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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린 시절 연 띄우기를 무척 좋아 했다. 겨울철 마땅한 놀이 감이 없었던 터라 손쉽게 즐길 수 있고 어느 때나 아무 곳에서 친구 없이 혼자서도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은 내 취향대로 만들 수 있고, 내손 안에서만이 올리고 내리며 조정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증나면 멀리 날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서 일 것이다. 연이야 항상 지연(紙鳶)이었고 통 연과 가오리연이 주로였는데 난 통 연을 택했다. 통 연은 모양새도 좋을 뿐 아니라 더 높게 올라 갈 수 있고 연 싸움 할 때도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통 연을 즐겨 만들었고 또 띄웠다. 친구들과 연 싸움을 할 때는 단단한 연줄에 사금파리를 갈아 센 풀에 먹인 다음 잘 말려 대전에 임했다. 하지만 싸움다운 싸움은 제대로 못했었다. 싸움도 하기 전에 서로 엉켜 실이 끊기고 연이 찢어져 멀리 날아 가버리거나 아래로 떨어지기가 일쑤였다. 떨어진 연은 나무 가지에 걸려 찢기 거나 방죽 같은데 빠져 못쓰게 될 때가 많았다. 연 싸움은 처음부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상당한 기술이 필요 할뿐 아니라 밀고 당기는 요령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 싸움이 성사되지 않아 실패로 끝날 때가 많다. 대신 누가 높게 띄우는가의 경쟁이 더 심했다. 색종이나 창호지 따위로 꼬리를 달아 연을 띄운 뒤 얼레를 당기며 하늘 높이 솟구치게 할 때의 기분은 통쾌할 뿐 아니라 짜릿한 희열을 느끼게 했다. 눈보라와 북풍이 몰아 칠 때도 우리들의 손에는 연과 얼레가 붙어 다녔다. 그때 어린 마음으론 창공의 구름이나 새처럼 날고 싶은 욕망으로 연을 높이 높이 띄워 올려보고 싶어 연을 그렇게 좋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연 날리기는 초 겨울에 시작해서 정월 보름까지 이어 지는데 정월 대보름을 기점으로 즐기다가 연을 액막이로 멀리 떠 보내면서 우리들의 겨울 연 날리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겨울의 놀이로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빼 놀 수 없을 것이다. 썰매나 스케이트래야 고작 나무나 대쪽에 굵은 철사를 대 만들어져진 것이지만 얼음이 언 무논이나 방죽, 눈밭이면 어디든 찾아 나섰다. 그때는 약간의 깊이의 논도 얼음이 단단하게 얼어 썰매나 스케이트 타는데 어렵지 않았는데 요즘은 추위가 겨울답지 않은 탓인지 쉽게 물이 얼지 않는 것 같다. 겨울의 놀이로 또, 꿩 토끼사냥 이 있다. 그때는 무릎 가까이 닿을 정도의 눈이 쌓일 때가 많아 어른들 틈에 끼어 꿩이나 토끼 사냥 나갈 때가 종종 있었다. 우리들이야 몰이꾼이지 한 차례도 사냥에 앞장 설 때가 없었으니 사냥의 진 맛이야 제대로 맛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산 저산 눈밭에 빠지면서도 우우 소리를 질러대며 다녔던 꿩 사냥은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어린 시절 겨울 추억의 하나였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그때가 더욱 그리워진다. 지금도 근교 숲속에서 산 꿩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 그 시절의 모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함박눈을 맞으며 연줄을 당기던 그때, 이산 저산 눈밭을 헤매며 꿩 사냥 나섰던 그 시절이 내게 다시 올 수가 있을까. 다시 올 수 있을까.
2007. 1. |
첫댓글 님이 그리워하시는 옛날은 다시 올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그리움을 안고 잠드는 아름다운 꿈 속에서.... 아름다운 꿈 꾸소서.
철이 들어 경험한 것들은 노력 하면 다시 맛 볼 수가 있겠지만 어린 그 시절은 님의 말씀처럼 꿈 속에서나 찾을 수 있겠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