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행복? -
권다품(영철)
어이, 얼마나 부자로 사느냐가 꼭 그렇게 중요하겠나?
내 가만히 보이끼네 돈 많아도 불행한 사람들도 더러 있더라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몸 불편한 자녀가 있는 집도 있고, 또, 어떤 집은 자식들을 돈으로만 키우다 보이끼네, 그 자식들이 사람 냄새가 안 나고 돈으로만 살라카고, 지빼기 모르는 애들도 더러 있는 갑더라고.
물론, 돈 많은 집 자식이라꼬 다 그런 건 아이겠지마는, 돈으로만 키운 새끼들은 나이 들어서도 사람 짓 못하는 새끼들도 더러 있더라 아이가 와?
뭐든 돈으로 재고, 사람도 돈이 많으냐 적으냐로 판단하고, 돈 없는 사람들 은근히 무시하고.
나는 고런 인간들 참 재수없더라고.
또, 돈 쫌 있다꼬 젊은 여자캉 딴 살림 차렸다가 들통나가지고 이혼당하는 사람도 있더라 아이가 와?
마 소문 안 나게 속닥하이 만나마 될 낀데, 을도같은 기 살림은 뭐 할라꼬 차려가지고, 쪽 다 팔고, 이혼당하고, 애들 가슴에 상처주고, 그기 무슨 꼬라지겠노?
어이 그런데, 요새는 바람을 남자들만 피우는 기 아이더라고.
또, 요새는 간통으로 걸려도 교도소를 안 가이씨네 ㄱ그런지, 애인이 있으면서도 결혼은 돈많은 사람이랑 해서, 돈 많은 사람한테 돈을 빼돌려서 애인이랑 즐기는 그런 간 큰 인간들도 있다 카더라고.
여자만 그런 기 아이고 남자도 그런 인간이 있고.
세상 참 희안하재?
나중에 우째 될라고 그라는지 모르지.
옛날에는 남자들이나 애인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여자들은 결혼을 하마 애인은 감히 생각도 못 꿨는데, 요새는 결혼한 여자들도 애인없으마 장애인 취급받는 세상이라며, 친구들한테 예사로 애인 자랑한다 카데?
친구들한테는 자기 애인은 어떤 체위로 하는지 자랑하는 여자도 있단다.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가 친구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연애하러 간다고 말하는 여자도 있고....
어이, 돈 많은 여자들 중에는 젊고 싱싱한 아들같은 남자들한테 차도 사주고, 심지어, 지 마음에 들면 집까지 사줘서 세컨드로 데리고 노는 여자들도 있는갑더라고.
그렇게 젊은 애인한테 완전히 미쳐가꼬, 신랑한테는 친구들캉 몇 박 며칠 여행간다고 거짓말 하고, 놀러 댕기다가 결국 들켜서 이혼당하는 여자들도 있고.
그러마, 그런 애미 애비 꼬라지를 보고 자라는 그 자식들은 부모들한테 뭐 배우겠노?
또, 나중에 커서 뭐 되겠노?
안 봐도 피박 아이겠나?
돈 많다꼬 다 그렇키야 하겠나마는, 값비싼 외제 옷과 외제 화장품, 멋진 외제차, 비까번쩍한 집, 젊고 예쁜 세컨드, 이런 것들이 과연 품위를 지켜주는 요소겠나?
나는 그런 기 행복의 조건은 아닐 것 같더라고.
높은 학교 졸업장이 있어서 대가리에 지식은 쫌 들었을랑강은 모르겠지마는, 인품이 안 갖춰진 인간이라면, 말이나 행동에서 무슨 품위가 나오겠노?
나는, 어떤 가정에서, 어떤 사람과,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느냐가 행복에 참 큰 영향을 미치겠다 싶더라고.
결혼을 할 때도 꼬라지나 돈만 보지말고, 인품을 봐야 된다 싶고.
혹시, "돈이 없어서 그렇게 못 살아서 그렇지, 멋지게 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멋지지 뭐. 그래야 나중에 죽을 때 후회가 안 남지, 맨날 요 따위로 살아서 뭐 하겠노?"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그런 스케일은 안 되는 모양이라.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 입놀림에도 짜달시리 신경 안 쓰고, 마 그릇이 요만큼이다 생각하고 내 편하게 산다 아이가.
내 가족들 아픈 데 없고, 자식 며느리 보고싶고, 손녀 재롱 보고싶으마 밥 같이 먹자캐서 얼굴 보고 웃다가 오고...
요새는 또, 세상이 하도 변해서 그런지, 돈이 통 없어도 쫌 그렇기는 하겠더라꼬.
너무 "돈, 돈" 하면서 발발 떠는 것도 초라해 보이겠더라고.
몇 사람 모여서 밥을 먹기는 먹어놓고 걔산할라카이 아까워서 딴짓하는 그런 사람 있더라 아이가 와?
어이, 눈이 몇 개고, 또, 살아온 햇수가 몇 년인데, 고런 추줍은 잔머리를 모르겠나?
그런 사람들 보이끼네, 나는 제발하고 고렇게 추줍게는 살마 안 되겠다 싶어서 나한테 자꾸 다짐한다꼬.
돈 아깝다고 몇 번 그라고 나마, 다음에 누가 밥이나 같이 밥 먹자 카는 사람 있겠나 어데.
어이, 나는 행복이 뭔지 잘은 모르는데, 그렇다고 뭐 디기 특별하고 어려운 건 아니지 싶기는 하더라고.
할끔 할끔 눈까리 굴려서 다른 사람 파악할라카고, 파악했으마 지만 알고 있으마 될 낀데, 그걸 또, 지 생걱에 죽이맞고 친하다 싶은 사람 바람 쐬러나갈 때 쪼르르 따라나가서 귀에다 대고 속닥속닥 다른 사람 험담하는 인간도 있더라 아이가 와?
나는 그런 인간은 못 만나겠더라고.
어느 책에서 보이끼네, 남 험담하는 것도 그 자식들이 다 본받는다 카더라고.
그러이끼네 왕대밭에 왕대 나고, 쓸대밭에 쓸대 난다는 말이 있는 모양이라, 그자?
내 마음은 고런 인간한테는 얼굴에다가 가래침 탁 뱉어뿌고 "어이, 앞으로 내한테 아는 척 하지마라." 캐뿌고 싶더라고.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마, 그냥 내 편한 대로 꼴보기 싫은 인간은 안 보고 살라꼬.
어느 책에서 보이끼네, 남 험담하는 것도 그 자식들이 다 본받는다 카더라고.
그러이끼네, "왕대밭에 왕대 나고, 쓸대밭에 쓸대 난다."는 말이 있는 모양이라, 그자?
2024년 7월 15일 새벽 2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