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의 향연(齋室의 饗宴)
우리 민족의 삶을 통하여 형성된 ‘제례문화’는 민족화합과 일가화친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예도(禮道)로서 조화와 질서를 통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대표적 기능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재실의 향연(齋室의 饗宴)’은 문화재청 중부지구관리소와 한국 금속공예문화의 계승과 창조적 발전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길금공예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하는 특별전으로 민족의 정신세계와 높은 윤리의식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인 조선의 제례문화를 조명하는 전시이다. 초대작가인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8호 입사장 보유자인 홍정실(洪正實), 이수자 김선정(金宣廷)의 창작품과 다수의 제기 유물로 구성되는 기획전은 우리 선조들이 제례 공간에서 사용하여온 ‘제기조형(祭器造形)’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의 제기조형
한 민족이 타민족과 차별화되는 ‘무엇’은 한국적인 징표로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인의 정신과 정서, 한국적 양식으로 대변될 수 있는 함축된 요소들은 제례문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하늘과 자연을 숭배하고 조상을 섬기는 관습이 깊었다. 충효의 예를 중시하는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삼았던 조선시대의 제례는 당시의 생활철학이 구체화된 기본적이자 중요한 의례행사로서 군왕에서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자손된 자면 누구나 모든 정성을 들이는 조상에 대한 의식이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삶을 통하여 형성된 제례문화는 민족화합과 일가화친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예도(禮道)로 꾸준히 이어져 왔기에 오늘날에도 민족의 정신세계와 높은 윤리의식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 되고 있다. 제례에서 사용되는 그릇(用器)들을 통틀어 ‘제기(祭器)’라고 한다. 제사란 조상의 영혼에 대한 의례인 고로, 제기는 신이나 조상에게 제(祭)를 위하여 진설(陳設)할 제물을 담아 올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조선 고유의 신앙, 유교적 사고와 생활관습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는 제기를 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제기조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조선의 제기는 각 기형마다에 국가관에 입각한 철학적 상징성을 부여함으로 민족의 정신과 사고를 조형적으로 창조하고 있다. 또한 당시 선조들이 가장 선호하였던 노르스름한 빛깔, 뽀얀 광택을 지닌 놋쇠(鍮)라는 소재를 사용한 제기는 금속공예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재료와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제기는 형태와 기능이 잘 조화됨으로 공예조형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있기에 한눈에 봐도 조선의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 일반적으로 화려하고 사치한 생활을 절제하는 검약의 풍조로 인하여 금속문화가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던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제기문화의 발달은 매우 특별한 부분이 되고 있다. 당시 제기용 그릇들의 종류와 모양은 국가적 의식제도가 정비되면서 구체화되었는데 종묘제례에는 처음부터 유제기를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사실은 15세기 초와 말기에 기록된「제기주조(祭器鑄造)」가 뒷받침하고 있다. 최고의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궁중의 놋제기들은 주물유기 특유의 멋과 금속공예품으로서의 유기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반면 사대부(양반)가의 제사는 단순하면서도 균형잡힌 대칭구도로서의 안정감이 있기에 ‘절제미’, ‘선미 (線美)’의 그릇(器)이라는 조형특질을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제기조형은 조선 고유의 신앙과 유교적 생활관습을 바탕으로 형성되었으므로 조형에 관한한 형식적인 틀에 의해서 생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계성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빛깔을 드러내게 되었으며 조선 공예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될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제례문화는 조화와 질서를 통해 민족 공동체를 유지하는 대표적 기능으로 오늘날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민족의 정신세계와 높은 윤리의식을 상징하는 무형유산으로 놋으로 만든 제기조형을 통하여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