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오랜만에 동생들과 운길산엘 갔다. 내가 몇 달간 몸이 아파서 동생들과 매달 가던 산행을 중단 했었기
때문에 일정들을 맞춰서 약속을 했다. 운길산 가는 전철은 용산역이 시발점이지만 다른 동생들을 위해 회기역에서
(청량리 다음 역) 타기로 했다. 아침 시간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 9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좀 늦은 동생이 있어서
9시 17분차를 보내고 9시 44분 차를 탔다. 동생이 늦었어도 상관없이 즐겁기만 했다.
회기에서 운길산역까지는 35분이 걸린다.오래간만에 동생들이랑 가는 산행이어서 마음이 설레고 너무 좋았다.
운길산역은 지은지가 오래 되지 않아 산뜻한 건물이 깨끗하다.운길산 역 마당으로 나오면 앞에 커다란 관광
안내 지도가 있다. 거기서 오른쪽 방향으로 5분쯤(?)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굴다리가 나오는데 그 굴다리 아래로
들어서면 바로 운길산 가는 길이다. 곳곳에 예쁜 시비와 함께 이정표가 있어서 찾아가기가 쉽다.
운길산 역에 도착해서 서둘러 내리다가 내가 호되게 엎어졌다.
전철문턱보다 전철역 홈의 턱이 10cm가량 높아서 턱에 걸려 넘어진 것이다.
넘어지는 순간 내 몸보다 카메라부터 걱정했다. ㅎㅎㅎ
카메라를 안고 엎어지는 순간, 아이구 카메라가 깨졌겠구나!했다.
작은 카메라가 고장이 자주 나서 할 수 없이 큰 카메라를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얼마나 아픈지 동생들이 양쪽에서 부축하는데도 정신이 아뜩해서 얼마동안 일어서질 못했다.
잠시 후 일어서서 걷긴했지만 걸음을 뗄적마다 너무 아팠다.
그러나 동생들이 걱정할 것같아서 내색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 올라 갔다.
왼쪽부터 올케.두쨰딸(내가 맏딸이다) 막내딸, 세째딸이다.
어머니가 쓰러지신 이후로 모두 정성스럽게 어머니 간병을 하는 고마운 올케이고
고마운 동생들이다. 더구나 내가 앓는 동안 내가 간병에서 빠지게 되니 고생들이 많았다.
어느 산이고간에 숲길로 들어서면 싱그럽고 상쾌한 느낌이 들고 폐속 깊이 신선한 공기로 찌들은 폐속을
말끔히 청소해 내는 것처럼 기분좋다.
아픈 다리를 내색하지 않으려고 운길산 설명 안내판을 읽는척하고 한참 머물렀다.
늦게 핀 꽃이 수줍은 색시같다.
운길산 정상에 시원한 정자가 있어서 편히 쉴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막내 여동생이 한 보따리 싸 온 김밥을 맛있게들 먹었다.
막내 동생이 김밥을 다 싸온다고 하니 집을 나서기가 편했다.
(이 사진은 어떤 아저씨가 동생들만 찍는 나를 보더니 찍어주겠다고 해서 전체가
다 찍을 수 있었다)
운길산 정상(610m)에서...올케가 찍어준 사진. 정상에서 멀리 보이는 예봉산의 산세가 아름답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사진을 찍은 다음 하산을 하는데 다리가 더 아파서 죽을 맛이었다.
넘어져 다친 다리가 뜨끔거리고 얼마나 아픈지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수종사는 조선시대 세조가 운길산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한 밤중에 종소리가 들려서 찾아가보니 바위굴에서
물 떨어지는 소기가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세조가 이 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란 이름을 지었다는 고사가 있다.
수종사 마당에서 해탈문 나가는 길, 연등이 아름답다.
세종대왕이 심었다는 수령 500년된 거대한 거목인데 이 곳은 사람들의 사진 찍는 지정장소처럼 된 곳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치는 두물머리가 보인다.
수종사는 멀리 두물머리를 바라보는 조망조 좋지만 거대한 해태상과 커다란 종등 볼거리가 많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수종사엔 삼정헌이란 곳이 있는데 이 곳에 들리면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다.
더구나 스님이 다도(茶道)를 가르쳐 주시기도 한다.
차를 마시며 통유리를 통해 멀리 바라다 보이는 두물머리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로 눈 앞에 자연이 통째로 들어 온다. 무료로 차를 마실수 있다고는 해도 그냥 나오기가 미안해서
보시함에 차 값을 조금 넣고 나왔다.
수종사에서 천천히 내려 오는 숲길도 아름답고 시원하다.
운길산은 젊은이 같으면 40분~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있다.
그런데 해발 610밖에 안되는 낮은 산이지만 경사가 제법 가파라서 노인들은 쉬엄쉬엄 올라가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우리 일행은 다친 나 때문에 운길산을 올랐다가 수종사를 들려서 하산하는데 무려 다섯 시간이 걸렸다.
하긴 점심 먹고 마냥 쉬었고, 수종사에서도 오래 머물긴했다.
내려 오는 길가에서 할머니들이 부추와 미나리를 파는데 싱싱하고 너무 깨끗해 보였다.
