반 kbs의 이산가족상봉 영상이었습니다. 어릴적 부모에게 버림 당한 두 형제였습니다. 동생은 버려진 경험이 쓰라렸던지 형을 만나고도 '남에게 손안벌리고 잘살고 있으니 형님은 걱정 마시라'고 합니다.. 그 말에 형님은 '사는 건 걱정하지 말라'하십니다.
매섭도록 무거운 책임감입니다. 동생과 동생의 가족들까지 모두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당연히 널 책임지겠다는 다부진 각오였습니다. 나는 이 영상을 보고 울었습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아니 내 인생만이라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될 겁니다. 나를 사랑하니까요. 내가 잘 되기를 간절히 바라니까요.
여전히 불안하고 힘들고 나약한 우리지만 포기하지 맙시다. 우리 인생을 책임집시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되찾읍시다. 길고 긴 낮과 밤을 살아나갑시다. 스스로에게 '사는 건 걱정하지 마라' 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아 영상 첨부합니다.
https://youtu.be/MFo4IEnojDw?feature=shared
첫댓글 글 정말 잘쓰시네요..! 심금을 울리는..저도 1차 탈락자인데, 내년에 같이 붙어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ㅎㅎ
저는 시험준비는 이제 못하겠습니다..ㅠ 다른 진로를 탐색중입미다.
내년 좋은 결과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고이네요 좋은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눈물이 나네요.
우리 모두 어느 길을 걷든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이 되길 바라요🥹🍀
맞습니다.. 스스로 만족하는 삶. 그걸로 충분합니다.
토닥토닥
우리 잘해왔어요.
인정욕구도 사는데 원동력이 될수있는대
너무 채찍질하지마세용.
우리 잘 살아봐요 언제 어디서든 🫶🏻
맞아요 인정욕구가 있었기에 저도 여기까지 열심히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ㅎㅎ 모달님도 건강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가장 어둡고 깊은 터널의 끝은 그 길이만큼 몇 배 더 밝은 빛입니다.
늘 건승하세요.
응원 감사드립니다. 어둡고 깊은 터널의 끝에 그 길이 몇배 밝은 빛이 있다고 믿습니다. 건승하십시오!
마음이 안 좋았는데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위로가 되었다니 참 다행이고 뿌듯하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틀 간 시험 치르신다고 정말 고생하셨어요 ^^
같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저도 같이 잘됐으면 합니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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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눈물 나실만큼 고생하셨나봅니다 ㅜ.ㅜ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9.01 23:3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9.02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