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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는 예쁘다] 09
S#1. 선영집 외경 (새벽)
S#2. 동 거실
아직 어두운 실내. 기운 없이 들어오는 인순. 터덜터덜 이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 순간, 거실의 불이 환히 켜진다.
흠칫 돌아보는 인순.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는 선영.
인순 : 어,엄마.
선영 : 어디서 오길래 머리랑 얼굴이 그 꼴이야?
인순 : (당황스레 머리 만지는) ... 비를... 맞아서요.
선영 : 비? 비 안 왔는데?
인순 : 강원도는 왔...
선영 : (기막혀) 강원도? 강원도 갔다 왔니?
인순 : 어어, 그러니까 저기... 잠깐 바람두 쐬고, 머리도 식힐 겸.
선영 : 바람 쐬러 참 멀리두 갔구나.
인순 : 그러네요, 하하. (웃지만 맘은 불편하다)
선영 : (화난다) 그게 그렇게 힘들어? 아니, 남들은 방송 못 나가서 안달인데 그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야?
왜 그렇게 못나구 소심하니? 어?
인순 : ...(가만히 바라본다)
선영 : 엄마 오늘 얼마나 망신 당했는지 아니? 방송 펑크는 그렇다 치구, 딸하구 연락두 안되는 엄마란 게 말이 돼?
인순 : ... 삼십년 가까이두 연락 안됐잖아요.
선영 : (멈칫)
인순 : 안녕히 주무세요, (계단 올라가는데)
선영 : (다급하게 쫓아간다) 인순아!!
인순 : (돌아본다)
선영 : (머뭇하다가) 일단 정해논 스케쥴은 소화하자. 그리구나서 엄마랑 다시 얘기 해. 약속은 약속이야. 지켜야 돼.
인순 : ...(착잡하게 본다)
선영 : 그,그래, 알아. 물론 내 일방적으루 정한 약속이란 거.
하지만 다 니 앞날을 위한 거야. 니가 잘되는 걸 바라는 마음에서 결정한 거라구.
인순 : ... (차분히) 엄마,
선영 : 알아, 내가 엄마로서 할 말 없는 거,
인순 : (OL) 할께요.
선영 : (멈칫)
인순 : 한다구요. 앞으론 시키는 거 다 할 거니까 걱정마세요. 까짓 거, 한 번 제대로 떠보지 뭐!! 나라구 맨날 이꼴루 살 줄 알아?
(잠시 맘 추스르고) 나 이거...엄마가 하라 그래서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원해서 하는 거에요!
선영 : (확 반갑다) 인순아,
인순 : (각오 어리는데)
인순에게 다가오는 선영.
그러나 어느새 이층으로 후다닥 뛰어 올라가 버리는 인순.
S#3. 상우 차 안 (새벽)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다.
운전하는 상우. 기분이 좋지 않다. 휴대폰이 울린다. 전화 받는다.
상우 : 여보세요.
재은(E) : 선배, 지금 어디에요?
상우 : 서울 올라가.
재은(E) : 벌써 가요? 왜요?
상우 : 올라가서... (둘러대는) 할 일이 있어.
재은(E) : 간다구 말을 하지... 나두 같이 가게.
상우 : 뭐하러... 천천히 놀다가 일정 마치고 와.
재은(E) : 혹시... (머뭇하다) 혹시 인순씨두 같이 가는 중이에요?
상우 : (마뜩찮다) ...그건 왜.
재은(E) : 아,아뇨. 그냥 안 보이길래.
상우 : 그럼 나중에 보자.
전화 끊는다. 생각난 듯 인순에게 전화 거는 상우. 전원이 꺼져있다.
화가 난다. 휴대폰 던져버린다.
S#4. 인순방 (새벽)
자리에 누운 채 뒤척이는 인순.
잠이 안 온다. 방이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애써 잠을 청한다.
S#5. 회상 (8회 중에서 호텔 리셉션장)
상우 : 전 입장이 좀 달라요. 사실 지하철녀 따위는, 진정한 영웅이 사라진 시대에,
매스미디어라는 괴물이 낳은 비극적 배설물일 뿐이거든요? 사실 지하철녀가 이 친구 본질과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S#6. 회상 (8회 중에서, 호텔 앞)
상우 : 너... 자격지심이냐, 그거?
