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서 ‘지각(mmpdon) 이란 주변 환경에서 정보를 얻는 과정이다. 이것은 적극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인지와현실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지각에 대한 체계적 사고는 인간 지식의 근원과 타당성을 탐구하는 철학의 영역으로부터 유래되었다. 그러나 과학적 측면에서는 심리화의 한 분야로서 지각에 대한 연구가 발전되었으며, 공간디자이너들은 지각심리학에 의해 연구된 지각현상을 근거로 미적 문제에 대한 해결을 추구해 왔다. 지각심리학자들이 고려하는 문제는 물리적 자극과 지각기관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지각 표상이 형성되는 과정에 관한 것이며,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가정과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지각이론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각이론들 사이에는 서로 모순된 내용들이 있으며, 이것은 일관되고 유용한 공간디자인 이론 형성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특히 공간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게슈탈트 지각이론(Gestalt Theory) 기초한 공간조형 이론들은 주로 2차원의 기초 위에서 점, 선, 면들을 이용하여 보기 좋은 형태패턴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 왔다. 따라서 실제 환경 내에서 구축환경이 어떻게 이용되는지, 어떻게 보이는지, 또 주변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에 대한 고려보다는 단순히 형태구성측면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인간이 일상세계 내에서 체험하는 흥미나 즐거움은 ‘움직이는 가운데 주변환경의 변화와 황상성(뱉常性)을 지각 하는데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제 공간디자인 과정은 단순히 선이나면을 이용한 형태구성측면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구축물의 생태학적 역할이나 사용자의 행태적 측면, 나아가 상징적 의미까지를 모두 고려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다양한 측면을 뒷받침하기 위한 새로운 지각이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제2강에서 언급하였던바와 같이‘공간지각(space perception)이라는 복합적 과정에는 여러 가지 변화요인이 내재되어있다는 사실들이 지난 세기 동안의 연구에 의해 증명되면서, 연구의 중심은 보다 전체적이며 포괄적인 과정으로 이동되어 왔다. 즉, 새로운 연구의 주안점은 인간 환경에 대한 지각이 시스템적 차원의 것임을 밝히는 것이다. 가상적인 두 인물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은 대도시지역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시골지역 출신이다. 이 두 사람이 아주 낙후된 어떤 지방으로 여행와서 굽어진 길을 따라 펼쳐진 좋은 풍광을 눈여겨본다고 가정해보자 한 사람은 방치된 농장건물들과 낡은 가옥들이 경관을 해치고 있다고 언짢아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전원풍의 쾌적한 풍경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예에서 두 사람이 보고 있는 실제의 물리적 풍경은 동일하지만 지각적 경험과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또 이와는 반대로 그들이 되돌아가 영위하는 삶의 환경은 각기 다를지라도 여행에 대한 지각적 경험은 아주 유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각에는 분명히 인간과 환경간의 상호작용이 내포되어 있다. 지각적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떤 것의 일부는 환경에 내재되어 있고, 나머지 일부는 인간 내에 존재한다. 따라서 이 경우 지각에 대해 이해하려 할 때, 인간 내 과정들과 환경의 요소들은 분리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인간경험과 환경을 하나의 단위로 검토해야만 하는 것이다.
[ City HAll, Rafael Moneo, Murcia(Spain), 1999 ]
생태학적 지각이론
생태학적 지각이론(Ecological Theory of Perception)은 깁슨(James J. Gibson)에 의해 체계적으로 발전된 이론으로,‘지각’을 주변 환경 안에서 일어나는 생존을 위한 적극적 행위로 인식한다. 즉 인간의 감각기관들을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수동적이기만한 수용기(受容器)로 보지 않으며, 정보탐색을 위한 적극적인 지각 시스템으로 본다. 이 이론은 인간과 환경이 서로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보완하고 의존하는 모든 환경 내의 지각대상물들을 토탈 시스템의 차원에서 인식하는 시스템적 접근방식을 취한다. 지각을 환경에 적응하려는 인간의 행태를 지원하는 기능으로 보며, 인간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조건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지각현상으로 해석하고, 인간과 환경간의 상호관계를 인간의 지각과 행동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즉, 생태학적 지각이론에서의 지각은 인간이 주변환경에 적응하여 활동하기 위해 이루어진 환경과의 직접적인 관계이며, 주변 환경을 구성하는 구체적 사건, 사물 혹은 배치상태에 관한 정보를 환경으로부터 직접 습득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각을 통해 얻는 정보의 핵심은 환경 내에서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 수단을 얻고자 하는 것이며, 주변환경이 지각자에게 제공하는 ‘행태지원성(affordance)’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생태적 환경 내의 다양한 행태지원성을 지각하고 이러한 지각을 바탕으로 환경 내에서의 행위를 결정하게 된다. 즉, 지각은 행태를 지원하며, 행태는 지각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상호작용인 것이다. 이는 지각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다양한 행태지원성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과 아울러 자신의 행동능력과 환경이 가지고 있는 행태지원성 시어에서 적합성을 찾아내려는 시도임을 의미한다. 생태학적 지각이론은 공간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어떠한 공간을 구성할 때, 그 기저에 시각적 복잡성과 같은 물리적구성의 차원을 넘어 ‘지원성’과 같은 생태적 특성이 존재함을 인식시켰고, 이에 기반하여 인간과 환경 또는 공간의 상호관계에 적합성을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이 수행되어야 힘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였다. 또한 생태학적 지각이론은 인간행태를 일상적인 환경 하에서의 지각현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환경디자인 실무에 적용 가능한 실제적 이론으로 발전되었다.
