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잎이
반쯤 가린 창문너머로
오늘은 노을이 이뻤네유^^
새벽에 밝아오는 빛도
좋지만..
왠지 눈매를 순하게 하는
석양에
매료 되어유^^
곡스를 일찍 재우고
가만히...
앉아있으니
여기저기
말들이 들려유^^
우리 아래..반지하에
베트남 총각들
쌸랑샬랑~~
이야기 소리
앞 집 옆에 곡스 친구
쫑알 쫑알 떠드는 소리
앞 집 자매님 설거지 소리
작은 리어카에
박스 주워서 늘
그 시간이면 뜨르륵..드르륵..
끌고 가시는 어르신
슈퍼백 사건 이 후
야쿠르트 연신 사드시는
앞 집 아저씨
오늘은
귀뚜라미 소리가
안 들리네유
귀성길에 올랐나...?
언젠가
낙엽이 가득 쌓인
인천 대공원 길 위에서
곡스랑
연신..우아 이쁘다아^^
우아아아......
이쁘지^^
그러면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성한 낙엽이 거의 없드라구유
한쪽이 찌그러진 낙엽
벌레가 동그란
구멍만 내 놓은 낙엽..
물들다 만 낙엽
반쯤 찢어진 낙엽...
그런데
그것들이
한 곳에 모여있으니
완벽하게 아름답드라구유
우리동네가
가만 보니
따악...
그래유
우리동네는 남동구에서도
젤 못사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이래유
기초수급자가 많이 사시지요
앞 집 저한테 맨날 욕하셨던
아저씨는
아로티시를 나오셔서
아주 괜찮게
사시던 분이엇는디
엘리베이터에
운동화 끈이 끼는 통에
다리 한 개를 절단 하셔서
의족이지유
그 일로 좌절하고
맨날 술 드시고
땡깡 피우니 가족이 다아..
떠나셨데유
한때 잘 나가던 생각이 날때마다
악을 쓰고 욕하고...
사람들이
그리 된 자신을
우습게 볼까봐..
더..악을 쓰시던 거엿어유..
하지만 그 맘은
아주 약하신 분이라는 걸 알앗지유
저만치
중 1인데
할머니랑 둘이 사는 중학생 지훈이
지능이 좀 떨어져서
말이
아주 어눌하고 느리고 큰데..
그 아이를 집에 데려다 과자도 주고
이야기도 들어 주고 그러드라구유
등치는 소만한 지훈이가
상우야.
노올자아.........
우리 상우 머리 열나서 해열제 묵고잔다.......
그럼 낼 놀게요...그러고 갓어유
저두 고 일때
옆 집에 사는 다섯살 묵은 점희라는 애가
영미야 노올자아............
그러고 와서 큰 오빠가
얼마나 속없이 놀믄 다섯살짜리가 놀자고 오냐잉~~~
하고 혼낸 기억이 나서
피식 웃었어유^^
늘
시어머니랑 심적인 결투를
하는 상우 친구 엄마는
오늘도 한시간 가량
도끼눈을 열번도 더
맹글다 갓어유^^
ㅋㅋㅋ
젤소미나 여인도
정말이지 제가 퇴근 하는 것을 어찌 그리 아는 지
퇴근만 하믄
모해요^^......
하고 와유
어떤 날은 구찮고
어떤날은
반갑고
어떤날은...
고맙고 그래유^^
오늘도
부침개를 해 왓드라구유
제가 은행을 가면 따라나서고
시장을 가면 따라 나서고
저번에는
도끼눈여인이
젤소미나여인을 아주 싫러하는디
도끼눈 여인 집에서
만찬을 벌여서 묵고 있는디
젤소미나가 그곳엘 왓어유
싫어하는 줄 알아서
맘으로는 어서와유
같이 묵어유........
이러는디
겉으로는 도끼눈여인
눈치만 살피는
나 자신이 한심했어유
애처롭게
들어오고 싶어서
문지방에 기대서
저만 바라보고 잇는디..
이 나쁜 곡스어메가
외면을 햇어유................
갈께요...
풀죽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고 맥주를 마시고..
괴로웠네유
집에 와서 자책했어유
이 나쁜년아..
젤소미나를 그렇게 보내놓고
목구멍에
묵을것이 들어가드냐!
며칠을 맘이 쓰려서
결국 성사를 봤어유