삐딱하게 내려다보는 상우.
상우 : ......무슨 열등감이야?
S#7. 인순방 (현재)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나는 인순. 분하다.
S#8. 기획사 사무실 (다음날 낮)
기획사 대표 명철 앞에 마주 앉아있는 인순과 선영.
계약서에 싸인하고 있는 인순. 긴장한 표정 역력하다.
곁에서 거드는 선영.
명철 : 사실 이런 케이슨 흔치가 않아요. 하늘이 내린 거죠.
저희가 아무리 노력해두 신인 하나를 지명도 있는 스타로 키우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저절로 만천하에 알려졌으니... 저희로선 감사할 따름이죠.
앞으로 저희가 할 일은 그저, 인순씨의 이미지와 스타성을 보호 확장하는 거 뿐입니다.
일단 오늘은... 홍보용 프로필부터 찍어볼까요.
인순 : 프로필...? (선영을 돌아보면)
선영 : (작게) 시키는대로 하면 돼.
명철 : (계약서 한 장씩 나누며) 자, 이제부터 스케쥴 관리는 저희가 전담합니다. 기존에 약속된 프로그램도 저희가 검토해서,
뺄 거 빼고 엄선을 할 거구요. 구체적 진로에 대해선 차차 방향을 잡아보도록 하죠.
아, 인순씨가 명심하실 게 있어요. 솔직함과 이타심! 이게 박인순이라는 브랜드의 대표 이미집니다.
늘 이 점 잊지말고 생활해주세요.
선영 : 잘 부탁해요.
긴장하며 듣고 있는 인순.
음료수 캔 몇 개 들고 오는 희주.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한다.
머쓱하게 마주 인사하는 인순.
S#9. 실내 스튜디오 (낮)
홍보용 프로필 사진을 찍는 인순. 바짝 얼어있다.
멀찌기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선영과 희주.
플래시 셔터가 연신 터진다.
사진작가 : 웃어요! 활짝!! 좋아요... 자,자, 여기 보고...
이번엔 당당한 표정을 한 번 지어보세요... 고개 사알짝...시선 조금 이쪽으로... 아니,아니, 살짝만...
어색하게 이런저런 표정 짓고 있는 인순.
인순 : (N 비장한 어조로) 나 박인순... 이제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야. 구질구질했던 과거는 깨끗이 잊을 것이며,
오로지 사랑받고 인정 받는 존재로 다시 태어날 거야! ... 지켜 봐! 두고 보라구!!
S#10. 공원 무료 급식소 (낮)
공원의 노숙자 급식소. 현수막과 천막이 쳐있고, 줄지어 식판을 받고 있는 노숙자들.
인순의 손을 이끌고 다가오는 희주. 따라오며 얼떨떨한 인순.
희주 : 무엇보다 취지가 좋아서 승낙했어요. 새로 생긴 봉사 단첸데요.
인순씨 같은 사람이 상징적으로 나서면, 사람들이 이런 활동에 더 관심을 가질 거라고 해서...
(관계자들에게 다가선다) 안녕하세요! 저희 왔어요!!
인순 : (난처한데)
단체 사람들과 이미 알고 있는 듯 반갑게 인사하는 희주.
인순도 어정쩡 인사한다.
단체 관계자 : 어서오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기다리구 있었습니다.
인순 : (N) 하지만... 첫 시작은 뭔가...
반갑게 앞치마를 둘러주는 단체 관계자.
얼떨떨한 인순, 그들이 시키는대로 식판에 밥을 퍼주기 시작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는 희주. 밥 푸는 인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당황하는 인순.
인순 : (N 목소리 작아지며) 그다지... 썩... 내 맘에 드는 방식은 아니지만...
희주 : 인순씨 이쪽 보구 웃어보세요!!
인순 : (N) 그래도... (다시 결연하게) 해보는 거지 뭐, 까짓 거!
식판에 밥을 퍼주며 어색하게 웃는 인순. 그 모습이 카메라에 찰칵 찍힌다.
