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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하늘을 덮고 있는 두터운 구름위로 이륙한 가루다항공 여객기는 1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발리 섬 덴파사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발리는 우리나라와 시차가 1시간이며 같은 나라인 자카르타와도 1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본사 회장 자녀가 동행해서 그런지 발리 지사장이 나와 우리를 깍듯이 맞이하며 그림 같은 해변에 접한 디스커버리 호텔로 안내되어 여장을 풀었다.
호텔식당으로 가니 막 수평선으로 넘어간 붉은 하늘이 바라다 보이는 노천식당엔 햇볕에 그을려 연한 장밋빛이 된 벌거벗은 몸들이 북적거린다. ~~~ 파란 눈과 금발의 인형 같은 서양인의 예쁜 아이들, 싱싱하고 쭉쭉빵빵 날씬 늘씬한 몸매의 젊은 남녀들, 광낸 검정구두 처럼 빛나는 피부의 사람들, 구레나룻 수염에 배불뚝이로 보아 중동의 부호인 듯 한 사람들, 우리와 같은 모양의 일본 중국인들, 인종전시장을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품종들이 웅성거리며 식사를 한다. 나도 디스커버리호텔 식당에서 만큼은 한국사회에선 10원어치도 보탬이 안 되는 비판세력 또는 처치 곤란한 사회의 불만세력인 백수가 아니라 최소한 중소기업의 대표이사거나 잘나가는 벤처회사의 사장쯤으로 보였을 것이고~~~ 사모님<마누라는 가난한 월급쟁이의 아내로 고생해서 닳고 닳아 성능과 품질이 많이 떨어지지만 모쪼록 멋을 내어 의젓하고 예쁘게 보였음>과 함께한 사업가로서 여름이 그리워 여름을 찾아온, 헛기침도 가끔씩 하는, 상류사회의 인사로~~~ 우리를 본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ㅋㅋㅋ 어쨌거나 오래 살아야겠다. 죽은 자의 왕보다 산자의 노예가 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까지 난 아들의 여인만큼은 미스코리아에 버금가는 인물과 지성을 갖추지 아니하면 어림도 없다고 아들놈을 윽박질렀는데.... 여편네는 돈냥이나 있어 보인다며 나보다 더 일찍 속물이 되었는지 한족인 아들의 여자 친구가 예의도 바르고 성격도 부드럽고 예쁘기만 하단다. 흥 헛소리하네. 혼자만! 우리와는 문화도 품종도 피도 다른 외국인이라는 선입견으로 무조건 반대만 했는데. 그런데 우리신세는 어떤가 국가도 사회도 써먹을대로 다써먹고 폐기처분 직전에 있는 보잘 것 없는 쌍방울과 오줌작대기 그리고 만두 두 쪽만 차고 온 마누라! 우리가 이렇게 세계적인 명소에서 호강하고 있는, 보잘 것 없는 내가! 뭐 그리 대단한 놈이라고! 이제부터 나도 아들의 여자친구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예쁘게 봐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나도 물질문명의 속물이 되었나 보다. 이것이 염라대왕 수첩에 적혀있는 내 인생의 예정표이려니 어쩌나 허허허 ~~~ 다음 4월 한식날 성묘가면 조상님들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 ~~~ 다음날부터 원주민 가이드까지 준비된 7인승 봉고차로 발리 섬의 여행에 나섰다. 발리 섬인구의 90%이상이 힌두교 신봉자로서 신의 섬, 사원의 섬, 발리의 매력에 자꾸만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때 마침 힌두교 7일간의 축제일이라 바롱신에게 받치는 재물을 머리에 이고 오가는 수많은 여인들 ~~~ 줄을 이어 사원으로, 사원으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여기에도 사람이 사는 동내인가 보다 브라만 신분의 상류계급과 여유 있는 사람들은 집집마다 바롱 神에게 재물을 바치고 경배하는 가족사원이 있는데 가난한 하류계급의 주민들은 공동사원에서 공동으로 재물을 바친단다. 욕심 없이 신이 주는 만큼에 만족하고 나와 너 가 아니라 신이 있고 자신이 있는 때 뭇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 ~~~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주고 내일의 풍요를 빌며 신에게 감사의 재물을 바치는 순수한 자연산 토종 사람들~~~ 가난해도 발리 사람들은 이혼율 0%라고 소개 한다, 자랑일까? 그러나 난 자랑으로 들리지 않았다 열심히 흥얼거리는 가이드의 초콜릿 색깔의 얼굴표정이 밝지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어 측은해 보였다.
