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일이 붕 떠버렸습니다.
업무 관련 자료와 기사를 좀 더 검색해 볼까 하다가, 카페에서 3디 애니메이션에 대해 말씀 드릴려구요.
전 모팩이라는 CG 회사에서 일했어요. (VFX 라고 합니다. 비주얼 이펙트의 준말입니다.)
처음에는 외주 관리를 하다가, 프로젝트를 맡고 VFX 피디 역할을 했습니다.
서극 감독님과의 작품에 참여하여 한달에 한번씩 미팅 하러 북경도 다녔지요.
스튜디오에서 뵌 서극 감독님은 수수하신 분이셨어요.
모던한 전통 의상을 주로 입으시는데, 개량 한복 같은 옷이에요.
디자이너 작품일수도요.
작품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렸고, 시간만 나면 편집을 하고 계셨어요.
그리고 CG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어느 정도 작업을 해온 부분에 대해서는 오케이를 해주시고,
지나치게 요구를 하지는 않으셨답니다.
감독님 여자 친구도 기억이 나네요 ^^
지금 베이징 연예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는데,
그 대상일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 거장이라, 딥스일 수도요)
아무튼, CG는 3디 애니메이션이랑 꽤나 연관성이 높답니다.
작업 공정이 그러하지요.
아래 예시 영상과 함께 차근차근 설명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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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e Production. (프리 프로덕션, 초반 작업)
작품에는 당연히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스토리 라인, 시놉시스 등으로 초기 아이디어를 정리합니다.
(가장 토대로, 엄청 엄청 중요합니다. 캐릭터, 스토리 전개, 세계관, 메세지 등등 설정되지요.)
그리고 시나리오, 스토리보드를 만듭니다.
스토리 보드는 일종의 설계도로, 씬과 샷을 간단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레이아웃, 타이밍, 러닝타임까지 정리합니다.
훌륭한 작품일수록 이 과정이 완벽해지지요.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는 정치색 문제가 많지만,
이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작업을 주도적으로 참여합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보드는 헐리우드 관계자들 조차 혀를 내두른다고 하지요.
그 예를 드립니다. (겨울왕국2)
Into the Unknown (From "Frozen 2"/Storyboard to Final Frame Version) - YouTube
동시에 컨셉 작업도 이루어집니다.
작품의 톤에 맞춰 캐릭터 배경에 대한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뽀로로같은 디자인에 겨울왕국 같은 디자인이 섞이면 톤이 틀려지겠지요?
Léa ARMANGAU - Demoreel 2019 - Concept Art - YouTube
2. Main Production. (메인 프로덕션)
1) 컨셉 기준으로 작업된 것으로 모델링을 합니다.
3디 이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3디 모델링을 합니다.
폴리곤이라는 것이 그물망 같은 것인데, 이것으로 틀을 잡지요.
캐릭터, 환경, 소품 등등 작품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을 모델링 합니다.
그 이후 텍스쳐링을 합니다. 마네킹 같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든 모델링 위에 실제적인 색감과 감촉을 불어넣기 위에 표면을 입히는 작업이지요.
Demo reeL 3D Artist // Charlotte Carda - YouTube
2) 캐릭터 모델링의 경우 움질이려면, 움직임을 줄 수 있는 포인트마다 리깅 이라는 뼈를 만들어 줍니다.
이 때 모델링이 잘못 되었으면, 에러가 나요.
목이 너무 짧은데 옆으로 움직인다면, 살이 눌려지는 이펙트 처리가 없이는 서로 씹히게 되지요.
이 공정을 이해 못하는 감독, 컨셉 아티스트 라면, 실제 3디를 처리하지 못하는 디자인을 하게 되고,
시간과 돈의 로스를 초래하게 된답니다.
참, 머리카락 같은 경우 움직여야 해서, 업체마다 틀리지만 리깅 팀에서 1차 작업 하고,
FX 팀에서 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움직임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CGI & VFX Showreels: "Rigging reel 2018" - by Mostafa Awnallah | TheCGBros - YouTube
3) 자, 이제 캐릭터와 환경, 소품 모델링 (텍스쳐 포함) 이 준비 되었습니다.