S#11. 보도국 사무실 (낮)
인터넷에 떠 있는 인순의 급식소 봉사 사진. <지하철녀, 천사가 따로 없네!>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진태.
뒤에 다가와 가만히 화면을 내려다보는 재은.
재은 : (혀를 찬다) 그새 에이전시가 붙었구나.
진태 : (흠칫 돌아보며) 언제 왔냐?
재은 : 잠시만요...댓글 좀 보게요. (화면을 내려 댓글 읽는다) 봐요, 사람들 반응두 저번만큼 감동의 물결은 아니잖아..
(한숨) 요샌 대중들두 눈치가 빤해서 전략을 다 알 거에요.
진태 : 전략이라니. 이게 뭐가 전략이야?
재은 : (피식) 선배는 이걸 누가 올렸다고 생각하는데요?
진태 : (화면 읽고) 직찍이라는데? 현장에 누가 있다가... (생각하다가) 그런가? 짜고 치는 거야?
재은 : 선배는 이래가지구 어떻게 기자를 해요? 이거 뻔하잖아요. 다 기획사에서 만든 거죠. 키워볼려구.
들어오는 상우.
진태 : 상우야, 여기 좀 봐봐...
인터넷 화면을 보여준다.
멈칫 들여다보는 상우. 표정이 좀 떨떠름해진다.
진태 : 인순씨 혹시... 연예계루 진출하는 거냐?
재은 : (한숨) 내가 결국, 이런 귀결로 갈 줄 알았어요. 예정된 수순으로 가고 있네요... 안타깝다, 인순씨.
상우 : (기분 거슬린다) 뭐가?
재은 : 이게 얼마나 일시적인 현상인지 모르구, 마치 스타라두 된 것처럼 여기저기 얼굴 내밀구...
조작된 이미지 메이킹두 하구... (웃는다)
상우 :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재은 : (멈칫) 뭐가요. 난 인순씨가 아니라 기획사를 탓하는 거에요.
사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떴던 사람들, 지금 누가 기억이나 해줘요?
지하철녀에 대치될 버스녀든 택시녀든, 나오기만 하면 그 순간 바로 거품 꺼지는 거에요.
인순씨가 순진해서 아직 그걸 파악하지 못한 거 같아요... (한숨) 안쓰러울 지경이네요.
상우 : (관심 없다는 듯) 그러든지 말든지, 니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재은 : (거슬린다) 선배,
상우 : (퉁명스레 자리로 가며) 그리구 넌 왜 말끝마다 인순씨냐? 인순이 내 친구다. 그럼 언니라구 불러야 되는 거 아니냐?
예의 좀 챙기구 삽시다, 재은씨.
재은 : (맘이 확 상하는데)
S#12. 피자 가게 (낮)
경준, 은석과 마주 앉아있는 인순. 새로 산 은석의 옷, 장난감 등등을 테이블 위에 풀어놓는 중이다.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차려입었다.
신이 나서 장난감을 조립하는 은석. 얼떨떨 내려다보는 경준.
과장스레 들떠 있는 인순.
인순 : 선생님, 저요, 광고 찍어요! 오늘 그 기념으루 한 턱 내는 거에요.
경준 : 광고?
인순 : 네, 광고요, 씨에프! 공익광곤데요... 조만간 방송에 나올 거에요.
경준 : 허,
인순 : 여기저기서 섭외가 막 들어온대요.. 사양하기 바뻐요, 하하.
피자와 음료수를 가지고 오는 종업원.
신이 나는 은석.
인순 : 많이 먹어, 은석아... 누나가 인제 이런 거 맨날맨날 사줄께!
은석 : 잘 먹겠습니다!! (신나서 열심히 먹는데)
경준 : ... 재밌냐?
인순 : 뭐가요.
경준 : 이것 저것 다아... 다 말이야.
인순 : (피식 웃는다) 에이, 인제 시작인데요 뭐... (하다가) 재밌어요. 어딜 가두 다들 여왕님처럼 대해줘요.
뭐, 기분이 좋긴 좋아요.
경준 : (가만히 본다)
인순 : (오버한다) 선생님 말씀이 큰 도움이 됐어요. 하고 싶으면 하라 그러셨잖아요.