요새 자꾸만 코다리 사묵게 삼천원만 꿔줘요
오빠집 가..
가면서 과자 사묵게 이천원만 꿔줘..
몇번 그래서
이제 돈 꿔달라고 하면
같이 안 논다고 했더니
안 그런데유
이천원 꿔달라구
우리집 코딱지만한 주방에 서서
안돼..유
하면 금방 울거 같은 표정으로
서 잇는디
답답했어유
돈 자꾸 빌리면 습관되요 안돼!!
그랫더니
꿔줘. 오빠집 가면서 과자 사묵을거야....그러믄서
울라 하는 거 있지유
다시는 안 꿔주기로 손도장찍고 복사까지 하고
이천원 내줬네유
그래봐야 사실
우리집에 갓다 주는 게 더 많아유
김이며..
부침개며..
라면이며...
어제는 생선도 들고 왓드라구유
오늘도 와서
곡스랑 아기공룡둘리를 보면서
곡스보다 더
어린애처럼 막.웃드라구유
재미잇어유?
하니 재미있데유..ㅋㅋㅋㅋ
제일 좋아하는 프로가 명탐정 코난이래유
어린애처럼 보살펴 주고 싶어져유....
앞 집 이층에는 소설가가 사시는 디
성당 신우회 회장님이시드라구유
가끔 베란다에서
막달리나......
그러고는 과자도 주시고
간장도 주시고
토마토도 주시고...
이 골목에 유일하게 엘리트세유
어제는
베트남 총각들이 오랜만에 쉬나봐유
베트남
친구들 데려다
파티한데유
어린 총각들이 타국에 와서
얼마나 성실하게 사는 지..
정말 이쁘드라구유
세탁기 놀 자리가 마땅찮아서
이사와서 세탁기를 버렷어유
어느날은
베트남 총각 이카누가
아주머뉘~
세탁기 없으면 우리 세탁기 같이 써요~
그 중에 한국말을 잘하는 친구지유
우리집 계단 바루 밑이라서 쓰기도 좋지유
그래서 몇 번 이불빨때는 쓰지유
그래서 고마워서
아침에 바빠서
빨래 못 널고 가면
제가 몇 번 널어주고 햇더니
아주 좋아라 하드라구유
즈그들이
정을 가지고 나를 대하는데
저두
정이 가지유^^
사람 맘에는 국경도 없드라구유
돈 벌어서 가족들한테 부쳐준데요
얼마나 절약하고 안쓰는 지
어쩔땐 안쓰러워유
착한 사람들이어유..
베트남 가고 싶지요?
하니.
네..집 가고 싶어요...그러드라구유
파티에 게랑 새우를 삶앗는지.
한바가지 가져왔드라구유
저두 고마워서
요새 티비서 선전하는
알엔비 리듬..(야쿠르트제품)
아홉개줬더니
좋아라 하데유
틱낫한....스님 알아요?
베트남 사람인데...아주 유명하시고
제가 젤 좋아하는 분이라고 하니
모른데유..ㅎㅎㅎ
우리 골목 담벼락에
오늘 방이 붙엇어유
소변금지
똥 금지
개조심
어떤 아저씨가 동네 다니믄서
똥을 자꾸 싸놔서 동네가 냄새로
몸살앓엇지유
겉으로 보기엔,
어제 베트남 총각이 준 게 같아유
울퉁불퉁..
날카롭고..
한부로 만지면 손이라도
찔릴거 같은 모습들..
하지만
그 속은
정말
게살 같은 사람들이
모여살아유,,,
여리고 순수한 사람들이어유.....
야쿠르트 하나에
급..해맑아지는 그 분들의 모습
절대로
겉을 보고
판단할 것이 아녀유...
못난 낙엽들이 모여서
너무나 아름다운
하느님 작품이 된 우리 동네 골목안 사람들...
곡스어메도
곡스도
그렇게 부족한 모습으로 더불어 살아유
아름다운 이 동네 단풍속에 우리도 작품으로 낑가서
행복하게 살아유
오늘도
성모 신심미사에 다녀왓어유
물 위에 가랑잎처럼 몸시 흔들거리며
흘러 갈텐데..
미사만 가면
노아의 방주에 탄 것 마냥..
안심이 되고
안정이 되고
풀밭에 노니는 평화로운 양처럼
편안해져유
원래는
그냥그냥...그랫는디
신부님 글 속에
안토니오 신부님 소중한 말씀을
읽다보니
저두 모르게 그리 되어유^^
우리 곡스도 미사가자..하면
무얼하다가도 두 말 않고
나서유
우리는 게 속살 같은 사람들이랑
이렇게 살래유^^
랄랄라^^
보름달처럼 풍성한 한가위 되세유^^
첫댓글 곡스님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영화 한편 읽은 듯 감동적이네요.


