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월 3일은 개천절입니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민족종교인 대종교 절기에서 비롯됐습니다.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민족의 기념일로 채택되어 음력 10월 3일을 기념했습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에는 연호로 단기를 사용했습니다. 개천절은 단군 왕검이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날입니다. 기원전 2333년부터 나라의 통치를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올해는 단기 4357년 (기원전 2333년 + 서기 2024년)이 됩니다. 지금의 개천절은 양력 10월 3일이지만 단군을 숭배하는 여러 단체에서는 전통에 따라 음력 10월 3일에 의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건국이념은 그 유명한 홍익인간 즉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적 솔직히 단군할아버지는 왜 이 조그만 한반도에다 나라를 세웠을까, 하필 그 조그만 한반도도 왜 분단이 되어 한국은 섬 아닌 섬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의문을 많이 가졌습니다. 미국이나 러시아 캐나다 중국같이 커다란 영토를 만들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많이 간직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러면 한반도는 언제나 통일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며 생활했습니다. 분단된 지 벌써 80년이 가까이 지났지만 통일의 분위기는 전혀 조성되지 않습니다. 아니 남도 북도 통일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한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아주 조금 상황이 바뀔 뿐입니다.
이번 개천절을 맞아 통일관련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민 10명 중 3명 이상이 북한과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특히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공개한 통일 의식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5%로 2007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후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30대 사이에서는 47.4%로 절반에 이르고 있습니다.
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통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가장 많았고 통일 이후 생겨날 사회적 문제 그리고 남북 간 정치체제의 차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조사기관은 현 정부 출범이후 남북 간 갈등과 긴장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통일의 필요성과 가능성 등에 있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은 한국을 통일 상대가 아님을 분명하게 하는 등 통일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한 것도 부정적인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의 민족 분열은 지금뿐 만이 아니였습니다. 고대국가들이 그랬듯이 나뉘어지고 합해지고 하는 과정을 이어왔습니다. 초기 삼국시대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로 분열돼 숱한 갈등과 전쟁을 치루었습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뤘지만 독자적인 힘으로서가 아니라 외세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낸 불완전한 통일이었습니다. 그런 삼국통일이 오래 갈 리 없습니다. 통일신라는 내부적인 정권의 부패와 혼란상으로 불편한 통일을 이어가다 결국 후삼국으로 분열됩니다. 후삼국끼리의 패권다툼과 뭔가 한반도의 통일된 국가를 이루자는 내부적인 욕구에 의해 드디어 고려가 탄생합니다. 민족의 분열은 엄청난 손실과 갈등과 불편함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한민족은 스스로 판단한 것입니다. 어쩌면 통일 한반도는 고려때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고려는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분열로 많은 고통을 겪습니다. 수나라의 침공과 몽고의 침략 그리고 왜구의 침범 등으로 힘든 통일을 유지합니다. 왕실이 강화도로 도망하는 사태도 겪습니다. 몽고가 세운 원나라에 정복당하고 원나라의 실질적 지배를 받게 됩니다. 친원세력이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습니다. 도탄에 빠진 나라를 되돌려 보려고 공민왕이라는 개혁군주도 등장했지만 무너지는 왕조를 다시 굳건하게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고려는 새로운 세력에 의해 망하고 조선이 등장합니다.
조선의 향방도 쉽지 않았습니다. 전국을 통일한 일본은 한반도를 그들의 속국으로 삼기위해 왜란을 일으킵니다. 조선은 당파싸움에 날이 저물고 새는 지도 모르는 형편이었습니다. 일본의 침략 징후는 뚜렷했지만 당파에 눈이 먼 조선의 정치인들은 일본의 침략 의도를 무시했고 결국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은 궁을 버리고 도망가고 백성들은 분노는 극에 달합니다. 이순신장군이라는 영웅이 있어 가까스로 식민화는 면했지만 백성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이제 좀 전쟁이 없으려나 했지만 이번에는 북에서 오랑캐가 침범합니다. 왕은 궁을 버리고 도망갔지만 삼전도에서 오랑캐 왕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 굴욕을 겪습니다. 영조 정조가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루고자 했지만 역부족입니다. 조선은 결국 일본에 식민지가 되고 36년동안 필설로 다하지 못할 고초를 겪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국민의 힘이 아닌 미국 원자폭탄으로 일본은 패망합니다.
이른바 독립은 이뤘지만 한반도는 그야말로 혼란상태에 빠집니다. 공산화한 소련은 물밀듯이 한반도로 진격하고 미국도 소련의 팽창을 막기위해 남한에 주둔하게 됩니다. 한반도 분열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한반도에 가득합니다. 북에는 소련영향아래 정권이 들어서고 남한에도 미국의 감독아래 정권이 들어섭니다. 이른바 분단은 그렇게 다시 시작됩니다. 그런 분단은 한국전쟁으로 고착화됩니다. 고려때 겨우겨우 이뤄낸 민족통일이 조선을 거치면서 붕괴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예전 삼국시대와 후삼국시대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지금 분단은 민족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외세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시말해 외세의 개입이 줄어든다면 삼국시대나 후삼국시대보다 통일을 이루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는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한국과 공산 주의를 바탕으로 한 북한의 극한 대결의 지구상 마지막 장소라는 점에서 통일을 이루기가 갈수록 쉽지 않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통일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도 갈수록 통일에 대한 회의감이 더욱 자리를 넓혀가는 모습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자 민주주의와 공산주가 격돌하는 한반도이지만 통일을 이뤄어야 한다는 당위성은 아직도 엄청난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통일이 될 때 수많은 혼란상이 야기되고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겠지만 한민족이 가야할 길은 통일이라는데 아직도 한국국민들의 상당수가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시대에 만들어진 분단이지만 지금 60~70세대에서 다시 통일을 이뤄야 조금이라도 분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남북이 통일로 가는 것을 원하는 주변국가는 없습니다. 미국이 원하겠습니까. 일본이 원할까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입니다. 다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한반도인 즉 한국과 북한민들을 요리할 것입니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북한의 유사시에 대비한 지도가 벌써 나돌고 있습니다. 북한의 상당부분을 중국이, 러시아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러시아 점령지로, 원산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지배 그리고 지금 황해도 일부를 한국이 차지하는 그런 지도말입니다.
다시말해 한국민이 원한다고 해도 남북의 통일은 극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서서 통일에 반대한다는 의사표현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천우신조로 정말 우연하게 남북이 통일이 된다면 과연 한반도인들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초저출산 초고령화에 대비해 남북의 통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정치적 리더들의 깨친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국가가 될 것인가 아니면 통일 과정을 잘 극복해 새로운 세계 강자로 한반도가 부상할 것인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오늘 개천절을 맞아 한반도 통일은 과연 지금 어디쯤에는 존재하고 있는지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드는 날입니다.
2024년 10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