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우리 고전 6
한국의 대표적 동화 <콩쥐팥쥐전> 그림책으로 다시 조명하다.
‘우리 고전소설로의 의의와 가치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 애쓴 그림책’
<콩쥐팥쥐전>은 방정환 선생이 “동화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 <해와 달>, <흥부와 놀부>, <콩쥐팥쥐>, <별주부(토끼의 간)>”으로 언급한 것처럼 <흥부전>, <토끼전>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우리의 전래동화이다. 이처럼 매우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그림책으로 작업한 이유는 그사이 나왔던 그림책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사실 <콩쥐팥쥐전>은 어린이들이 흔히 읽는 동화로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훨씬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 옛 여성들이 전통적인 가족제도 속에서 겪었던 인간관계의 갈등을 담은 이야기이자, 과감한 ‘권선징악’을 통해 엉킨 응어리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해소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동안 <콩쥐팥쥐전>은 <신데렐라>와의 유사성으로 인해 그 연관성이 많이 거론되어 왔다. 하지만 콩쥐가 결혼한 뒤 팥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는 후반부부터는 <신데렐라>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그런데 기존 그림책에서는 어린이가 본다는 이유로 이 후반부를 왜곡하거나 아예 삭제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다른 이야기임에도 오히려 <신데렐라>와 전혀 다를 바 없이 만들어 버린 것이 출판계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그림책은 이러한 오류를 바로잡고 원전이 담고 있는 고전소설로써의 <콩쥐팥쥐전>이 갖고 있는 개성과 특질을 오롯이 살려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콩쥐팥쥐전>은 우리의 고전소설 중에서 주로 사대부 부녀자 층에서 애독했던 ‘가정소설’로 분류된다. 여주인공이 계모와 그의 자식에 의해 박해 당하다 결국 죽게 되지만 다시 환생하는 내용으로 <장화홍련전>과 같은 갈래에 포함된다.
우리 옛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가족 제도 속에서 제약이 많았다. 가정 내에 여러 관계 속에서 느꼈을 감정의 층위도 꽤 다양했을 것이다. 그 안에는 관용과 이해도 있었겠지만 갈등과 미움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얽히고설킨, 그럼에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했던 여러 인간관계를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바로 여기에 <콩쥐팥쥐전> 같은 이야기가 여성들 사이에 널리 읽혔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착한 콩쥐를 자신의 처지로 여기고 콩쥐가 괴롭힘을 당할 때는 함께 슬퍼하고, 못된 팥쥐나 계모가 벌을 받을 때는 함께 기뻐했던 것이다. 그래서 <콩쥐팥쥐전>은 우리 민담의 대표적 특징이기도 한 ‘권선징악’적 성격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었다.
원래 서양동화 <신데렐라>는 우리나라의 동화를 개척한 소파 방정환에 의해 1922년, 페로 동화인 <샹드롱의 구두>가 『사랑의 선물』에 번역(번안)동화로 실려 널리 퍼지게 되었다. <콩쥐팥쥐전>의 전반부는 계모의 박해를 받던 콩쥐가 신 한 짝을 잃어버림으로 짝을 얻고 행복을 얻는다는 이야기로써, 언뜻 보면 <신데렐라> 이야기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후반부 부분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콩쥐팥쥐전>은 콩쥐가 전라감사와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전반부와 팥쥐에게 죽임을 당한 후 환생하여 펼쳐지는 후반부, 이 두 부분으로 마치 별도의 이야기 두 개가 접합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원래 ‘콩쥐’라는 이름의 의미는 손에 쥐어질 만큼 작고 예쁘다는 뜻이다. 이야기 전반부의 콩쥐가 운명에 순응하고 하늘의 도움으로 이를 감당하는 수동적인 인물이었다면 후반부에서는 시련 속에서 단련되고 성장하는 인물로 변화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콩쥐는 죽음을 겪고 나서부터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대응하고 극복해나가는 적극적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신데렐라>에는 없는, 이야기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연결하는 콩쥐의 환생 역시 죽음으로 인한 못 다한 인연을 다시 잇는다는 한국적 정서가 이야기가 변천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미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콩쥐팥쥐전>은 그 기원을 어디에 두던 간에 우리의 정서, 신앙, 전설 등과 결합하여 우리식 이야기로 정착된 대표적인 고전소설이자 동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빛나는 우리 고전’의 <콩쥐팥쥐전>은 이러한 성격을 최대한 살려 담은 그림책으로 자부할 만하다.
그림책 <콩쥐팥쥐전>은 1919년 대창서원에서 발행한 <콩쥐팥쥐전>을 저본으로 하여, 오랫동안 고전소설을 연구한 세명대학교 권순긍 교수가 글을 썼다. 또한 관록 있는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종도는 단아하면서도 한국적인 여성미가 듬뿍 담긴 콩쥐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어리고 순진하지만, 시련 속에서 점점 씩씩하게 성장해나가는 콩쥐의 변화를 이야기의 변화 과정에 조응하여 화면에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 소개
글‧ 자문 권순긍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지금은 세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고전소설을 연구하며 우리 고전소설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고소설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우리말현장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자본 고소설의 편폭과 지향> <고전 소설의 풍자와 미학> <고전, 그 새로운 이야기>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 <고전소설의 교육과 매체> 외에 많은 책을 펴냈다.
그림 김종도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개인전을 비롯하여 국내외 기획전 및 단체전에 100여 회 참여했다. 일러스트레이션과 동화 쓰기, 창작 회화 작업과 함께 미술 단체 활동을 비롯한 여러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그림책 <둥그렁뎅 둥그렁뎅> <까치와 소담이의 수수께끼 놀이> 등이 있으며 창작동화 <내 색시는 누구일까>가 있고 이 외 수십여 권의 동화책에 그림을 그렸다.
장영 홈페이지 http://www.jangyoungboo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