[ Chestnut Street Park, Delta Group, Philadelphia, 1979 ]
확률론적 지각이론
[ 확률론적 지각이론(자료:Holahan, 1982) ]
깁슨의 생태학적 지각이론과는 다르지만, 환경으로부터 정보의 유용성을 획득하는 개념에서는 흡사한 브런스 윅(Egon Brunswick)의 개연론적(probabilistic) 지각이론 또는 지각의 렌즈모델(lensmodel)이 있다. 이 이론은 개인에게 도달되는 환경적 자극은 단편적인 정보일 뿐이며, 감지된 자극을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개인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생태학적 지각이론과 구별된다. 즉 산만하고 복잡다단한 자극 패턴은 지각의 렌즈를 통해 처리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지각적 단서를 줄이거나 무시함으로써 정보가 초점화 된다는 것이다. 환경정보를 초점화하는 처리과정은 다양한 이용 가능한 자극을 여과시키고 환경의 복잡성을 줄이는 자기조절과정으로 설명된다. 우리는 모든 지각이 있는 그대로 지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어떠한 자극정보가 있을 때, 인간이 그러한 자극정보를 어떻게 해석할 지 또는 어떤 방식으로 초점을 맞출지 결정하게 되는 것은 환경과 자신의 관계에서 이전에 있었던 경험에 의존하여, 있을 수 있는 각각의 해석에 확률을 부여함으로써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률적 판단은 환경에 대한 ‘최선의추정’ 혹은 ‘경험에서 나온 추측’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한 거리에 있는 물체로부터 시각적 자극 정보가 망막상에 들어오면, 인간은 확률적 판단을 통해 그 물체가 멀리 있는 큰 것인지 가까이 있는 작은 것인지 추정한다. 환경으로부터 발생되어 인간 개개인에게 도달되는 이러한 자극들은 모호하기 때문에 인간은 환경에 관한 많은 유형의 확률적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부분적으로는 환경과 자신의 이전 경험에 비추어 있을 수 있는 각각의 해석에 확률을 부여한다. 이런 경험을 통하여 사람들은 어떠한 해석이 다른 해석에 비하여 더 믿을만한 것인지, 또는 생태적으로 더 타당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이 다음 가장 타당하게 보이는 해석을 선택하고, 그 해석이 옳은지를 현실에서 검증한다. 만약 그 해석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또 다른 일련의 확률에 비추어 그 해석을 수정한다. 따라서 모호한 현재 환경에서 지각자는 실제 환경과 동일한 반영체로 정확히 지각하기 위해 다양한 단서에서 개연성을 추출하고자 한다. 이것은 생태학적 타당성을 지원하는 것에 주목한다는 의미인데, 이 때문에 환경에 대한 계속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지각이 적절한가를 학습하게 되는 것이다.