3디 환경에 모델링과 소품을 배치하고, 이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야지요!
한땀 한땀 애니메이션을 줄 수 있지만, 모션 캡쳐를 통해 실제 액션을 애니메이션에 먼저 반영할 수 있고요,
함께 자동화 애니 프로그램을 돌려 공정을 단순화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터가 한땀한땀 수정하여, 최종 애니메이션을 완성하지요.
그리고 3디 환경에 카메라를 넣어 레이아웃 작업도 함께 합니다.
Industrial Light & Magic show off new facial capture - BBC Click - YouTube
4) 애니메이션 / 레이아웃까지 작업되면, 작업자들은 Mov로 러프한 작업물을 뽑아내기 시작해요.
이후 모든 공정에서 mov로 리뷰 한답니다.
그러면 슈퍼바이저는 모든 요소들을 보면서 이전 작업에 대한 피드백과 다음 공정에 대한 지시를 합니다.
그래서 각 공정에 대한 슈퍼바이저도 있고, 총괄 슈퍼바이저도 있답니다.
PD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각 공정에 대한 컨펌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피드백 반영 수정 스케줄 및 이의 컨펌까지
관리를 해준답니다.
만약 감독 또는 슈퍼바이저가 퀄러티 욕심이 있어 자꾸 리테이크 한다면 피디는 돈과 스케줄을 이야기하면서
이만 그만하셔야 합니다. 라고 말을 합니다.
5) 이제 효과가 들어가야지요. FX 입니다.
FX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코딩보다 더 높은 프로그래밍 작업입니다.
그래서 공학 전공자가 FX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적게는 옷의 구김, 머리카락 움직임부터, 깨지거나 날리거나, 바람 효과, 크게는 물이나 불의 시뮬레이션 까지 FX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프로그램, 그 시동까지 해당되기 때문에,
회사의 데이터 중 많은 부분이 이 공정에서 쓰이지요.
FX + Simulation Reel | Image Engine VFX - YouTube
6) 헉헉,, 다와 갑니다. 그 다음은 라이팅 입니다.
라이팅으로 좀 더 사실적인 효과를 갖추게 되는데요, 필요에 따라 한개가 아닌 여러개의 라이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Why Lighting Animated Movies Is So Complicated | Movies Insider - YouTube
7) 이제 합성이 남았습니다.
라이팅 까지 끝난 프레임들 (영화는 1초에 24개 프레임이고, 한 프레임씩 다 이 과정을 거칩니다.)을 마무리 짓습니다.
앞서 작업한 공정들이 한 프레임에 들어갈 때, 어색하지 않은지 점검하고, 수정 또는 마무리 작업을 하지요.
필요하다면 일부 장면에는 포커스 아웃 하며 뿌옇게 만들거나,
매트페인팅 (그림)을 넣어 장면을 완성 시킵니다.
아, 특히 실제 촬영한 영상에 CG를 넣는 작업일 경우 이 합성 과정이 아주 중요합니다.
이전 총괄 슈퍼바이저 님은 캐릭터와 환경이 붙는 부분에 문질러서 자연스럽게 보인다던지,
그림자를 추가한다던지, 안개를 넣는다던지 등등의 주문을 하시곤 했죠 ^^
아마 지금도 그러시겠죠?
웨타라는 VFX 계의 선두업체 쇼릴 드립니다.
Weta Workshop Showreel 2020 - YouTube
3. Post Production. (포스트 프로덕션, 후반 작업)
화면의 색감을 맞추거나(DI), 음악을 넣고, 최종 더빙과 효과음을 넣습니다.
당연히 오프닝과 엔딩 크렛딧을 포함한 최종 편집본도 준비되지요.
각 공정에는 적게는 5명, 많게는 20명도 넘게 투입되는데요,
엔딩 크레딧을 보시면 제가 위에 쓴 팀들이 쭉 나열되어 있을 거에요.
픽사 같은 경우 작품 제작을 외부에서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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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정을 한 번 훑어 봤습니다.
이 일련의 이야기를 말씀 드린 이유는, 위의 정보를 가지고 ARCAIN을 한번 감상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이 작품은 라이엇 게임즈 (텐센트 지분)과 포티쉐 (프랑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가 제작했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입니다.