거운 추석 보네세요.

행복이란 그런 것... 그렇게 소박하고 순수한 마음에서 오는 것인가 봅니다.
주님께서 곡스님 축복하시고 그 사랑속에 품어 주시기를...
별하나님..늘 감사해요......
오랫만에 들려 곡스님의 깊은 산속 맑은 개울처럼 흘러가는 이웃이야기들을 마음으로 읽으면서
예수님께서 산상 설교를 하시는데 모여 앉은 우리들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요, 겉은 울퉁불퉁해도 속 살이 고운 게 처럼 따뜻한 마음들, 나누고 보듬는..
한가위를 인터넷의 사진으로 글들로 느낍니다. 월요일부터는 다시 흐려진다는데,
저녁에 휘영청 밝은 달님을 볼 수 있을지요. ㅎㅎ
곡스님~
마음이 누구보다 풍성하시니~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시는
좋은 시간들 되시길 빕니다. 감사해요~ 샬롬~~
감사합니다..마인강변님^^......강변님 이웃 이야기도 궁금해유^^......
아름다운 단풍들....내 마음이 왜 이리 따뜻해지는지 곡스어메 고마워요


정이 솔솔 넘쳐나는 소리가 들려요.... 추석명절 잘 지내요... 마음으로나마 녹두전 한접시 보내요




녹두전 눈물나게 맛있네유..................서로 정주고받고 ...예쁜 원영단풍님은..지금쯤..주무시나유^^
이곳에서 우리만 읽기엔 아까운 글이란 생각이 들어요.... 어쩜 이리 마음 울리는 글을 쓰시는지.... 곡스님 글속에서는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고 모두가 사랑스럽기만 해요....그 중에서 가장 예쁜 단풍은 곡스네 울타리의 곡스엄마랑 상우입니다. 책갈피에 곱게 끼워두고픈^^,,,, 한가위 풍성한 보름달이 곡스엄마 마음도 환하게 비추었기를 빕니다.
가브리엘라님 고맙습니다.....힝^^(좋아서^^)
가브리엘라님 말씀에 한표^^
곡스님 글은 언제나 감동을 주네요.
로사리아님 안녕하세요^^
"수세미 잎이 반쯤 가린 창문 너머로 오늘은 노을이 이뻤네유

" 




만큼 큰 사랑으로 주님과 성모님께서 그 동네를 지켜 주실겁니다. 곡스 엄니
쨩입니다

운치있는 정경의 표현으로 시작된 아름다운 대 서사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곡스엄니네 이웃들의 삶
보름
록은님..풀성한 손님 잘 맞이하셧나요..ㅎㅎㅎㅎ 음식 음청 하셧지유^^..식구들이 많으셔서유^^ 록은님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고 싶어유^^....
저도 <곡스네 이웃>에 포함 되고 싶어요...
ㅋㅋ 여기 쉼터에서는 소중한 이웃이세유^^ 반가워유^^
우리는 모두 이웃들과 더불어 같이 살아야겠지요. 곡스님도 마음이 착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포용하고 멋있게 살아가시네요.*^^
우짤라고 그냥..이쁜 눈으로 바라봤네유...포용은 아니구유..ㅎㅎㅎㅎ 건강 신경쓰시고..몸에 좋은 거 드세유
곡스님 많이 배우고 갑니다..
잔잔한 미소님...............정말로 오랜만에 오셧네유^^..반갑습니다^^...가브리엘ㄹ라님이랑 비슷하신..정다운 분....자주 뵙고 싶어유^^
반겨주셔서 감사해요. 멋쟁이 곡스님.. 낯선 길에 서서 삶을 다시 배우면서 이제서야 감사를 느낄 수있으니 참으로 돌아온 탕자의 마음입니다..
아름다운 동네에서 우리 곡스님 인기 짱인듯^^
근데 젤소미나 여인이 누군지 몇번 글 보면 알수 있나 좀 갈챠조요~
길..영화에서 젤소미나를 닮은 여인 잇어유^^..우리집 바루 앞에 살아유^^..........저기 고시랑님 글 속에 애들처럼 눈이 맑은 분이세유^^..저보다 다섯살 많은디..애들 같어유^^
저희 이웃도 곡스네랑 틀린점이 별로 없어유. 저도 다 소개하다 보면 한 페이지가 넘을 것 같아유. 그 분들이 작은 예수님임을 저는 알지유.
소금님...소개..꼭 좀 부탁 드릴게유........................글 속에서 만나보고 싶어유^^
엊그제 인천 길병원 다녀왔는데..곡스님 남동구에 사시누먼유~ 아롱이다롱이 어울려 순박하고 따스한 사람냄새나는 동네같어유..이젠 한사람 한사람 인상이 다 그려져유..자주 동네소식 올려줘유~^^
네.스텔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