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랑하면
임금은 못 되어도
가객歌客은 된다.
사람을 몹시 사랑하면
천지간에 딱 한 사랑이면
시인詩人은 못 되어도
저 거리만큼의 햇살은 된다,
가까이 못 가고
그만큼 떨어져그대 뒷덜미 쪽으로
간신히 기울다 가는
가을 저녁볕이여!
내 젊은 날 먹먹한 시절의
깊은 눈이여!
-정희성 詩, <지금도 짝사랑> -
1977년 낸 노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데뷔한 최백호는 올해 가수 인생의 불혹을 맞았다.
1995년 발표한 ‘낭만의 대하여’가 대표 곡이다.
그의 쓸쓸한 음색을 타고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 식 다방에 앉아”라고 시작되는 정겨운 가사가 백미다.
그의 “아내가 부엌에서 점심 식사 후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쓴 노래”다.
“문득 ‘첫사랑은 나이 들어 어떤 모습일까’란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바로 거실에서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란 가사를 악보에 옮겼다.
가사를 완성하는 데 “거짓말 같지만 두 시간 밖에 안 걸렸다”고 했다.
이 노래는 김수현 작가가 우연히 차에서 라디오로 듣고 반해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1996)에 삽입해 큰 인기를 누렸다.
그의 또 다른 노래 ‘길 위에서’를
배우 유동근이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2015)에서 울면서 불러 화제가 된 뒤 그의 노래는
고개 숙인 중년의 송가가 됐다.
최백호는 “‘내가 늙어가는 구나’를 깨달은 40대에 쓰고 부른 노래라서가
더 공감을 산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어려서 외면 받던 거칠고 조숙한 목소리에 세월이 켜켜이 쌓여
곡과 이야기에 낭만이란 살이 붙은 덕이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는 데 활동보조 나가기에 앞서
아침신문에서 읽은 기사를 보면서 생각나는 시(詩) 한 편을 함께 읽어 봅니다.
첫댓글 아!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좋은 날 되십시오,
손바닥을 마추칠 이가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지요.
댓글 주는 몇몇 분 덕분에 [시시]를 이어 갈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죠? 4월의 풀냄새가 나던 그애도 지금은 머리에 흰 서리얹고 나와같은 세월을 노래하겠죠~
이런 저런 수소문 끝에 한 번 쯤 만나 보곤 한다던데, 대부분은
"마음 속에 추억으로만 간직했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