두 지각이론의 융합
생태학적 지각이론과 확률적 지각이론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은 자극대상으로부터 자극패턴을 감지하고, 자극대상과 관련된 의미 혹은 상징성을 추출하게 되며 동시에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지원성’을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종합하여 지각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지각과정이 생태적 환경 하에서 수행될 때 이를 환경지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생태적 접근과 확률적 접근의 개념을 상호보완적으로 융합시킨다면 지금까지 언급된 지각의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렌즈모델에서 환경에 해당하는 부분을 생태학적 지각이론의 생태적 환경으로 바꾸어 놓는다면 보다 포괄적인 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도식에서, 원래의 생태적 환경은 지원성을 통해 인간에게 대상의 기본적 특성에 대한 환경정보를 제공해주고, 이들 자극은 개인적 경험 혹은 기억에 의하여 재구성되고 해석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생태적 환경’과‘개인적 역할’이 동시에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가죽 가방이 있다고 할 때, 어떤 사람은 옷가방으로, 또 어떤 사람은 책가방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언가를 넣어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변치 않는 특성인 것이다. 이 같은 경우 가죽 가방을 지각함에 있어‘무엇인가 넣어서 들 수 있다’는 변하 지 않는 특성과 구체적으로 옷가방 혹은 책가방으로 판단하는 두 가지의 속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무엇인가 넣어서 들 수 있는 것’은 가방의 생태적 환경이라 볼 수 있으며, 옷가방 혹은 책가방으로 지각하는 것은 생태적 환경과 개인의 경험 및 필요에 기초한 개인의 확률적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무엇을 넣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이지, 넣을 수 있는가 없는가에 관한 판단은 요구되지 않으며 이는 생태적환경이 스스로 나타내고 있는 바이다.
지각이론과 디자인
게슈탈트 지각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지각은 크게 감각과 그 감각에 대한 과거경험을 내포한 장기기억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고 한다. 즉, 지각은 현재의 감각과 과거 감각의 기억으로부터 의미를 추론하거나 구성하는 과정을 거친 정보들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라는 것을 지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나무라는 대상의 결 혹은 색깔, 크기, 형체라는 시각적 자극의 유형을 재인(在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는 교향악이나 록음악의 연주도 다소 친숙한 일련의 청각적 자극이 조합되고 유형화됨으로써 인간에게 지각된다고 본다. 따라서 초기의 지각에 대한 접근인 게슈탈트 지각이론은 가정된 지각 단위인 감각 자료들이 두뇌에서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게슈탈트 지각이론에 영향을 받은 공간디자인 이론은 다자인의 형태구성원리를 점, 선, 면과 같은 기본적인 도형요소들로부터 시작하여, 이들 상호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힘을 중시한다. 따라서 전체 시각구성물의 형태조합원리와 이에 따라 나타나는 미적 경험의 특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게슈탈트 지각이론에 근거한 디자인의 형태구성 이론은 실질적인 디자인 지침에 미친 커다란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각단위로서 주변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불투명한 면(opaque plane)’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불투명한 면의 중요성에 대하여 존랑(Jon Lang)은 공간디자인에 있어서 명료함이란 게슈탈트 원리에 따라 선이나 면을 시각적으로 구성함에 따라 생기는 것만이 아니며, 사물 표면의 질감, 색채, 조명 수준등을 잘 정돈하여 배치함으로써도 흥미로운 환경이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그는 구축환경 내에서 미적 경험은 움직임에 따른 연속적인 경험임을 강조하고, 공간디자인의 경우에 있어 움직임에 따른 연속적인 전망(vista)을 무시하고서는 중요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불투명한 면의 지각현상과 연속적 경험에 대한 실제적인 이론의 필요성은 생태학적 지각이론을 통하여 제기되었으며, 확률론적 지각이론과 같은 이론으로 발전되어 오늘날 공간디자인 연구에 기초이론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생태학적 지각이론은 게슈탈트 지각이론(Gestalt Theory)에 대응된다. 형태심리학자들이 환경적 자극에는 게슈탈트 즉, 독자적 특성을 지닌 실체(entity)가 존재한다고 본 것에 비해, 깁슨은 개인적, 심리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이 복합된 생태적 특성이 존재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게슈탈트 지각이론의 중심개념이‘단일 시점’의 시각표상을 근거로 일반적 지각조직의 원칙을 밝힌 것이라면, 생태학적 지각이론은 실제적 환경 내에서 지각이 획득되는 과정의‘연속적 시점’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며, 시점의 변화에 따른 지각표상을 고려하여 공간디자인에 적용할 필요성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게슈탈트 심리학이 시지각 대상의 구체적 차이 혹은 그것을 지각하는 인간의 배경에 대한 실제적 고려보다는 사람이 대상을 어떻게 지각하는가에 대한 일반원칙을 찾아 내려한 반면, 생태학적 지각이론은 실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속에서 지각에 대한 본질을 규명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이론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공간디자인에 적용 가능한 개념을 파악하는 길이 된다.
