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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빈부격차 확대를 초래함과 동시에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은퇴 연로자 계층의 생계를 위협하는 등 각종 심각한 경제적 악영향의 원인이 된다. 폴란드는 원래 2020년까지 급격한 인플레이션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으나, 2021년 말부터는 인플레이션 초기 징후를 보이기 시작해 2022년에는 물가가 정점에 달했으며, 앞으로 수년간 급격한 인플레이션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집계된 폴란드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인 18%에 육박한다. 이는 폴란드 중앙은행(NBP, National Bank of Poland)이 설정한 연간 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한선인 2.5%를(Polityka pieniężna: 2022)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전 세계 동반 하락이라는 이례적 사태가 전개되지 않는 한 근시일 내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후술할 여러 요인들이 폴란드에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장기화시키는 방향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요소이다.
이와 같은 맥락 아래, 본고는 먼저 폴란드가 겪는 물가 급등 문제의 현황을 분석하고,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원인과 이로 인해 나타난 결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그 이후로는 폴란드 정부가 제안 및 시행한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물가와 국내총생산(GDP)이 근미래에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한 통계자료를 소개하기로 한다.
폴란드의 물가 현황
폴란드 통계청(CSO, Central Statistical Office)은 2022년 10월에 집계된 자국 상품과 서비스의 소비자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7.9%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는 1996년 12월의 18.5%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1년 전의 6.8%에 비해서도 10%p 이상 폭등한 것이다. 아울러 폴란드의 월별 물가상승률은 2022년 10월까지 거의 16개월 연속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폴란드 정부가 여러 물가 통제 조치를 수립해 시행한 2022년 2월만이 이 추세의 유일한 예외였다. 한편 폴란드에서는 외부 충격에 민감한 에너지, 식품, 연료 등을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도 2022년 10월을 기준으로 전월 대비 0.6%p 올라간 11.3%를 기록했고, 이는 지난 1년간 집계된 수치 중 최대치에 해당한다. 폴란드의 월별·연도별 물가상승률 추이를 나타내는 아래 <그림 1>과 <그림 2>에서도 현재 물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림 1> 2021년 10월~2022년 10월 폴란드의 월별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 추이
* 자료: 폴란드 통계청(CSO)
<그림 2> 2017~2022년 폴란드의 연도별 물가상승률 추이
* 자료: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
폴란드 인플레이션 문제의 원인과 결과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폴란드의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폴란드는 이번 전쟁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으킨 2대 핵심 요인으로는 급격한 유가 상승, 그리고 EU의 환경 규제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부담금 증가를 들 수 있다. 이들 요소는 비료와 에너지 가격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EU는 현행 기후 정책이 야기하는 에너지 가격 폭등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특히 비료 가격의 상승은 농업 생산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시의 대상이 된다. 폴란드의 주요 비료 공급 기업인 아그로켐(Agrochem)이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2월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 비료 1톤당 가격은 2,600즈워티(한화 약 77만 원)로(Cena nawozów: 2022), 이는 상당히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폴란드 농민이 아예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비료와 더불어 경제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유 가격은 시장의 추세에 따라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이기에 미래 예측이 쉽지 않다.
이렇게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는 폴란드의 기관과 개인 모두에게 어려움을 초래한다. 지난 1년간의 물가 급등으로 인해 폴란드인의 연간 실질 소득 중 약 2개월분의 가치가 상실되었으며, 소득이 고정된 은퇴자 및 연금수령자 가계의 생활도 상대적으로 곤란해졌다. CSO 자료에 의하면 폴란드 사회보험국(ZUS, Social Insurance Institution)이 지급하는 연금의 평균 실질 가치는 1년 전에 비해 7% 감소했고, 농업사회보험기금(KRUS, Agricultural Social Insurance Fund)이 농가에 지급하는 금액의 실질 가치는 이보다도 큰 10%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기업활동의 축소와 파산 사례의 증가도 폴란드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하면서 나타난 또 하나의 위기이다.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Ministry of Economic Development and Technology)가 집계한 2022년 전반기의 폐업 건수는 10만 4,300건, 휴업 건수는 16만 1,000건에 달하며(Firmy zwijają żagle. Dramatyczne dane: 2022), 폴란드의 경제 일간지 풀스비즈네스(Puls Biznesu)는 이 시기 휴·폐업 건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29%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처럼 폴란드 기업 다수가 2022년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 원인으로는 물가 급등 이외에도 조세 제도 변경으로 인한 부담 증가를 꼽을 수 있다 (Firmy zwijają żagle. Dramatyczne dane: 2022).
아울러 폴란드 정부의 물가 통제 노력은 금리 인상으로도 이어졌으며, 이 기조에 따라 폴란드의 금리가 2003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양산되는 중이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부채 부담이 증대되고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변동 금리가 적용되는 대출 상품의 상환 부담도 최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폴란드 소비자의 구매력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가져오는 여타 효과로는 상환능력 저하 및 신규 대출 수요 감소에 더해 주택 구입이 어려워짐에 따른 월세 수요 상승 등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들 요인으로 인해 현재 폴란드의 주택 건설업이 불황을 맞고 대출 수요도 기존 대비 70%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음 <표 1>은 폴란드의 월별 금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상승해 왔는지를 보여준다(Podstawowe stopy procentowe NBP: 2022).
