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소를 몰라요..ㅋㅋ
아래 글은 오디오 사이트에서 인기 있었던 제 글을 올려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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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 8가에는 아시다싶이 낡은 오디오들이 제법 나온다.
자세히 보면 이미 오디오 사이트에 판매로 나 온 물건들도 나오고..아주 오래 된 고물 수준의 진공관 라디오들도 나온다.
지난주 90을 바라보는 어메가 새벽 전화에
"애비야..바래미 머물띠 할매가 듣던 라지오 고장이 났단다"
하여 ...혹 중고 낡은 라디오라도 한대 싸게 살까 하고 오랜만에 중국 눈치를 보면서 지어 놓은 청계 8가 동묘 골목으로 가니 나처럼 중늙은이들이 인산인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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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쯤 먼친척인 머물 아지매가 도시 칼국시 집에서 허드레 일을 오래동안 하시다가 자식들이 전부 잘못되고 그동안 번 돈은 며느리가 몽땅 들고 집을 나가는 바람에 .... 살길이 막막하여 고향집에 다시 내려왔는데 어메 말씀이
"남들은 객지나가서 돈 벌어 온다카드만 머물띠기는 안끄도 안들고 왔드라..남사스런지 밤에 와서 그 빈집에 촛불을 켜고 해서 나중에서야 머물 아지매가 다부 고향으로 내려 왔는지 마실 사람들이 알았다..."
그리하여 더간(德安)골 제일 땅부자 맏며느리였던 머물 아지매는
결국 ...20년 만에 다시 빈손으로 고향 집에 내려와서 살게 되었는데..이웃들이 우선 먹을 양식을 모아서 드리고 나도 생필품을 차 드렁크에 가득 담아서 촛불 켜고 사시는 아지매 집에 찿아갔더니 ..맨발로 뛰어 나오시면서 엉엉 우셨다.
필자가 어릴적 묘 내기하는 날 찿아가면 안동 국시를 한사발 퍼주면서
"아제 더 잡수소 더 잡수소 "
하시던 팔현오규의 허백당 집안의 새색시가 이젠 호호 백발 할머니가 되셨다.
그 이후 어메가 서울 우리 집에 와서 며칠 머물다가 다시 안동으로 내려가시면서 아파트 쓰레기 장에서 이런 저런 버려진 잡지 책을 챙기시길레 물었더니
"머물띠기 갖다줄란다" 하셨다.
촌노인이지만 머물디기 할매는 어릴적 자란 집에 별도로 學文堂이 있을 정도로 , 한학을 깨우치시어서 한글 한문을 다 읽을 수 있는데 신문 볼 돈은 없고 그저 오일장에 가면 낡은 신문을 주워와서 혼자 읽어 본다고 하셨다.
그 소리를 듣고 내가 라디오를 한대 드렸는데..그도 그만 못쓰게 되어 왠 종일 방안에 우두커니 읽은 헌 신문 다시 읽어보고 ..읽어보고 한다는 이야기다.
주말 청계천 벼룩 시장 골목에는 낡은 라디오들은 제법 있었다.
그중에 눈에 들어오는 낡은 라디오 한대는 다이알 명판에 국내 방송국 CH이 표기 된 것이 있었다.
그랬다...1970년대 초반에 제조 된 국산 라디오는 다이얼 명판에 지방 방송국까지 표기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back case 가 없었다.
"얼마입니까?"
난전 오디오 장사하시는 분에게 물었더니 그분 대답이
"그거 불량입니다 ..소리도 안나요..반품 안하고 갖고 가실려면 3천원만 주세요" 하셨다.
3천원 주고 사왔다.
소리 안나는 것이야 수리하면 되고 .. 케이스가 망가졌지만 그딴 것은 손이 멀쩡하니 내가 직접 박스를 맞추어 주면 될 일이다.
집에와서 정검을 해보니 사진의 스라이스 보륨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사진처럼 불량이다.
세운상가 부품상에 갔더니 다행이 똑 같은 부품이 있어 새로 갈았다.
이태원에서 와인 바를 하는 지인에게 와인 통하나를 얻어와서 사진처럼 부착을 했다.