[ Chait/Day Advertising Inc., Rem Koolhaas, London, 1993 ]
[ Roberto Verino, Fernando Salas, Barcelona, 1993 ]
[ Sahara West Library & Fine Arts Museum, Meyer, Scherer & Rockcastle, Las Vegas, 1997 ]
장면과 연속성
연속성이란 시간적, 개념적, 논리적 측면에서 하나의 현상 다음에 또 다른 현상이 잇따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그것에는 지각(知覺)적 연속(sequence)과 경험적 연속(continuity)이 있다. 후자가 계속되어 있는 상태나 그 양(量)에 관한 측면을 바라보는 것인 반면에, 전자는 흐름이나 질서와 같은 상대적인 관점의 측면이 강하다. 본 강의에서 논의될 연속성(sequence)의 성격은 단순한 반복이나 상태의 나열과 같은 측면보다는, 상대적 관계에 의한 흐름의 파악과 질서의 추구에 관한 것이다. 그것은 시간적 변화를 수반한 인간의 움직임에 따라서 지각과 경험에 연속적 변화를 부여하는 현상으로, 움직임과 움직임의 연결과 그에 따른 장면(secne)과 장면의 전개라는 양상을 띤다. 인간은 공간 내의 이동(movement)에 따라 변위(變位)적 지각작용과 심리적 변화를 동시에 겪으며, 이동경로에 의해 무한공간으로부터 유한성과 규정성을 가진 구체적 공간을 향해 이동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련의 공간적 연속성을 인식하게 되며, 구체적으로는 무한히 분절된 장면들에 대한 누적적인 공간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지각은 고정된 관찰자의 시지각적 이동, 혹은 관찰자 자체의 이동에 의해 형성되어 지는 것이다. 삐아제(J. Piaget)는‘대상이란 유기적 이동을 통하여 공간적으로 일정한 형태를 부여받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전개되는 인과계열 속에서 분리될 수 있는 항목들을 구성하는 지각적 이미지 체계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시간의 경과와 신체의 움직임으로 공간은 지각되는 것이고, 지각된 공간을 분석하는 데에는 공간적 위치변화에 의한 시간적 경과가 장면과 장면간의 인과관계를 결정지으며, 이 경우 분절성, 장면성, 시간성의 개념은 서로 매우 유기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분절성은 공간이 단위를 이루어 3차원적 연속을 이루며 무한히 분절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분절의 개념은 공간 전체의 다양성을 주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적합하다. 그리고 분절된 단위 공간들은 각각 상호관계를 맺음으로 인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며, 이 때 지각된 공간들이 의미를 갖는 것은 다양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는 장소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분절된 고정시점의 2차원적 장면들만으로는 공간의 전개를 파악할 수 없다. 인간의 모든 움직임은 공간의 축을 종횡으로 순회하는 복합적인 것이며, 이와 동시에 시간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의 고정시점에서 형성된 장면은, 장면과 장면 사이를 이동하는 관찰자의 시간적 체험이나 무수한 시점의 변화 등에 따라 움직임을 갖는 장면으로 지각된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장면성인 것이다. 장면성은 관찰자의 이동에 의해 형성되는 공간지각이며, 이 운동은 또한 시간의 경과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일체의 움직임 후은 경과에는 시간차원이 결부되지 않을 수 없다. 즉, 시간과 공간은 오직 움직임으로만 파악되며, 운동에 의한 연속적 지각은 단순히 시각적 형태이미지의 연결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전후관계의 기억이나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시간성의 개념은 공간지각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신체의 움직임에 의해 기억이나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장면을 구성해 가는 것임을 말한다. 골드핑거(E. Goldfinger)는 이러한 시간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건축물을 향해 접근해갈 때, 그 사람은 외부공간을 경험하는 동시에 건축물을 하나의 조각적 형태로 보게 된다. 둘째, 건축물에 더욱 접근하면 거리의 감소에 의해 전망(view)은 시점에서부터 동심원 상으로 제한되고 정면(facade)의 일부만이 회화적으로 지각된다. 이러한 시지각적 장면들의 연속성(visual sequence)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서 한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반대 방향으로 선회하는 경우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공간에 대해서도 시점(視點)의 이동 및 거리 등에 따라 그 공간은 매우 다르게 지각된다. 과거에는 건축물에 대한 관찰자의 시점이 고정되거나 정면에 한정되어 정면성만을 강하게 나타냈으나, 오늘날에 와서는 건축물들이 전방위(全方位)적 관찰과 조망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건축물의 내외부 공간을 시간의 경과와 함께 움직일 때, 공간 내에서의 연속성과 맥락성이 형성된다. 즉 시간화 된 공간과 공간화 된 시간과 발전되는 것이다. 브루노 제비(B. Zevi)는 회화나 조각에 있어서의 4차원은 작가가 선택하는 것이지만, 건축에 있어서의 4차원은 시점의 이동에 따라 건물의 내외부를 바라보는 관찰자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 하였다.