포티쉐는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회사이고, 동료들에게는 만약 내가 결혼을 안 했고, 애가 없다면,
여기에 이력서를 계속 넣었을 것이라고까지 말한 회사였어요.
텐센트는요,, 제가 애니 작품 스토리 개발에 참여한 것이 있는데,
메인 시스템을 뒤집는 SF 내용이라 개인적으로 즐겁게 썼지만,
제작은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앞으로 어떨진 잘 모르겠네요.
아케인은 위에서 말한 3D 공정들이 아케인에서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작업되었어요.
아니, 이미지가 좋으면 작품의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설정이 부족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현재 6회까지 풀렸는데 메세지도 정치적인 색체가 아직은 없구요,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관에 충실합니다.
특시 그 네온 이펙트라니! 분명히 FX 일건데 아낌없이 쓰고 있답니다.
참, 완성도 높은 작품인지 알려면요, 아무 장면이나 멈춤을 해보세요.
한결같이 멋진 구도와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하거든요.
이 아케인이 그렇답니다.
전 넷플릭스 관련자도 아니고, 그저 좋은 작품을 우리 님들과 함께
저와 같은 시선에서 감상하고 싶다는 바램에 이 글을 씁니다.
아케인: 마지막 트레일러 - YouTube
Imagine Dragons & JID - Enemy (from the series Arcane League of Legends) |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그럼 오늘도 필승 ! 입니다.
첫댓글 3디 애니메이션은 카메라 작업이 자유롭지요.
2디로 3디 애니와 같은 장면 전개를 따라잡기는 많은 공정이 들어갈 뿐더러, 힘이 들기도 합니다.
대단하세요.
@신선붓다 감사합니다 ^^
전 20년경력 애니메이터인데 초반부터 10년후 클레식애니는 없어질거라고 computer 애니 배워야한다했어요. 책도 종이책만보고 온라인뱅킹도 이용안하는 올드스쿨 사람이라 아직도 종이와 연필의 질감을 좋아합니다 ㅎㅎ지금도 회사에서 작업중 계속 까페 들락날락. 글 잘읽었습니다.
대단하세요.
앗 2디 애니메이터! 동종업계 종사자분이시군요 ^^ 그것도 20년 경력자이시네요. 반갑습니다!!!
저도 종이와 연필,, 펜화 느낌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 멋지세요. 응원합니다.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케인 국내 프로모션 영상 관련 작업 저도 참여 한 부분이 있어서 너무 반가운 마음이네요 ^^
앗, 넵 ^^ 저도 반갑습니다 ~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애니가 이렇게 만들어지는군요.
실존 배우로 영화 만드는 것 보다 훨 손이 많이 갈 듯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G가 없는 듯한 실사 영화도 알게 모르게 CG가 다 들어간답니다 ^^
방금 영화 듄을 보고 왔는데, ㅠㅠㅠ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오네요.
실사 영화의 CG 작업 공정에 대해 올리겠습니다~ !
2D 실사를 어떻게 3D 작업으로 옮기고, 다시 투디로 옮기는지가 틀려요 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 상세한 정보로 전문적인 내용 잘 배웁니다 개인적으로 영상쪽 관심이 많았었어요 현재는 좀 멀어졌지만…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 쉽게 만드는 툴이 더 많이 보급될 거에요. 그 때 다시 한번 시작해보셔도 될 듯 해요 .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너무 잘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
저는 영화보다 애니를 더 좋아합니다.
물속 장면, 공중 장면 등 모든 표현이 가능하고
작화 기법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러움이 실사와의 차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오히려 더 예술적이라고 느껴져요.
애니로 상상력을 마구 펼칠 수 있죠 ㅎ 애니 이야기로 새벽까지 마구 달릴 수 있을 거 같아요. ㅎ ㅎ
일은 참으로 힘들긴 한데 완성되는 순간 성취감이 커요. ㅎ 지금은 디지털 콘텐츠 협업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애니 보면 너무 좋아요.
애니 좋아하시는 분 만나서 반갑고, 댓글 감사드립니다.
우~~와!!😍
너무 잼있게 잘 봤습니다
아케인 찾아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네, 고운 세상님 ^^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