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잘 부르던 노래
'연보랏빛 코스모스 눈물 젖는 플래트 홈. 옷소매를 부여잡고 한없이 우는 고운 낭자여. 구름다리 넘어갈때 기적소리 목이 메어, 잘 있거라 한마디로 떠나가는 삼랑진.
어젯밤 우연히 TV에서 이 노랠 듣고 그야말로 '울리는 경부선' 노래처럼 떠난 사람이 불현듯 그리워, 오늘 원용이와 통화하여 고 손영현 이야길 한참 나누었다. 우리 동기들 노래는 어떤 것이 있었나? 노래방엘 가서 불러보던 친구들의 노래 18번을 적어본다.
김원용은 <천년 바위>다. '동녘 저편에 먼동이 트면 철새처럼 떠나리라. 세상 어딘가 마음 줄 곳을 집시 되어 찾으리라.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부질없는 욕심으로 살아야만 하나'. 이 노랜 가사가 철학적이다. 이종규는 <울고 넘는 박달재>이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비에 젖는구려. 왕거미 집을 짓는 고개마다 구비마다, 울었소 소리쳤소 이 가슴이 터지도록'. 김두진은 <희망가>이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이화웅의 18번은 <옥경이>. '희미한 불빛 아래 마주 앉은 당신은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고향을 물어 보고 이름을 물어봐도, 잃어버린 이야긴가 대답하지 않네요. 바라보는 눈길이 젖어 있구나. 너도 나도 모르게 흘러간 세월아.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 물어도 대답없이 고개 숙인 옥경이.' 하준규는 <목화밭>. '우리 처음 만난 곳도 목화밭이라네. 밤하늘에 별을 보며 사랑을 약속하던 너. 그 옛날 목화밭 목화밭. 우리들이 헤어진 곳도 목화밭이라네. 기약도 없이 헤어진곳도 목화밭이라네. 서로 멀리 헤어져도 서로가 잊지 못한 곳. 조그만 목화밭 목화밭'. 이채우는 <낭만에 대하여>.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정학영은 <전우야 잘 자라>.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자라.' 하승근은 <에레나가 된 순이>.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카바레에서, 보았다는 그 소문이 들리는 순이. 석유 불 등잔 밑에 밤을 새우면서 실패 감던 순이가 다홍치마 순이가. 이름조차 에레나로 달라진 순이 순이. 오늘 밤도 파티에서 춤을 추더라. ' 우리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진주극장 앞에 지나갈 때 이 노랠 듣곤 했다. 이 노래는 933 가수 이주호도 멋지게 잘 불렀다. 이창국 친구 부인은 <소양강 처녀>.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내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 아~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소양강 처녀'. 손부일 친구 부인은 <장녹수>. '가는 세월 바람타고 흘러가는 저 구름아. 수많은 사연 담아 가는 곳이 어드메냐. 구중궁궐 처마 끝에 한 맺힌 매듭 엮어, 눈물강 건너서 높은 뜻 걸었더니, 부귀도 영화도 구름인양 간 곳 없고, 어이타 녹수는 청산에 홀로 우는가'. 진주의 고 문성열 박사는 <추억의 소야곡>. '다시 한 번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몸부림 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저 달이 밝혀주는 이 창가에서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KBS에 근무한 진동인이도 노래 하나는 귀신이다. 그는 <안동역 앞에서> 잘 부른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 녹고 녹는다. 기적소리 끊어진 밤에.' 끝으로 김 모 거사는 강종대가 그리워 <해운대 엘레지>를 자주 불럿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세월이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혼자 외로이, 그때 그 시절 그리운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첫댓글 "친구들이 잘 부르는 노래"잘 보았습니다.우째 그리 기억력도 좋으신지.마음을 달래 보는것이 아니고
그때를 생각 하게 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