[ 관찰자의 이동에 의한 공간적 연속성-비원, 김도진, 서울, 1999 ]
순수시각과 동적시각
신체의 움직임에 의한 공간체계의 이해와 해석에 관한 대표적인 예로 아돌프 힐데브란트(Adolf Hildebrant)의 ‘순수시각’과 ‘동적시각’에 관한 이론을 들 수 있다. 그의 생각은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서 관찰자와 대상물간의 공간적 관계를 파악하고, 사물의 본질적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두 종류의 인식방법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순수시각에 의한 이미지형성은 관찰자의 시선이 평행하고 신체는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대상물이 2차원적 평면상으로 제공될 때 감지되는 상(像)이며, 동적시각에 의한 이미지형성은 대상물에 접근하는 신체의 움직임에 의해 감지되는 연속적인 상(像)이다. 인간은 순수시각에 의한 상과 이동시각의 상을 통합하여 공간의 조형적 본질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서의 시간성의 개념은 무엇보다도 움직임을 통한 공간의 경험과 관련되어 있다. 운동의 속도가 빠를 때, 마음은 먼저 지나간 대상에 쏠려서 새로이 다가오는 상들을 받아들일 여유를 갖지 못한다. 반면에 아무리 구성이 복잡한 대상물이라 하여도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경험한다면 복잡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서서히 이동할 때는 앞서 지나간 시지각 대상에 대한 기억과 잔상으로부터 자연히 해방되어 새로운 영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축공간에서 이동에 의한 공간인식과 지각의 특성들, 공간에서의 빠른 운동과 느린 동작은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힐데브란트는 그의 공간개념에서 순수시각과 동적시각이 통합된 이미지로서의 표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환언하면, 장면적(scenic) 경관과 연속적 (sequential) 경관이 그것이다. 연속적 경관은 다시 정적 연속성과 동적 연속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자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수용되는 공간 이미지가 관찰자의 시지각에 따라 연속성을 보이는 경우이고, 후자는 관찰자가 시점을 이동시키면서 움직일 때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의 변화를 계기적(繼벌的)으로 체험해 가는 경우이다. 이동에 의해 발생하는 공간적 연속성(spatial sequence)은 조망된 장면(vista)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며,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인간이 체험하는 심리적 과정도 포함한다. 이렇듯 공간체험은 ‘시각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의 이중적 구조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전자는 공간구성요소의 연쇄적 출현과 지각대상의 변화에 의한 연속성이며, 후자는 연상, 회상 등에 의한 의식작용 내의 연속이 그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간디자인을 시각적 연출을 꾀하는 공연(公演)적 성격의 작업과 심리적 작용을 유도하는 표현(表現)적 성격의 작업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전에 프로그램 된 연속적 체험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조직화하는 활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 Blades House, Kim Groves & Mark McVay, Santa Barbara, 1997 ]
[ Eric P. Newman Education Center, Cannon Architect, St. Louis, 1996 ]
[ Moscone Convention Center, Gensler, San Francisco, 1997 ]
[ Columbia/HCA Call Center, Gensler, Bedford, 1996 ]
영화의 시공간적 구조
우리는 지각을 하나의 모자이크로서가 아닌 형성체계로 생각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지각에서 병렬적인 요소보다는 유기적 ‘전체’가 보다 중요하며 근본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체는 그 구성요소로 환원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다. 모든 형태의 요소들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형태들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상에서 논의된 공간적 연속성은 영화의 연속적 지각특성을 통해, 보다 명확히 설명될 수 있다.그것은 2차원적 이미지들을 착시(illusion)의 방법에 의해 4차원적으로 시ㆍ공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 스크린은 물리적으로는 2차원적 평면이고, 기술적으로는 수많은 장면들의 연속과 중첩이지만, 표현과 전달이 이루어지는 특정한 공간이다. 영화는 연속된 개별 화면들의 산술적인 총합이 아니며, 그 이미지들이 인간의 지각장(field of perception) 속에서 새로운 현실성을 창조해낸다. 공간을 설계하는 일과 영화를 제작하는 일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며, 그 과정은 공통점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양자간의 관계성은 서로 기법상의 차용을 제안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영화예술이 현대건축공간에 시사하는 점은 영상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의 조합’이라는 특수한 구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서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더듬어 연상하며 해석하기보다는, 영화 속에 몰입되어 자신이 직접 체험하듯 지각한다. 