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분좋은 여운이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진하게 남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엊그제 1박2일로 다녀온 서남회 12쌍의 부부동반 석모도 여행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꽤 오래도록 기억될 여행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떠나기 전만해도 이 번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나로서는 이런 저런 걱정이 적지 않았다.
석모도가 그리 잘 알려진 여행지도 아니고, 또 배에 자동차를 싣고 가야하는 불편이 따르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나중에사 알게된 사실이지만 회원 대다수가 이미 그 곳에 간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걱정이 한낮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 차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배에 승선하자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건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어려고 뱃전으로 달려드는 갈매기떼였다.
갈매기들에겐 먹고사는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여행객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아! 정말 좋다"라고 몇 번이고 읊조렸다. 우정과 힐링의 석모도 1박2일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하고 먼저 숙소 체크인을 하기 위해 석모도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바다와 숲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녹색 쉼터에 들어서는 순간 여자분들의 입에서 좋다는 말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왔다.
제일 중요한 1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산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관계로 바다와 섬 그리고 논과 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시원한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여자분들은 밖에 나갈 것 없이 그냥 여기서 쉬자고 한다.
얼마동안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고 보문사로 향했다.
낙가산 서쪽바다가 굽어 보이는곳에 자리잡은 보문사는 선덕여왕 4년(635년)에 세워진 절이라 한다.
1,400여년의 고찰답게 구석구석 녹아든 역사의 흔적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 나라 3대 관음성지로 불리는 절답게 절 뒤편의 낙가산 중턱 암벽에 조각된 관세음보살 마애석불은
왜 그토록 많은 불자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이 곳을 찾는지 깨닫게 했다.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서해풍광 또한 일품이었다.
저녁 회식장소로 이동하기전 잠시 짬을 내어 인근 용궁온천에 들러 우리 일행 모두가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온천수에 삶은 계란을 까먹는 것도 소소한 재미거리였다.
저녁 회식장소인 "서해안회타운"은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도 좋을 뿐더러 음식맛도 있어서 드라마 촬영장소로도
이름난 곳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회식장소를 빛낸 것은 바로 서남회원 그 들 스스로 였다.
그 날 친구들을 위해 회원이 자발적으로 가져온 술이 발렌타인 21년산을 비릇해 양주가 4병, 중국술이 2병 그리고
북한산 장뇌삼산주가 1병 이렇게 도합 7병이나 되었다. 과거에도 모임때면 양주나 고량주로 2~3병은 있었지만
이 번에는 그 수량이 곱절을 넘었다. 도대체 서남회가 어떤 모임이길래 이러는 것일까?
나는 아직껏 서해안에서 제대로 된 낙조를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한 번 보아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 번에 그런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낙조감상하기에 좋은 시간에 맞추어 모두 해변으로 나갔더니
저녁 노을에 바다는 이미 황금빛 카페트를 깔아 놓은듯 했고 그 위에 해가 서서히 저물어갔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엄숙함에 마음이 숙연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숙소인 자연휴양림에서의 밤은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몇 년전 역시 서남회 회원들과 홍천의 팬션에서
하룻밤을 보낼 때 본 밤하늘의 눈부시게 반짝이는 별이 두고 두고 기억에 남았는데 엊그제 석모도에서 그 별과 재회를 한 것이다.
그 날은 그런 우리 들과의 재회를 축하해주기 위해 아름답게 빛나는 초승달도 자리를 함께했다.
숙소앞 공터에서 한참이나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숙소뒤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산속의 정자로 자리를 옮겨 모두가
둘러 앉았다. 캄캄한 어둠속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누군가가 먼저 일어나서 노래를 부르자 그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노래가 이어져 한여름 밤의 음악회가 개최되었다. 우리들의 노래를 들어려고 했는지 아니면 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숲속 이곳 저곳에 반딧불이가 우정 출연을 했다. 잠시나마 모두가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장미희씨가 그랬던가 "아! 정말 아름다운 밤이에요."
다음날 아침 역시 노인네들은 잠이 없다. 벌써 산책로를 두 바퀴나 돌았다는 사람도 있다. 여자분들과 모두 함께
산책을 하고 나서 아침 준비를 했다. 모든 식사는 외부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각자 과일, 빵, 떡, 과자, 커피 등등을
준비해온 것이 있어 여자들이 그 것으로 아침을 떼우자고 한다. 누가 감히 아니되옵니다라고 나서려 하겠는가?
아침 공기를 마시며 야외 식탁에서 하는 식사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항상 1박2일 여행을 해보면 첫날에 웬만큼 진을 다 빼고 그 다음날은 일찍 귀경을 하게 된다. 아마 교통체증도 그렇고
월요일을 위해 휴식이 필요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리라. 마지막 여행지인 민머루해수욕장엘 들러 바닷물에 발을 담구었다.
썰물때는 갯별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 밀물때라 해변을 거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출발전 벌써 내년에는 어디 어디를 가자
어찌 어찌를 하자는 소리가 들린다.
비록 1박2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우정도 다지고 몸과 마음도 힐링이 된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요즘 우리 나이에 주변을 보면 갈수록 모임이 시들해지는데 어찌된 일인지 서남회는 갈수록 더 단단해 진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나. 다 서남회 회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봉사하며 노력한 덕분이 아니겠는가.
이 번 여행을 마무리 하면서 서남회 회원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정 기 홍 올림
첫댓글 용의주도한 여행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시고,
정회장! 정말 수고 하셨소.
그리고 여행기도 참 잘 쓰시네요. 글 솜씨가 대단해요.
정회장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네요.
덧붙여, 김근주 가족과 윤한종 가족 및 신종운 가족, 불초 이승희 가족 등 8명은
돌아오는 귀경길에 강화도 남단부 강화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모두들 감탄사 연발)를 돌아
함허동천 인근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게장백반을 잘 한다는 "한자리 한덕" 집(T. 032-937-7889)에서
괴목 조각 작품감상과 아울러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잘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1박2일 나들이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정을 다지는덴 하룻밤도 괜 찮겟지만,
힐링을 제대로 할려면 적어도 두 세 밤은 자면서, 푹 쉬면서,
치열하게 살았던 지나간 인생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서남회 언제 꼭 한번 며칠 푹 쉬는 시간 한번 가지시기요. 우리 회장님!
정회장! 거의 혼자서 용의주도하게 수고많았소.그리고 함께협조하며 동참한 서남회원들의 높은 의식수준을 항상존경합니다. 애산의 평대로 여행후기가 수준급이네요. 맑은공기,밝은햇살,푸른산과숲,정갈한풍경....그리고 낙조!...등이 어우러져 요즈음의 대세유행어 "1박2일"과 "힐링"을 더욱 두드러지게 각인시켰습니다. 모두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