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선수가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그때
심판이 ‘여기서부터 10km 더 뛰셔야 합니다’라고
하면 어떤 기분이 겠습니까?”
어제 만난 보험설계사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마라톤이라면 딱 한 번, 그것도 고작 10킬로를 뛰
어본 일 밖에 없는 나로서는 “포기해야죠”라는 답
이 서슴없이 나오고 말았다.
젊은 시절 객기로 한번 뛰어본 그때 결승점을 통과
하는 순간 운동장에 큰 대자로 뻗어버린 기억 때문
이었다.
설계사의 말인즉 결승점은 경제력이 다 소진되는
시점이고, 비록 큰 대자로 드러눕기는 했어도 10
킬로는 더 달릴 수밖에 없다면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할 거란 설명이었다.
말하자면 ‘내 삶의 수명’보다 ‘내 돈의 수명’이 더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새삼스럽게 들린다.
다 잡은 고객으로 여겼던지 그는 본론을 말했다.
‘종신형연금’상품을 추천하면서,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는 것.
하지만 내가 한번 두 번 당해 본 것도 아니라
이련 권유에 쉽게 넘어 갈 위인은 아니다.
‘기대수명이 점차 늘어나면 연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물가마저 오른다면 완벽한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는 반대이유를 앞세워 그 자리
를 빠져나오기는 했다.
사실은 모아 둔 돈도 별로 없으면서도 ‘자신의
수명’과 ‘재산의 수명’을 완벽하게 일치 시킬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싶은 생각은 해 본다.
책에서 읽은 일본의 어느 마을 이야기 한 토막.
은퇴자들 중 정년퇴직할 때는 평균자산이 25만
불이었다. 그런데 죽을 때는 평균자산이 32만
불이 되었다고 한다.
돈을 움켜쥐고 안 쓰고 불리기만 한 것이다.
돈을 가진 세대이면서도 돈을 모으기만 하고
쓸 줄을 모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70대들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평생동안 악착스럽게 모으려고 노력
만 했지 쓰는 것은 조심스러워 했다.
그러니 쓸 줄도 모른다.
그들 인생을 통틀어 가장 부자가 된 시기가
죽을 때인 것이다.
죽을 때 최고의 부를 가지고 있다면 무슨 의미
가 있을까?
“부자로 사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지만 부자
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고
카네기는 말했다.결승점에 도착하고 나서
아직도 10킬로를 더 남겨놓은 케이스다.
10킬로의 재산 여유는 자식들에게 돌아간다
고 하겠지만 그 반절 이상은 상속세라는
세금으로 국고로 들어가고 말 것이다.
이에 비하면 어느 지인의 생애는 부럽다.
그분은 젊은 시절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장사를 해온, 이른바 무역상이었다.
나이 육십이 지날 즈음 홀연히 생업에서
은퇴한 이후 동해안 전망 좋은 곳에 집을
지어놓고 내외간에 유유자적하며 살았다.
젊은 시절 사업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인심을 많이 얻었던지 늘그막에도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기도 하였으
니, 사람들은 그가 재력도 상당할 것이라
고 여겼다.
인근 식당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도 그가
나타나면 반색을 하며 환영했다.
유머도 넘쳤고 팁도 넉넉하게 뿌렸기에,
사람들은 그를 수백억 가진 “회장님”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수년 전 그분이 돌아가셨다.
자식들이 찾아낸 그의 통장에는 수십만원
정도의 잔고가 전부였다는 것이다.
그가 살았던 주택도 모기지론에 가입된 것
이었다니, 자신의 수명과 재산의 수명을
용케도 일치시킨 모범사례라고나 할까.
나 역시 언제쯤 결승선을 밟을지 알 수는 없
다. 다만 살날이 살아온 날 보다 훨씬 짧을
것은 분명하다.
하늘나라로 불려가는 날 내 수중에는 얼마
만큼의 돈이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
혹시 쓸데없이 오래 살아서 초라한 무전장수
(無錢長壽) 모습은 아닐지,
아니면 수 십킬로를 더 달려도 될 재산이
아직도 남아 자식들이 세금폭탄을 혹여 뒤
집어쓰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삶의 끝자락이 아름다워야 할 텐데 말이다.
친구들 생각은 어떠신가?
첫댓글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수명은 80. 8세 라지요?
우리 모두 아직 평균 수명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장수' 중이라고 말 할 수는 없겠고,
무전(無錢)......
읽고 나니 마음이 씁쓸하네요.
카페에서 자주 봅시다.
안녕!
주위에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살다가면 그 아니 좋겠습니까?
나도 그리살다 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딱 맞추기는 어렵겠지만 존존이 쓰면서 사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지갑을 자주 제때에 열어야 후덕한 사람으로 대우를 받습니다.
일본 노인들은 사후에 숨겨놓은 돈이 쓰레기와 함께 소각장으로 가는 돈이 수조가 된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 노인도 일본 노인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ㅎ
없으면서도 있는 듯 사는 사람이 있고 있으면서 초라하게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없어도 있는 듯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그러면 잘못된 걸까요?ㅋ
더위에 건강 잘 지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