사실상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지각 대상의 미적가치를 놓치며 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각은 영화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즉 영화란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하는 것이다 이는 영화구조가 직접적 지각을 강조하는 생태학적 지각이론의 입장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에 있어 공간과 시간의 조합은 몽따쥬(mongtage) 이론에 입각한 과거의 소비에트영화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그들의 주안점은 시각적 단편인 쇼트(shot)를 창조적 질서로 연결한 것이다. 몽따쥬 이론의 대표적인물인 아이젠슈타인(Sergei M.Eisenstein)은 시지각의 변증법적 원리를 이용하여 몽따쥬가 충돌 속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고 보았으며, 충돌이야말로 온갖 예술작품에서 나타나는 각종 예술형식의 존재를 규정하는 기본 원리라고 했다. 그는 또 예술형상의 변증법에 대해 유기적 형식의 논리와 합리적 형식의 논리가 충돌해서 탄생되며, 이는 시공간의 연속적 의미에 있어서도 적용된다고 보았다. 그의 영화 ‘전함 포템킨(Battleship Potemkin)’을 살펴보면, 제4부 오뎃사 계단 위 학살의 몽따쥬는 총 205개의 화면(shot)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짧은 시간의 쇼트로 공간을 세분하여 그 시간을 실제의 6분보다 훨씬 길게 느껴지도록 강력한 힘과 충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즉, 공간의 세분화라는 방법을 통하여 시간을 심리적으로 연장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젠슈타인은 적절한 리듬으로 쇼트간의 전개와 길이에 따른 상호관계 및 기하학적 관계에 기초하여 쇼트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간적 긴장감과 새로운 공간적 의미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실제의 3차원 공간에서 분절된 각각의 시지각적 장면들이 관찰자의 이동 및 시점의 변화, 시간의 경과와 함께 기억이나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새로운 장면으로 구성되어 가는 것과 동일하다. 즉, 분절성과 장면성, 시간성의 상호보완적 작용은 영회에서도 드러나며, 공간과 시간의 조합이라는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몽따쥬를 중심으로 시공간을 표출하는 영화의 개냄에 대하여,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최초의 개념은 쇼트들의 충돌에 의한 표현과는 달리 한 화면 내에서 공간의 깊이를 추구하는, 즉 평행적 동작에 의해서도 시간을 다양하게 표출시켜 영화의 시간이 자유롭고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한 장 르노와르(Jean Renoir)의 개념이다. 그는 파노 라믹 촬영이나 카메라의 전진이동에 의해 공간을 파괴하지 않고 시간을 지속하는 기법을 사용했으며 이는 오손 웰즈(Orson Wells)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었다. 오손 웰즈는 그의 작품 ‘시민 케인(Citizen Kane)’에서 모든 화면내의 피사체가 동일한 심도로 포착케 되는 딥 포커스 촬영을 시도했으며, 이 촬영의 기술적인 효과에 힘입어 획기적인 시간과 공간을 창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영화적 기법은 현실세계의 공간에서 공간적 연속성을 지각하는 것과 흡사하다. 우리가 길을 걸어가며 어떠한 물체를 바라보는 것처럼 카메라는 끊임없이 관찰자의 이동과 함께 피사체를 향하며, 따라서 영화를 보는 관객은 마치 자신이 직접 체험하듯 지각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 있어 이 두 가지 기법은 오늘날 모든 영화에 차용되고 적용되는 문법이 되었으며, 공간과 시간이 조합된 구조를 이루게 한 근간이 되었다. 영화는 물리적인 세계의 시간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고 급격히 변화시킬 수도 있다. 즉 시간을 변화시킴으로 어떤 사건과 관계된 공간에서 갑자기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는 원칙적으로 물리적 시간보다 정신적으로 사유되는 시간과 좀 더 유사하며, 그러한 몽따쥬에 의해 가능하다. 또한 영화 에 있어서의 시간과 공간은 시간의 변이에 따라 시각적 공간을 창출하며, 시간의 변화는 공간의 움직임과 연속에 따라 이루어진다. 영화는 공간과 시간의 선택을 통하여 새로운 차원의 재생된 공간과 시간을 형성해 나간다. 따라서 이것은 일반적인 공간과 시간의 물리적 세계에 또 하나의 창조된 공간과 시간을 더하여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베르나 르 츄미(Bernard Tschumi)는 자신의 논고 맨해튼 트랜스크립츠(The Manhattan Transcripts)와 라빌레뜨(La Villete)공원의 설계를 통해, 영화에서의 장면구성과 연결이 갖는 의미를 건축공간에서의 ‘운동’과 사건’, 그리고 그것들간의 연속성(sequence)으로 실체화하였다. 한편 도시계획에 이야기전개(the story)식과 ‘문장구성(the plot)식’ 개념을 원용한 피들러(Shepherd Fidler)와 컬렌(Gαrdon Cullen)은 텔포트 설계경기 당선안을 비롯한 다수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공간에서의 시간적 체험을 표현한 연속적 도식(sequential illustration)의 한 모형을 보여주었다.
