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35회 방송제에 초청을 받아서 다녀왔다.나를 초청한 것은 숙대 방송반 학생들이 내 다큐멘타리를 제작했기
떄문이다.서울에서의 볼일이 빨리 끝났기 때문에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빨리 갔기 때문에 학교를 여기저기
둘러봤다.
마침 수업이 끝났는지 학생들이 떼지어 교문을 나서는데 그 사이를 뚫고 걸음을 옮기려니 마치 화려한
꽃밭속을 거니는 것같았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춘들이었다.
방송 제작 발표는 숙대 백주년기념관에서 하기 때문에 백주년기념관으로 찾아 갔다.
시간이 남아서 기념관 앞 벤치에 앉아서 책을 꺼내 읽었다. 바람이 불고 추웠다.
가끔씩 책을 읽다가 오가는 학생들을 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 보기도 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2층으로 올라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나를 초대해준 학생의 안내로 정해진 좌석을 찾아가 앉았다.
프로그램을 보니 1부 순서에 내가 활동을 담은 다큐멘타리 "안나 행진곡"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오픈멘트에 이어서 첫작품인 드라마 <단거>, 두 번째로 안나의 행진곡, 세 번째는 VIDEO CM,
네 번째는 오디오극이었다.
첫번째 순서에 이어 드디어 화면에 내 얼굴이 나타났는데 깜짝 놀랐다.
등산복에 배낭을 메고 모자를 쓴 내 얼굴을 보니 평소에 내가 별로 예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못생겼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목소린 또 왜 그렇게 카랑카랑한 건지 원~~내 모습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어두운 곳에서 아는 사람도 없었지만 부끄럽고 민망했다. 내용을 보니 내가 지난 해 민둥산을 올랐을떄와
인천대교를 식구들과 함께 걸었던 모습, 그리고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원고를 쓰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안나의 행진곡을 제작하느라 고생한 학생들을 생각해 보니 너무 기특하고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나같은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바람에 무거운 촬영기재를 들고 민둥산도 함께 올랐고
인천대교도 함께 걸었다.
네 개의 작품이 모두 다 병영된 후 2부 순서로 가수 포맨 (4Men) 등장하자 학생들이 열광했다.
내겐 생소한 가수들이었고 노래도 처음 듣는 노래였다.
한곡이 끝날때마다 학생들의 비명과 박수소리에 귀가 얼얼했다.
앵콜곡까지 듣고 닫는 인사까지 끝난 다음 행사장을 나서서 계단을 내려 오는데 학생 둘이 따라 오더니
"안나님 맞으시죠?"해서 웃었더니 하얀 종이를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다. 쑥스러웠지만 악필인 글씨로
사인을 해줬다, 얼마쯤 더 내려오려니까 또 사인을 부탁하는 학생들이 이어져서 얼굴 붉히며 사인을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숙대를 간 건 내게 감회가 깊었다.
내가 사범학교를 다닐적에 내 꿈은 국문과를 가서 작가가 되는 것이 내 꿈이었다.
그때 내가 가려고 마음 먹었던 대학이 숙대였다! 진학의 꿈을 접고 교단에 서서 동생들 학비를 보탰다.
접어진 꿈을 포기하지 못한 채로 해마다 신입생 요강이 신문에 실리면 며칠씩 가슴앓이를 했었다.
그런데 내가 가고 싶었던 대학을 나이 70이 넘어서 교문을 들어섰으니 그때 일이 어제일처럼 생각났다.
사범학교를 다닐 적에 서점엘 가서 많은 책들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 걸 보며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을 저 곳에
꽂으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일찍 건강이 안 좋으셔서 동생이 다섯이나 되는 나는 진학의 꿈을 포
기할 수 밖에 없었다.
숙대 캠퍼스를 나서니 바람이 불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그때 대학 진학을 했더라도 작가가 되었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비록 내가 꿈꾸던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이 걸로 됐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사랑해 주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고 노후를 내가 하고 실은 일을 하며 살고 있으니 이대로 족하다는 생각에 모든 것에 감사하고 싶다.
첫댓글 언제나 최선의 삶을 살고 계신 것 같아 정말 보기 좋고 부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더 더 행복하세요~~^^*
지나온 길 뒤돌아보시는.., 애잔한.
펼쳐진 오늘날이 참 좋고, 펼쳐질 앞날은 더욱 좋을 안나님의 멋진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안나의 행진곡^^ 이름만 들어도 상쾌합니다. 아이들 눈에 비친 안나님은 멋진 안나님 이십니다^^ 언제나 청춘 프로에도 출연하고 있다고 마눌한테 문자를 받았는데 출장길이라 시청을 못했네요. 항상 언제나 청춘이십니다^^
특별한 멋진 삶을 살고계십니다~안나님 화이팅~! 건강하십시요
젊은 사람들도 펼치지 못하는 삶을 아름답게 살고 계시는 안나님 늘~ 저에게 특별해 보이십니다 건겅 하시길....
반갑습니다 안나님! 며칠 전에 며느님과 나란히 아침마당에 출연하신 안나님 뵈었습니다. 유명인사가 되셔서 많이 바쁘시겠네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