맞아요, 이쪽이 제 길이었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딱 제 적성이더라고요?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아니에요. 바로 필연! 운명!!!
경준 : (덤덤히 듣다) 노력해서 얻지 않은 행운은 행운이 아니구 시험이야. 명심해.
인순 : (멈칫 기분 상한다)
경준 : 니가 정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만... 니가 그걸 왜 하는지에 대해선 늘 잊지마.
(심드렁) 겨우 여왕님 대접 받고 싶은 게 니 인생 목표였냐?
인순 : (짜증이 난다) ...선생님, (빤히 본다) 혹시...제가 잘되는 게 싫으세요?
경준 : 뭐?
인순 : 제가 혼란스럽다 그럴 땐, 무조건 해봐라, 맘껏 해봐라, 그러시드니...
경준 : (웃고) 내가 그랬냐.
인순 : (격앙) 선생님은 늘 이래요... 제가 그렇게두 못 미더우신가요?
(지레 제풀에 기분이 상했다) 저 이제 선생님 훈계... 좀 지겨워요. 맨날 맨날 똑같은 말씀!
다 옳으신 말씀인 건 알겠는데요. 그냥 단순하게, 축하만 해주시면 안되나요?
경준 : ...
인순 : 저한테 지금 필요한 건 충고가 아니에요. 격려라구요!!
은석 : (겁나서) 누나...
인순 :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좀 오버했어요. 미안하다, 은석아... 먹자, 어서.
경준 : (복잡하게 보는)
인순 : (꾸역꾸역 먹기 시작하는데)
S#13. 선영집 앞길 (낮)
터덜터덜 들어오는 인순. 새 구두에 발이 아프다.
집앞 길가에 털썩 앉아 구두를 한짝 한짝 벗고 탈탈 턴다.
가만히 뒤돌아 집을 올려다본다. 왠지 맘이 좀 심란해진다.
그때 저만치 주차장 쪽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앉아있는 한 남자... 근수다.
인순 : (반갑게) 근수야,
근수 : (힐끔 돌아보는데)
인순 : (다가간다) 여기서 뭐해.
근수 : 누나 모친 기다려. 어디 외출하신다구 대기하라 그래서.
인순 : (맥주캔 휙 빼앗는다) 이런! 그럼 음주운전 할려 그랬어? (벌컥벌컥 마신다)
근수 : (어이없어 올려다본다)
인순 : (멋쩍게 곁에 앉으며 괜히) 야, 이거 새구두다? 디게 이쁘지 않냐?
근수 : 그 날은... 어디 갔었어?
인순 : 그 날?
근수 : 방송 펑크 내구 어디 갔는데?
인순 : 어어, 그날? 강원도.
근수 : 강원도?
인순 : 상우... (하다가) 아, 너 상우 기억나지? 중학교 때 내 동창... 유상우.
근수 : 상우? (생각하다가 마뜩찮게 피식) 아, 그... 재수 없는 자식.
인순 : 이거 이거 또 말버릇!! (쥐어박고) 상우 걔가 방송국 기자가 됐어.
걔네 먼 세미난가를 한다 그래서.... 따라갔다 왔어. 걍 놀러가는 셈 치구!
근수 : 그 자식하구 사귀냐.
인순 : 뭐? 어후, 아냐!! 그냥... 친구지 뭐! 그냥 뭐... (좀 씁쓸하게) 짜식, 똑똑해졌드라구...
대학두 외국에서 나왔대... 나랑은 급이 다르지 머... (괜히 머쓱해져서 더 반발) 어후 사귀기는?! 야, 나 애인 있어!
근수 : (피식) 급은 먼 급이냐? 그니깐 재수가 없대지.
인순 : (멈칫하다 씩 웃는다) 사실 재수가 살-짝 없긴 없어요... 맞아...예리했어, 장근수! 하하.
근수 : (가만히 마음 읽으며 본다)
인순 : (화제 돌리며) 야, 너, 누나두 방송...계루 진출한 거 알지?
(과장스레 으쓱) 조만간 내가 니 빚 다 갚아줄 수 있을 거 같다! 누나만 믿고 기다려 봐.
근수 : 안 한다구 도망까지 가놓구, 왜 갑자기 맘이 변했어?