손만 뻗으면 힘들지 않고 먹을거리가 손에 닺는 천혜의 寶庫인 섬나라! 그것이 그들이 섬기는 바롱 신의 축복인가? 독배인가? 지금은 타국 부호들의 하인으로 기사로 그들을 먹여 살리는 도구로 전락한 사람들! 350년간 피지배자로 길들여진 발리식 독특한 노예가 되어버린 발리 섬 원주민들! 일당 우리 돈 1만원에 목을 멘 가이드와 운전기사들! 어디 이것뿐이랴 ....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가난한 주민들의 여인들은 상류층과 돈 많은 사업가들의 노리개로 아르바이트를 한단다. 바롱 신의 주술도 현대문명에겐 못 당하나 보다 변화의 거센 바람이 신의 땅을 빠르게 덮치며 엄습하고 있었다. 난 짓궂게도 원주민 가이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남편이 알면 어떻게 하느냐고? 왈, 싸우고 찌지고 복고 야단이지만 힌두신의 이름으로 이혼은 NO 라고 ..... 허허허허~~~~ 묘한 감정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하루 200km 이상의 자동차 여행으로 이틀 동안 발리 섬 유서 깊은 유적지를 돌아보며 끼니마다 야자열매를 음료수로 토속음식의 별미를 만끽하며 세 끼니를 한번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 먹으며 신비의 섬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목욕탕가니 다섯근이나 늘었다! 세수하려고 앉으려해도 배가나와 앉아지지않았다>
또 한 가지 놀란 것은 젓가락 문화의 섬세함으로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황우석교수사건의 초기 때 자랑하던 우리의 메이저 신문들이 호들갑을 떠는것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발리의 특산품인 목각마을에서 내 생각은 바뀌었다 나무 조각으로 세계 호사가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은 거리! 갖가지 가구와 인간들의 만상을 조각으로 옮기는 정교한 멋의 극치! 신들린 손으로 빚은 마술의 경지를 넘어 예술로 승화된 발리 원주민들의 손재주에 놀람을 금하지 못했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신의 땅 발리에서 나는 또한 브라만의 귀족이 되어 인간 현수는 우리 집 안방 장롱 속에 감쳐졌고 우리의 동대문과 비슷한 거리를 기웃거리며 아이 쇼핑을 즐겼고 비 내리는 밤거리를 낭만인 냥 유치하게 마누라의 손을 잡고 한껏 허세를 부려도 보았다. 꿀맛 같은 귀족생활에 헷가닥 맛이 가버린 여편네는 아들의 친구가 선물로 사준 돈냥이나 나가 보이는 무희의 목 조각을 안고 꿈같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고 하는 눈치다. 그래 당신은 질기고 긴 밧줄이 있다면 하루만이라도 못 가게, 최소한 늦게 가도록 꽁꽁 묶어두고 싶겠지. 하지만 난 나의 분신인 하나뿐인 사랑하는 아들을 먼 이국땅에 남겨두어야 하니 마음이 무겁다. 이 철없는 여편네야... 아니 어쩜 한족의 한 여리고 가냘픈 아가씨와의 싸움에서 KO패로 아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KBS 동물의 왕국에서 자연의 질서에 아름답게 순응하는 동물의 세계가 생각났다.
허탈한 마음으로 서울을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가벼운 말싸움이 벌어졌다. 공짜여행에 단맛을 본 여편네는 자기가 아들을 잘 낳은 덕택이라고 입에 침을 튀겼다. 이친구야 아들은 당신혼자 낳았나 헛소리 작작해라 아무리 기름진 땅이라고 해도 우량씨앗 아니면 아니지 ~~~ 어흠 사실은 말나온김에 하는말인데 당신처럼 척박한 땅이 어디인나 그리고 당신은 재미본것외에 한것 뭐있어 땀흘려일한건 나자나! ........ 여편네 왈 ~~ 사돈 남 말하시네 열달동안 배아플때 당신 뭐했어! 음 ~~~ 어쨌거나 아들 팔아먹은 여행이 그렇게도 좋으냐고 눈알을 부라렸는데 ....... 여편네는 나보고 이중인격자란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희희낙락 하더니 벌써 마음이 변했어? 나 때문에 우린 앞으로 세계여행은 따 놓은 당상이야 나보고 고맙다고 말씀하셔 하며 개선장군이나 된 듯 거들먹거렸다. 엇쭈구리! 이 여편네 봐라! 콩 심었는데 팥 나오는 것 봤냐! 말문이 막힌 여편네는 자는 척 눈을 감아 버린다.
인천공항 활주로에 기체가 부딪치며 나는 굉음에 눈을 뜨니 3월이 된 인천공항 아침의 어두운 하늘에서 땅을 적시고 내 마음도 적시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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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델 다녀왔구나. 나도 기회되면 함 가봐야지~~ 보통카페에도 옮겨 놓는다.
수현아 아이따 안사장 사진과 글 이 멋지다 그리고 우량종자는 아껴써야 .... 28일은 즐거웠다.
발리 좋은곳 다녀왔구나 요즘 지구마을 이잔아 아들 하나면 아쉽고 둘이면 자랑 할만하다.
올랫 만일세 영주친구들(김성찬,윤석하,박종성,박정현,박용섭,이영형,서정용) 다 잘있다네.그리고 우리뒤집 자네 누님내외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