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광주, 인천-경남, 제주-서울, 대전-성남, 대구-포항, 부산-전남, 울산-수원
이르게 다가온 이번 추석은 문젯거리들을 만들지도 모른다. 지난 월요일 장에 갔던 나는 추석 때 쓸 생선을 샀다. 그리고 늘 그렇듯 생선을 밖에다 내놓았는데,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밖’이라는 것은 물론 발코니다) 파리들이 모기장 안에 있는 생선에 접근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추석이 일찍 왔다는 게 아니라 30도의 한 낮 기온과 함께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 안이 생선 상한 냄새로 가득 차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대신 과거에 했던 일을 생각 없이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주말의 K리그 스케줄도 마찬가지다. K리그의 추석 스케줄을 짠 사람들은 생각 없이 생선을 밖에다 내놓은 나보다도 더 실패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받아야 할 추석 선물은 곧 내다버려야 할 이 냄새 나는 생선이 아닐까?
이번 주말은 추석이다. 엄청난 음식과 송편으로 배를 채운 뒤, 고스톱으로 친척들의 돈을 따는 시간이다. 하지만 추석이면 떠오르는 게 또 뭐가 있을까? 그렇다. 바로 교통체증이다. 우리는 종종 6개월 전부터 귀향 차표를 예약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렇게 준비가 철저한 분들이 K리그 연맹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석 때 열리는 리그 경기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동하느라 바쁘겠지만, 어느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잉글랜드의 경우 크리스마스 다음 날은 뜨거운 축구 축제가 열리곤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추석 전날이 온 가족이 즐기는 ‘풋볼 데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프로 축구가 열리기 위해서는 두 개의 팀과 홈&어웨이 팬이 필요하다. 나는 이번 주말의 대진표를 보자마자 ‘오, 전북대 광주! 멋진 전라도 더비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고향에 온 전주 팬들과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광주의 원정 팬들이 축구장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산-수원, 제주-서울, 인천-경남전을 보면서는 고개를 흔들 수 밖에 없었다. 고속도로가 가장 바쁜 시기인데, 수원 원정 팬들이 어떻게 울산까지 갈지가 궁금했다. 추석 때 기차를 타고 울산에 가는 것은 리그 스케줄이 발표된 2월 중에 예약을 했어야 가능할 일이다. 경남 창원에서 인천까지의 여행도 끔찍할 것이 분명하다. 비행기 티켓이 다 팔린 지 오래이기 때문에, FC서울 팬들이 제주까지 날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추석의 K리그 일정표는 다음과 같았어야 했다.
성남-수원, 인천-서울, 대전-전북, 광주-전남, 포항-대구, 경남-울산, 부산-제주.
이렇게 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을까?
스케줄을 짤 때 달력을 보며 ‘추석이니까 팬들이 좀더 쉽게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해보자’라고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추석 전날 혹은 어린이날에 가능한 한 많은 지역 더비 경기를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린이날에 패한 팀은 추석의 복수 혈전을 꿈꿀 수 있게 말이다. 스케줄 짜기가 복잡하다면, 추석과 어린이날의 대진표를 먼저 만들어놓고 다른 경기들을 거기에 맞추면 된다.
잉글랜드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이 더비 데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교통이 발달한 요즘에는 점차 그러한 경향이 줄어들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아이디어가 틀림 없다. 아래의 스케줄을 보면 팬들의 이동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먼 여정은 맨시티, 선덜랜드, 위건 경기이고, 북쪽에 위치한 팀들이 런던으로 내려오는 경우는 하나도 없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추석과는 달라서, 교통편이 무척 제한적이다.
Aston Villa v Arsenal Chelsea v West Bromwich Albion, Liverpool v Bolton Man City v Hull Middlesbrough v Everton Portsmouth v West Ham Stoke v Man Utd, Sunderland v Blackburn, Tottenham v Fulham, Wigan v Newcastle
가능한 한 많은 팬을 불러모아야 하는 K리그가 팬들의 관람을 어렵게 하는 대진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원정 팬이 많으면 많을수록 경기장의 분위기는 살아나고, 축구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은 더욱 흥겨운 90분을 즐길 수 있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http://cafe.empas.com/duerden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http://news.empas.com/issue/show.tsp/4249/20080912n06598/spo setFaceSize(0); |
첫댓글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이런 상식적 계산도 못 하는 축협..정말 한심하다.
K리그는 축협관리하에서 벗어낫죠 FA컵만이 축협관리 대회
대진표를 생각없이 짜냐;; 내가 짜도 너네 보단 잘하겠다;;
와.. 기발하네....