그리고 밧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좋다고 알려진 (과거 미군 팬텀기에 장착하던 밧데리임) 미제 밧데리를 달았다. 총 8개를 달았으니 앞으로 머물띠기 할매가 살아서는 충분히 쓸 용량이다.
스피커가 너무 낡아서 처음에 그냥 그 유명한 p25 미제 중음 스피커를 달아 드릴까 했는데 너무 무겁고하여
원래 달려 온 낡은 스피커를 박스 전면과 후면 실제로 달아보고 들어보니 바닥 면에 장착하는 것이 소리 울림이 가장 좋아서 바닥에 사진처럼 달았다.
아시다싶이 스피커 소리의 기본 원리를 직접 깨달을 려면 스피커 통과 장착 위치를 달리해보면 금방 알개된다.
의외로 소리가 좋다.
때마침 묵계월씨의 정성 아라리 대목이 99.1에서 나오는데
"어지러운 사바세계 의지 할 곳 가이없어 심산 유곡 찿아들제..."
마치 가사에 소리가 젖어 들어서 더욱 소리가 절절하도록 잘 울린다.
이 정도 소리 크기라면 시골 할매 방에선 충분히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도 남을 출력이다.
중고 라디오는 사실 큰 돈 안줘도 구입이 가능하지만 ..나름 우리 고향으로 시집와서 일평생을 힘겹게 보내시고
이제 인생 끝자락을 보고 사시는 머물띠기 할매에게 줄 오디오라서 나름 내가 시간을 내어 수리하고 박스에 넣은 아나로그라서 만족이다.
달랑 3천원 주고 구입하여 수리하고, 이태리 와인 통으로 옷을 갈아 입은 낡은 국산 라디오 한대...
이제 이것으로 머물띠기 할매는 아무도 없는..오래 된 황토 벽 방안에서 홀로 국악방송이라도 들으시면 노후를 삼베자투리 만큼이라도 즐거움이 더했으면 한다.
문득 지난해 이 만 때 시골을 내려갔더니...
"아이고 아까보이 아제 차가 마실로 들어오길레 내가 바로 밭머리나가서 개비름 나물 해서 뭍쳐왔니더 ..점심때 아제 주이소 원래 아제는 서울 살아도 이 개비름 나물 언간이 좋아했잤니껴!"
하시면서 개비름 나물 사발을 ㄱ자 허리로 들고선 우리집으로 들어서던 머물할매가 떠 오른다.
그러고보니...깨밭에 개비름 나물이 한창 돋아나는 절기다.
note:
머물띠기
먼물댁..이라는 호칭이 경상북도 가난한 산골에서만 생성 된 기력보존 법칙에 의한 연음 발음이
먼물댁---머물띠기...다.
아침 굶고 점심 거르고..한 산골 사람들이 너무 허기기 져서 먼물댁이라고 강하게 발음 할 기력이 없어서
자연 머물띠기..로 변형된다는 서글픈 언어변태사다.
먼물은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강변 마을을 먼물 동네라고 호칭했는데..왜인들이 이땅에 들어오면서
먼물을 원호,혹은 원강으로 지명을 바꾸어 놓았고 우린 그대로 사용 중이다.
첫댓글 우리는 그렇게 살았다...살아왔다...
1970년....군에간 형님이 라디오 한대만 보내달라고하였지만 우체국으로 보내다가 혹시 중간에 누가 배달사고낼까봐...답십리 시외버스 주차장-춘천-사창리..비포장 도로 왠종일 걸려서 가는데..중간 중간 비포장 도로에 떨어진 군복입고 공병대원들이 일하는 전방...형님 계시는 77년대 위병소에서 만나 전해주고 돌아오면서 ..난 죽어도 이런 전방은 군대 안 올것이다..했는데..형임 제대하고 바로 내가 입대했는데..하필이면 똑 같이 사창리 깊은 산골...아이고 아이고..40년 훌쩍 넘어서 지난주 형님 모시고 그 산골부대에 다녀왔습니다.
아...인생 잠깐이네요.
함박눈 형님 ..우리 이제 하루 하루 값지게 살아야 합니다요!!
나무상자가 엔틱한데요..
술통이라서 소리가 취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