작은 남동생이 누이들에게 부추와 미나리를 한 봉지씩 사 줬는데 (한 봉지에 2000원) 인천에서 사 먹는 것보다
얼마나 많은지 두 봉지를 배낭에 넣으니 큰 배낭이 꽉찼다.
운길산에서 내려와 두물머리로 향했다. 그런데 운길산역에서 두물머리까지는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평지로 내려오니 아픈 다리가 걸을만한 것 같았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걸어서 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모두
좋단다. 미나리와 부추를 한 보따리씩 들고 두물머리를 향해서 걸었는데 양수대교를 걸으려니까 갓길은 좁다란데
차들이 씽씽달려서 좋지 않았다.
동생들이 먼길 걷느라 지친 몸을 두물머리 쉼터에 앉아 쉬고 있다.
운길산에서 두물머리를 가려면 운길산역에서 양수역까지는 한 정거장이니까 전철을 타도 되고 택시를 타도 된다.
우리처럼 걸으려면 40분이면 충분하다. 전철로 양수역에서 내린다면 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10분 정도)
두물머리 입구에 도책하게 되는데 산책로가 아름답다. 강을 끼고 걸으니 걷기 코스로도 그만이다.
이 곳에 가면 서울까지 드나들던 나루터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황포돗대가 보인다.
그리고 400년이 훨씬 넘은 느티나무는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정자목(亭子木)이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강물을 바라보면 온갖 시름을 잊고 마음이 평화로워 진다.
이 곳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사진을 찍는 이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산책로 옆길에 이 재미있는 다리가 있다.
이 다리를 건녀면 연꽃 아이스크림 집이 있는데 너무 달지도 않고 담백해서 두물머리를 갈적마다 들려서
사 먹곤 한다. 값은 2000원이다.
두물머리 산책로다. 이런 길을 강을 끼고 걷다 보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또는 부부나 혼자서 걸어도 좋은 길이다.
산책로에 핀 꽃들이 너무 예쁘다.
두물머리 산책로를 나와서 오른 쪽으로 (양수역 방향) 다리를 건너 10분남짓 걷다 보면 유기농 쌈밥집이 있다.
모두 출출할 때였으므로 그 식당으로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쌈밥 정식이 9000원이다. 막걸리도 아주 시원했다.
부침개와 도토리 묵도 먹음직 스러워서 주문하려고 했더니 동생들이 막걸리는 쌈밥에 나온 반찬 먹어도 된다고
말려서 쌈밥과 막걸리만 먹었다. 밥값은 기분 좋게 내가 치뤘다. 매달 동생들에게 밥한 번 사주지 못하랴 싶었다.
바로 쌈밥집 가까이 세미원이란 공원이 있는데 연꽃이 필때 다시 오기로 하고 세미원을 들리지 않았다.연꽃은
7월 20일경에서 8월 중순이 한창 때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날 코스는 운길산 등산을 마친 후, 수종사로 들려서 운길산역에서 두물머리까지 걸어 갔다가 다시
양수역까지 걸었으니 모두 피곤했을 거다. 두째 여동생이 별난 언니를 만나서 별짓을 다 하고 다닌다고 해서
웃엇다. 그래도 모두들 좋아했다. 어머니께서 자리보전하고 누우신지 7월이면 만 2년이 된다.
그간 어머니 간병하느라 동생들이 지쳤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것도 함께 먹으며
어머니가 생존해 계신 것만도 행복한 거라며 앞으로 더 잘 모시자는 다짐도 하고 우애를 다진 값진 산행이었다.
귀가 길에서 올해 여든 다섯이신 작은 아버지께서 돌아 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여행 이야기는 KBS <언제나 청춘>이란 프로에 내가 출연해서 여행지 소개를 할
예정이다. 방송 시간은 5월 28일 금요일 오전 11시다. 아마 내 여행 이야기는 이날
주제인 <자식이 주는 용돈>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방영 될 것이다.
[참고]지난해 12월 용산에서 용문까지 가는 전철이 개통이 되어서 팔당이나 양평, 용문방향의 여행은 아주 쉽고 편하게 다녀
올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이내의 거리니 전철을 이용하면 교통체증으로 고생할 필요없이 다녀 오게 되었으니
참 좋다. 시발역은 용산이고 회기역에서도 탈 수 있다.
첫댓글 내가 볼 수 없는 시간의 것이라서 자세히 보고 갑니다.
다복한 식구들이네요.
어느 집안이나 여자 형제들의 정이 깊어야 집안에 온기가 도나 봅니다.
다복하신 자매들 ... / 퍼감
운길산 산행 이야기를 이렇게 사진으로 만나게 되는군요.. 형제자매들과의 우의가 얼마나 돈독한가를 늘 느끼게 하시네요.
삼정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만이지요.. 산만 타고 그저 내려왔는데 담에는 산책로까지 다녀와야겠어요..^^
운길산, 수종사, 두물머리까지 가족들과 오롯하게 작은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함께하는 그것만으로도 참 반갑고 고맙지요. 카메라는 괜찮은지요 ㅎㅎㅎ 다리가 많이 아프신것 같은데 좀 차도가 있으신지요. 부디 괜찮으셨으면 합니다.
여 형제들이 많은게 너무 부럽습니다. 푸근하고 즐거워 보이세요. 편찮으신 것 얼른 나으시길 빕니다.
꿩바님, 요즘은 벌판산책을 안 하시나요? 그거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