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패상에 대한 내부고발자로 맹활약해 온 임은정 검사(대구지검 부장검사)가 결국 검사 적격심사를 받게 됐다. 임 검사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달 초 정기인사 때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어 2016년 2월 때의 그 적격심사 때처럼 적격심사위원회에 부르지 않고 안 자르는 건가… 싶었는데, 3월 2일 적격심사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오늘 오전 받았습니다”라고 밝혔다.
임은정 검사 출처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계정 검찰청법 39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을 제외한 검사는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를 받는다. 적격심사 대상은 검찰 내 특정 기수 전체이며, 법무부는 이 가운데 심층심사를 할 사람을 걸러내 특정사무감사를 진행한 다음 적격심사위원회를 열며 여기서 검사의 능력을 평가해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의결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퇴직을 건의하며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면 대통령에게 퇴직명령을 제청한다.
임 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2015년 의정부지검에 근무할 때 김강욱 검사장에게 (검찰 내부망 글로 인해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과 김강욱 검사장이 많이 노여워했다는 이유로) 검사 부적격 F 평정을 받은 것이 2016년 2월 적격심사 때 심층 적격심사에 회부된 주요 이유”였다면서 “(따라서) 이번 적격심사 평가 대상 기간은 당연히 2016년 2월 적격심사 통과한 이후부터 2022년까지여야 하는데, F 평정을 받은 2015년부터 시작하더라”라고 검찰 상층부의 의도에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임 검사는 “정말 자르고 싶나 보다 싶어 이해는 하면서도, 어이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9월 6일, 민청학련 사건으로 15년 형을 선고받았던 박형규 목사의 재심 공판에서 윗선의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했고 이어 12월 28일,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죄로 1962년 유죄선고를 받은 윤길중 진보당 간사장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에서도 무죄를 구형해 법조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후 대검 감찰본부는 2013년 2월 직무상 의무 위반, 품위 손상 등으로 법무부에 임 검사의 정직을 청구했고, 같은 달 법무부는 그에게 정직 4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임은정 검사는 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2월 21일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 재판은 근 3년이 다 되는 2017년 10월 31일 대법원이 임은정 검사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함으로써 끝났다. 대법원은 무죄구형이나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린 행위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없고, 근무시간 위반만 징계사유가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징계의 정도가 과중하여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2015년 이후부터는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일하다가 그해 12월 3일 검사로서의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의심받아 심층적격심사를 받았던 것이다. 이는 검찰 상부가 '찍어내기'를 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이에 대해 민주진보진영 시민들이 크게 반발했었다. 임 검사 자신도 이때 잘릴 수도 있다고 각오했으나 법무부는 2016년 1월 8일, '적격' 판정을 내렸다. 애초 이 적격심사제도로 잘리는 사람은 매우 적다.
임 검사의 검찰 내부 개혁투쟁은 이후에도 거침없이 전개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의해 지방으로 좌천되기도 했던 임 검사는 2021년 2월 22일 검찰 중간간부급(고검검사급) 인사에서 감찰정책연구관과 대검·서울중앙지검 겸임 발령을 받으며 수사권도 갖게 되었으며 한명숙 불법정치자금수수 사건과 관련된 엄희준 검사 등 검찰의 모해위증혐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공소시효 문제가 제기된 데다 고검장 회의에서조차 ‘제 식구 감싸기식’ 기소 기각 결정이 났다.
임 검사는 20일 페이스북 글에서 “누가 검사인가? 누가 검사 적격인가? 누가 검사로서의 양심이 있는가?를 물으며 검찰의 자성과 개혁을 촉구”해 왔다면서 “정권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우리 검찰을 상대로 역시나 한결같이 문제 제기하는 내부고발자를 검찰이 내버려 둘 리 없지요. 블랙리스트 등을 문제 제기할 때부터 각오한 바라 담담히 임하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덧글을 붙였다.
“며칠 전 점심 먹고 산책하며 인근 범어도서관을 들렀다가
어린 왕자와 여우 벤치를 발견했습니다.
<어린 왕자>에서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 했지요.
제 길이 고단하고 목이 좀 마르긴 하지만,
저 너머 우물이 기다리고 있고,
아직 갈 만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계속 가 보겠습니다.”
'정치 검찰 사막'에서 시민에게 우물이 돼 온 임 검사가 자신의 우물을 찾을 수 있을지 많은 시민들은 3월 2일,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