진짜 명절에 젤 먼팀끼리 붙여놓는건 무슨경우냐고-_-
정말.. 저도 가려고했다가..퍼플아레나까지 언제가나싶어-_-...GG 다음날일도해야하고(성남인데...)
구구절절 맞는 말이긴 한데 무슨 상식적인 계산이라거나 그런 건 아닌듯. 듀어든이 지적하기 전까지는 다들 몰랐으면서 한 번 읽고 나니까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 뿐이죠. 콜럼버스의 달걀처럼요.
홈이라서 다행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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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다행..
듀어든 진짜 좋은글 많이 쓰시는듯 ㅋㅋ
듀어든씨를 축협 회장(OR 프로연맹 회장)으로 추대를 하는게 미래 발전상 많이 도움이 되겠는걸요....
2006년 추석연휴(당시 장장 일주일...)가 매치업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케백수에서 중계한 포항 부산 경기는 정말 명경기..
이런 좋은 외국분들도 K리그를위해 힘써 주시는거 같아 기쁘네요 ~
진짜 듀어든을 축협간부로.... 모따를 국대 스트라이커로...글고 아드보카트를 국대감독으로 유임했다면......................... ㅅㅂ 아차피 허접무가 죽자살자 반대했겠지
진짜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대진표도 뺑뺑이 돌린건 아닌지;; ..........맨날 축구발전 중장기 계획, 탁상공론만 하시지 마시고 실질적인 부분부터 차근차근히 준비했으면 하는 바램ㅠ
우리는 종종 6개월 전부터 귀향 차표를 예약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렇게 준비가 철저한 분들이 K리그 연맹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야......
진짜 구구절절이 좋은 생각이다.. 정말 인천하고 했어봐. 연휴 첫날 평소보다 더 많이 갔지.. 듀어든을 축협으로 보내자.
EPL에서 다른 걸 배울 게 아니라 이런 걸 더 많이 배워야 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듀어든 씨가 참 고맙네요.
참 공감가는 얘기...이런건 한번 보고 스쳐갈게 아니라 내년부터 당장 시행해야 할듯...
확실히 외국인이라 그런가... 듀어든의 관점은 우리가 못보던 것을 보는게 많은듯...
엿맹은 능력도 의지도 열정도 부족해
진짜 정말 당연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네. 아무생각없는 이들도 있는데.
그런데 정말 미처생각 못했던 거네요. 내년 부턴 이 의견이 반영됐으면 좋겠네요
허를 찔린 듯한 이 기분은 뭐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건데.. 듀어든횽 대단... 이런 분이 한국축구에 관심가져주고 조언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네요..
이건 진짜 캐 공감 -_-
듀어든씨 항상 K리그를 생각하시는 당신을 보니 정말 힘이 절로 나네요..
듀어든을 연맹으로 보냅시다.
연맹이 생각없이 대진표 짜는건 이미 다 알죠...ㅡㅡ;;;
근데 듀어든글 터지자마자..연맹 욕하는건....그 전에는 이런거 전혀 언급이 안됬었는데..
그러게요...일반인도 연맹도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거고..그냥 듀어든이 똑똑한것임
욕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용?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 이런 일인데.. 안하고 있으니까. "아 그렇네?" 라고 생각하게 된 k리그 팬이. "너네는 왜 그런생각 못해? ㅂ ㅅ아"이렇게 된거 같은데..욕먹어도 싸죠 뭐..-_-
연맹이 수년간 내놓은 방안보다 최근 듀어든이 몇일사이 내놓은 의견들이 더 좋으니 연맹의 직무유기를 의심할 수 밖에요...
그냥 듀어든은 우리가 원하는 걸 잘아는 사람 !!!!!!!!!!!!!!!!!!! 이런 사람이 진정한 축구행정가임
연맹으로
ㅋㅋㅋ 지금까지 본 듀어든글중에서 가장 맘에든다 ㅋㅋㅋㅋㅋㅋㅋ 생각도 못했었는데 ㅋㅋㅋㅋ 에라이 제주원정,,,제길!! 이러고만 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대진표.. 개막전부터해서 해마다 대충 추첨해서 짜는듯하던데. 올해만해도 전반기 대진을 후반기에 그대로 복사.
근데 그건 다른 나라 리그도 대부분이 다 그럴 텐데요.. 굳이 막 뒤섞을 이유가 없거든요
우리나라가 세심한 부분에 생각이 없음~ 나이든 할아버지들이 저걸 짜는데 세심하면 얼마나 세심하겠음?
제주팀 한팀, 서귀포팀 한팀해서 하는게 더 나을듯 아무래도 제주는 누구랑 붙어도 불쌍해보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