[ Battleship Potemkin ]
[ Citizen Kane ]
공간경험의 계획
공간디자인에서 ‘연속성’ 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이는 일련의 지각의 연결을 말하는 것이다. 연속성은 경험되어질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며, 역으로 경험이란 모두 연속적이다. 그것이 건축물의 내부이든 외부의 개방공간이든, 공간 내에서의 연속성은 지극히 다양하다. 움직임의 기점에서 종점에 이르는 과정이 곧고 선형적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수렴적이고 구심력적이며, 때로는 확산적이고 원심력적이다. 단순한 연속, 복잡한 연속, 복합적인 연속 등이 있을 수 있고, 지속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단속적(斷續的)일 때도 있으며, 변조(變調)된 연속성도 있다. 또한 집중, 분산, 미세, 거대, 유약, 강력한 연속성을 상정할 수도 있다. 만일 크기, 형태, 색채, 빛, 질감, 패턴등 공간의 특징 중 한 두 가지 이상이 반복적인 리듬으로 나타나면, 연속성 속에는 이내 운율(體律)이 명확하게 표출된다. 이 공간운율이 관조자에게 주는 정서적 영향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지배적이다. 우리가 이동하는 동안은 우리가 통과하는 물리적 공간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어떤목표 지점을 향해 움직일 때 통과하는 과정적 공간은 목적지의 성격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목적지에서 모종의 경험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접근 과정에서의 감정의 상승을 지원하는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공간디자이너가 계획하는 연속성은 많은 경우 특정 목적을 위해 고도로 질서정연하나, 때로는 자연적인 흐름에 의탁하여 일견 무질서한 듯한 질서를 추구하기도 한다. 연속성을 잘 계획하면 그 효과는 극히 효과적이다. 움직임을 유도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리듬을 만들어 내고, 분위기를 자아내는가하면, 공간 속에 위치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대상물을 드러내 설명해주고 나아가 철학적 개념을 심어주기도 한다. 연속성을 계획한다는 것은 공간 구성요소들을 방향성을 가진 체계로 이끌어 가는 작업이다. 연속성은 시작어 있고 끝이 있으며, 끝이 대개 절정(climax)을 이루는 부분이 된다. 절정으로 가는 과정에는 몇 차례의 작은 절정이 있을 수 있고, 이들 하위의 절정은 연속성 구현에 도움을 준다. 연속성이 암시하는 역동성 때문에 사람들은 기점에서 종점까지 유인되고 이동하게 된다. 행태적 측면에서 볼 때, 일단 연속성을 시작했으면, 연속성과 연속성으로 유발된 사람들의 이동은 논리성 있는 마무리를 지어야하고, 최소한 만족할 만한 결말에 이르러야 한다. 우리는 한 개의 공간 또는 여러 개의공간 복합체를 통과한 후, 자신이 지나온 것, 지각했던 것을 무의식 속에 기억한다. 그래서 어떤 물체나 공간에 대한 인상은 우리가 과거에 경험한 것이나 기대했던 것에 의해 결정된다. 나아가 경험이란, 앞에서의 논의가 시사하듯이, 우리가 지각한 것, 지금 지각하는 것, 지각하리라 기대하는 것들이 복합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디자이너는 장소나 공간이나 물체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experience)’을 계획하는 셈인 것이다. 더욱이 그것은 하나의 정태적인 공간체험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하여 유쾌함(amenity)을 배가시키는 일련의 조건반사적 공간체험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관점에 충실하기만 하였어도 프루이트 이고우의 비극(제2강 참조)은 없었을 것이다. 주거공간, 레스토랑, 교회는 그 공간이 마땅히 제공해야할 최상의 경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또 고속도로의 설계는 쾌적한 이동의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공간의 흐름은 원활해야하고 마찰은 극소화해야하며, 심리적 기대와 생리적 요구에 훌륭히 대응하여, 만족감을 극대화해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것은 미리 설정한 형태에서 경험이 도출되는 것보다, 경험의 계획에서 형태가 도출되는 경로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형태를 중심으로 추구하는 접근방법, 원칙적용 위주의 접근방법 등은 버려야 하며, 무의미한 패턴, 생명 없는 형태를 계획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진정한 설계 접근방법은, 이용할 사람의 공간경험을 위한 계획, 이용자에게 필요한 시설과 지원성을 제공하는 계획, 이용자에게 즐거움과 기억을 주는 계획민이의미가 있다는 것을 터득하는데서 출발한다. 공간 내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간의 최적의 관계를 창조하여, 통합된 미적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 진정한공간디자연 접근방법인 것이다.
