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하시라 성불하시라
중 선탄(禪坦)은 글에 능하고 골계를 즐기기로 일세에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그는 방랑을 즐기고 계율을 따르지 않는 일이 많았다.
때마침 관서 기생으로 얼굴이 곱고 시를 아는 여인이 있어서
선탄은 그를 찾아 가서 시를 지어 수창(酬唱)하기로 했다.
기생이 을(乙) 일(一) 불(不)의 세 자의 시운을 부르자 선탄은 곧,
閣氏顔色眼甲乙 (각씨안색진감을)
多情嬌態又第一 (다정교태우제일)
若逢此女幽暗處 (약봉차녀유암처)
鐵石肝腸安得不 (철석간장안득불)
각씨의 아리따운 얼굴
성불하시라 성불하시라 117
도움이 더 필요하신가요?
위 내용에 대한 현대어 풀이나 한자 뜻이 궁금하시다면 바로
참으로 으뜸이라
다정한 교태로움
또한 제일이구나
깊숙하고 어두운 곳에서
그녀를 만난다면
철석간장일지라도
편안하질 못하리라
하고 그녀를 칭송했다. 그러자 기생이 웃음 띤 얼굴로,
「스님도 여자를 사랑할 수 있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선탄은,
「비록 하지 않을지라도 할 수 없음은 아냐. 옛날 아란(阿難)은 석가여래의 높은
제자였으나 마등(摩登)이란 음녀와 통하였으니
이 아란이 중이 아니고 이 마등이 또한 계집이 아닌가?」
선탄의 말이 이에 이르자 기생은 다시,
「그러면 스님은 음사의 자미를 아시는지요?」
「그럼 자네는 내가 참으로 그것을 모르는 것으로 아는가. 선가(禪家·참선하는 중)에
극락세계가 있으니, 내 이제 곧 너의 치마를 벗기고 너의 팔을 잡고 너의 다리 사이를
헤치고 너의 옥문에 들면 극락의 자미가 절로 그 가운데에 있을 것이니라. 이것이
가위 극락세계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이 경지에 이르면 너는 반드시 나로 인해 그
참된 맛을 알았노라고 이를 것이니라.」
「스님, 그 빼어난 머리여, 알았소이다. 알았소이다.」
「넌 다만 나의 머리가 빼어난 것만을 알았지 나의 아랫대가리가 빼어난
것은 모를 거야. 이제 너를 위해 시험해 보리라.」
이리하여 선탄과 기녀가 합일하니 기녀가 감창(甘唱)을 하는데
성불하시라 성불하시라
이윽고 숨이 가쁘게 되었다. 그러자 겨우 목구멍 소리로,
「스님은 저를 속였구려. 스님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 주이거늘 어이하여
소첩을 이토록 사정에 빠뜨리는 것이옵니까?」
선탄은 크게 웃고,
「불법이 심히 신통하여 사람을 환생시킬 수도 있으니, 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거니와 또한 살릴 수도 있느니라.」
그런데 그때 마침 어떤 자가 그 모든 것을 엿듣고 있다가
돌연 문을 벌컥 열어 젖히더니,
「스님! 지금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하였다. 이에 선탄이 얼른 응답하는데,
「나라를 위해 현량(賢良)한 아이를 만들고 있는 거요.」
하니 그자는 말문이 막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