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가 웃을 일 >
정영인 -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사람 같은 사람, 개 같은 사람, 개보다 못한 인간. 아마 세상도 그렇다. 사람 같은 세상, 개 같은 세상, 개보다 못한 세상. 작금의 한국사회는 어떤 사회가 도래했을까. 호부견자(虎父犬子) 같은 세상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제일 더러운 욕은 ‘개보다 못한 놈’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개보다 못한 놈은 사람도 아니고, 개도 못 된다는 것이다. 이놈 저놈, 이 새끼 저 새끼는 그래도 사람 등급이지만, 개보다 못한 놈은 사람 등급, 개 등급도 못 되는 레벨에 든다는 것이다. ‘개새끼, 개년’은 적어도 개급은 유지한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개도 웃을 일들이 자꾸 벌어진다. 어느 장관이 아들이 군대의 휴가문제로 안중근 의사와 동격에 위국헌신(爲國獻身)이라고 친히 모친께서 말씀하면서 그 등급에 오르기도 한다. 이러다간 그 병사 어머니는 신사임당 대열에 올라설 것 같기도 하다.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더니 우리 사회가 그 꼴이다. 마치 개가 자기 새끼보고 호랑이 새끼라고 하는 꼴이다. 이런 개판도 따로 없다. 이런 개들이 여기어기서 짖는다. 충견(忠犬)이 따로 없다. 이러다간 ‘오수의 개’ 같은 전설이 만들어질 것이다. 애국가도 다시 제정될 모양이다.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이 친일 행적이 있다면 생각해볼 일이라고 한국의 국무총리가 말했으니….
친일과 반일, 의사와 간호사, 기독교와 천주교, 현재 정권과 과거 정권, 네 탓과 내 자랑, 코로나 등 한 번 써 먹어서 재미를 본 것은 재탕, 삼탕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조선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정권을 맡은 지 몇 년인데 아직도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는지 모르겠다. 혹여 전 정권이 잘못해서 현 정권을 맡겼더니, 정권이 끝나도록 과거 탓으로 돌리고 있다. 개가 웃을 일이다. 전부 다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다른 편은 무조건 그르다.
이렇게 가르기를 하고 갈라치기를 하니 한국사회는 사분오열(四分五裂)되고 있다. 더, 개 같은 일은 그렇게 친일을 매도하고 반일을 외치던 인사가 일제 렉셔스 차가 몇 대라든가, 극렬 반미주의자 아들은 정작 미국 유학을 시킨다 그것도 둘이나…. 충견(忠犬)이 충신(忠臣)이 되가는 세상이다. 장관님의 아들이 안중근 의사와 동격으로 둔갑하는데, 혹여 총리님의 아들은 이순신 장군의 동렬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개가 사람이 될 수 없고, 사람이 개가 될 수 없다. 문제는 사람이 개 노릇을 한다는데 있다. 아무리 반려견 천만 시대라 하지만 개는 개일 뿐이다. 충견의 조건은 주인이 시키는 일만 졸졸 따라 다니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격수, 나팔수를 자처한다. 자기 주인을 지키느라 온몸과 입으로 개 같은 짓을 서슴지 않는다. 주인이 던져주는 부스러기기가 대단한가 보다. 하기야 그런 것이 국회의원자리를 입도선매한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사방에서 울려 퍼진다. 국회의원 특혜가 2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 누가 마다하랴! 그래서 충견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하이에나처럼 짖는가 보다.
도처에서 개가 웃을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치 조선시대에 양반님 네들의 해학시를 듣는 것 같다. 어느 집에 친구가 찾아왔다. 저녁 먹을 때가 다 되었다.
밖에서 하인의 소리가 들렸다.
“人良卜一 하오리까?
주인이 점잖게 답했다.
“月月山山 후라”
그 뜻을 알아차린 손님 친구는 화가 나서
“月豖禾重이라구나!”
마당에서 마당을 쓸고 있던 하인이 양반님 네 하는 짓이 하도 우스워
“丁口竹夭로구나!”
위 네 글자를 합자(合字)하면, ‘食上, 朋出, 豚種, 可笑’가 된다.
* 食上 : 밥상 올리리까?
* 朋出 “ 친구가 간 다음에 올려라.
* 豚種 : 에이, 돼지 새끼 같은 놈들이구나!
* 可笑 : 양반님 네 하는 짓거리가 가히 우습구나!
여기에다 한 줄 덧붙이면, 댓돌 아래서 졸고 있던 개새끼가 하는 말이
“太子犬子로다.” 사람 새끼나 개새끼나 마찬가지다.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것과 무엇이 다르랴!
아들이 안중근 의사와 동급이고, 끼리끼리 노는 작금의 사태는 가히 우스울 따름이다. 견자(犬子)가 태자(太子)로 둔갑(遁甲)하는 세상이다.
충견촌탁(忠犬忖度)하오리까?/
불문가지(不問可知)니/
호부견자(虎父犬子)라/
후안무치(厚顔無恥)로구나!
인천의 모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입시 면접시험에서 그 학과장은 학생에게 학생의 부모 성명을 한자로 써 보라고 했다. 어느 여학생의 자기 엄마의 이름 ‘太○○’을 ‘犬○○’이라고 썼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太氏의 딸이 아니라 犬公의 딸로 둔갑한 셈이다. 하기야, 작금의 세상은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지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