[ Parc de la Villete, Bernard Tschumi, Paris, 1982 ]
[ Guggenheim Museum, Gwathmey Seigel & Associates, New York, 1993 ]
[ Rus in Urbe, Martha Schwartz, Washington DC & Minneapolis, 1999 ]
질의
1. 게슈탈트 지각이론에 기초한 공간디자인 이론은 디자인의 실무적 지침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긍정적 효과에는 어떠한 점이 있으며, 부정적인 결과는 무엇인지 설명하라.
2. 생태학적 지각이론에서는 지각을 통해 얻는 정보의 핵심은 주변 환경이 지각자에게 제공하는 행태지원성이라 한다. 환경이 제공하는 행태지원성의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반영하는 디자인은 어떻게 가능한지 연구하라.
3. 확률론적 지각이론은, 지각을 통해 지각자가 기대를 형성하고 가설을 학습하게 되는 학습이론과 지각적 기대성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이러한 지각적 기대성은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기초하며 문화적 차이, 감수성 차이 등과 매우 밀접하다. 지각적 기대성이 발현되는 사례를 연구하라.
4. 생태학적 지각이론과 확률론적 지각이론을 융합하면 지각의 내용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이 도출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이 포괄적인 틀에서 ‘지원성’이 디자인에 어떻게 적용가능한지를 설명하라.
5. 지각단위로서 주변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불투명한 면(opaque plane)의 구체적 사례를 들고 이들을 적절히 정돈하여 배치한 구축물의 사례를 제시하라.
6. 인간은 공간 내의 이동경로에 의해 무한 공간으로부터 유한성과 규정성을 가진 구체적 공간을 향해 이동하게 된다. 한국 전통건축에 있어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또 공간적 연속성이 어떻게 인식되는지 연구하라.
7. 인간은 순수시각에 의한 상과 이동시각의 상을 통합하여 공간의 조형적 본질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순수시각’과 ‘동적시각’을 함께 고려한 디자인은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가?
8. 영화는 사유로서가 아니라 지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많은 대상을 지각함에도 불구하고 지각 대상에 대한 미적 가치를 놓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9. 연속성은 그 유형이 지극히 다양하여 단순하거나 복잡할 수 있고, 또 집중되거나 분산될 수도 있으며, 미세하거나 거대할 수도 있다. 그러한 양상을 두 가지 이상의 현실적인공간을 통해 비교 설명하라.
10. 유쾌함을 배가시키는 조건반사적 공간체험을 계획하는 것이 공간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만일 디자이너가 계획한 경험이 공간이용자(수용자)에게 전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왜곡되거나 변질된다면 그 원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조사하라.
참고문헌
이한석, 이상호, 생태학적 지각이론의 건축디자인 적용가능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2권 6호, 1996 임승빈, 환경심리.행태론, 보성문화사, 1999 재판 정기용, 베르나르 츄미 -건축의 자율성의 파괴와 모더니티의 확장, 건축과 환경, 1993.8. David Gosling, Barry Mailand 저, 박절수 역, 도시설계론, 태림문화사. 1990 John F Pie, Design, Purpose, Form and Meaning, The University of Massachusetts Press, 1979 John Ormsbee Simonds Landscape Architecture, McGraw-Hill Co.,1999 Jon Lang, Creating Architectural Theory -The Role of the Behavioral Sciences in Environmental Design, Van Nostrand Reinhold Co. Inc.,1987 K. C. Bloomer 저, 이호진 역, 신체.지각 그리고 건축, 기문당, 1990 N. T. Fisher et al. 저, 이진환 외 역, 환경심리학, 학지사, 1997 Raymond Spottiswoode, A Grammar of the Flim,, Univ. of California Press, 1959 Sergei M. Eisenstein 저, 정일몽 역, 영화의 형식과 몽따쥬, 영화진흥공사, 1990 Ulrch Neisser, Cognition and Reality, San Francisco : Freeman, 1977 Van de Ven 저, 정진원 외 역. 건축공간론, 기문담,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