<표 1> 2022년 폴란드의 월별 금리 추이
1) 롬바드금리: 중앙은행의 유가증권 담보대출 금리
* 자료: 폴란드 중앙은행(NBP), 2022년 10월 15일
위 표에서 볼 수 있듯, 폴란드 통화정책위원회(MPC, Monetary Policy Council)가 설정하는 NBP 기준금리는 2022년 12월 기준 6.75%까지 올라간 상황이며, 이는 팬데믹 당시(2020~2021년)의 0.1%나 팬데믹 이전(2015~2020년)의 1.5%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폴란드의 기준금리가 앞으로 0.5%p만큼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MPC 위원 대부분은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의 인플레이션 대응책
폴란드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 노력의 일환으로 2022년에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초식품의 부가세율은 기존의 5%에서 0%로 조정되었고, 이외에 비료, 농약 등 작물 보호 제품, 기타 농업 생산량 증대에 활용되는 상품에 적용되던 8%의 부가세도 면제되었다. 여기에 더해 천연가스, 전력 및 난방 요금, 자동차 연료 부가세율도 기존의 23%에서 2022년 2월부터는 8%로 대폭 인하되었고, 전력 및 일부 차량용 연료(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바이오 연료 등)에 부과되는 물품세율 또한 EU가 허용하는 하한선까지 낮아졌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Mateusz Morawiecki) 폴란드 총리는 2022년 11월 초 공개 발언을 통해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대응 조치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기존의 면세 및 감세 조치가 EU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얻지 못하면서 향후 정책의 구체적 형태는 기존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C는 11월 초에 현행 EU 법령상 천연가스와 비료에 대한 면세 조치가 불허되는 점, 그리고 차량용 연료를 대상으로 한 부가세 인하도 EU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폴란드 당국에 알렸고, 만약 폴란드가 이들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EU 규정 준수를 위해 폴란드가 시행하던 연료 및 비료 부가세율 인하 조치가 폐지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예정이나, 식품의 경우 기존의 부가세 면제 조치가 2023년 6월 30일까지 유지된다.
기존의 세제 혜택 폐지가 불가피해지자 폴란드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대체 조치를 내놓았다. 예를 들어 폴란드 정부는 2023년도에 연간 2,000킬로와트시(kWh) 상한선 이내 가계용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고, 중소기업 및 중요 시설(병원, 학교 등)에 대한 전기요금도 별도로 협의했다. 이외에 폴란드 일반 대중의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유인책도 도입되었다.
2023년도 폴란드 인플레이션 및 GDP 전망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폴란드의 물가상승률이 2023년 3월에 19~20%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2/4분기부터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연말에 이르면 10% 미만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며, 이에 따라 2023년 전체 평균 물가상승률은 2022년에 비해 다소 하락한 14.5% 수준을 보일 것으로 추정한다(Jaka będzie średnioroczna inflacja w 2023 roku? Analitycy przedstawili prognozy: 2022). 물론 실제 물가는 석유나 석탄을 중심으로 한 원자재나 식품 가격 변화, 그리고 주요 국제 통화 대비 폴란드 즈워티의 환율 등락 추이로부터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폴란드 국내의 수요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 측면에서는 폴란드 정부의 재정지원 및 경기 활성화 정책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동반되는 수요 위축 영향을 얼마나 잘 상쇄할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폴란드의 GDP 성장률 전망이 경제 여건이 유사한 여타 EU 회원국에 비해 여전히 밝은 축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낙관적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는 폴란드 국민의 소비 욕구가 높다는 점, 그리고 소득 중 저축액 비중이 여타 유럽 국가에 비해 낮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폴란드를 포함한 EU 각국의 GDP 성장률 예상치는 아래 <표 2>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표 2> EU 회원국 연도별 GDP 성장률 예상치 (단위: %)
* 자료: EC 경제·금융총국(ECFIN) – 유럽경제전망(European Economic Forecast) 2022년 봄호
결론
폴란드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수준이 당초 예상된 고점을 이미 넘어선 데다가, 여기서 나타나는 파급효과도 NBP 관계자들의 기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급격한 인플레이션 문제는 공공부문의 활동 위축이나 인건비 및 에너지 비용 부담의 증가를 불러오는 등 폴란드의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큰 도전을 가져오는 요소이며, 이 문제의 발생 배경에는 폴란드 국내적 차원, EU 차원,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와도 같은 세계적 차원의 요소 모두가 존재한다. 한편 본문에서 살펴본 폴란드 및 EU의 인플레이션 대응 노력 이외에(폴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의) 거시경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들 수 있겠으나, 아직 이 방면으로의 구체적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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