인순 : 어후, 안 한다 그런 거는 아니야. 그냥 첨에 적응이 안돼서... 인제는 아니야.
(짐짓 비장하게) 대스타 탄생이다. 지켜봐주라, 동생아.
근수 : 뭐 그렇게 남들 앞에 떳떳한 처지 아니잖아?
인순 : (멈칫 굳는다)
근수 : 대담한 거냐, 무딘 거냐? (외면하고) 아님... 기억력이 나쁜 건가?
인순 : (어두워진다)
근수 : (일어나버리는데)
인순 : (버럭) 니 말,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알아듣게 말해!!!
근수 : ...
인순 : (일어나며 태연한 척) 내일 방송국에 정아 데리구 놀러 와! 내일두 나 방송 출연 있어!
끝나구 거하게 한 턱 낼께! 알았지? (어깨 툭툭 쳐주고 간다)
복잡하게 바라보는 근수.
S#14. 방송국 녹화 대기실 (다음날 낮)
앉아있는 인순에게 방송 대본을 건네주는 희주.
희주 : 대본에 나와있는 대로, 그냥 자연스럽게 읽기만 하면 돼요.
인순 : (넘겨본다)
희주 : 여기...빨간 싸인펜으로 표시 해놨어요. 한 번 우리끼리 맞춰볼까요?
들어오는 재은.
멈칫 눈 마주치는 인순과 재은.
재은 : (반갑게) 어머, 인순씨.
인순 : 안녕하세요.
재은 : ... 그날은 왜 먼저 올라가셨어요.
인순 : 아, 그냥 뭐. 저야 놀러간 거니까.
재은 : 우리 프로에 게스트루 나오신다면서요? 좀전에 얘기 들은 거 있죠.
인순 : 네.
재은 : 어쩜, 우리가 참 인연이 깊네요. 자꾸 이렇게 만나게 되는 거 보면요.
인순 : 그러게 말이에요, 하하.
재은 : (희주 슬몃 보고) 기획사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시나봐요. 우리 프로, 아무나 나오는 프로 아닌데......
(슬몃) 근데... 요새 너무 티나게 홍보하드라... 설마 지하철 그 사건두, 기획사에서 짜준 시나리온 아니겠죠?
(흘기며 웃는데)
분위기 싸늘해진다.
인순 : (오기가 솟구친다. 짐짓 하하 웃는다) 와아, 어떻게 아셨어요? 그거 바로 이 분이 짜주신 각본이에요.
지하철 들어올 때 타이밍 맞춰서 뛰어내리라 그러드라고요. 와, 죽을 뻔 했어요.
희주 : (당황)
재은 : (멈칫 하다 씩 웃는다) ...들키지 마세요. 꼬리 길면 밟히는 수가 있어요.
(시계 보며) 어서 가시죠, 리허설 제대로 해야죠, 이런 프론 첨이잖아요?
인순 : (기분 구겨졌다)
S#15. 방송국 앞 (낮)
취재 차량에서 내리는 상우. 장비 내리고 카메라 기자 등과 인사한다.
테잎 뭉치 안고 안으로 들어간다.
S#16. 보도국 사무실 (낮)
피곤한 듯 들어오는 상우.
소파에 앉아 신문 보던 진태. 기지개 켜다가 상우를 본다.
진태 : 아까 인순씨 보이더라.
상우 : (멈칫)
진태 : 재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러 왔다 그러드라고...
상우 : (무심한 척 책상에 앉는데)
진태 : 리허설 하는 거 잠깐 구경했는데... (웃는다) 역시 생짜라 그런지, 어버버하긴 하드라. 완전 꿔다논 보릿자루야.
재은이 난처해서 죽을려 그러구... 아휴, 딱하드라고.
상우 : ...
진태 : 그래두 화면발은, 거, 괜찮드만!! (시계 본다) 녹화가 대충 끝났을라나...
곰곰 생각하다 다급히 일어나 나가는 상우.
S#17. 스튜디오 앞 복도 (낮)
풀죽어 기운 없이 나오는 인순. 죽을 맛이다. 긴 한숨을 내쉬며 복도 끝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저만치서 인순을 찾아오는 상우.
상우 : 인순아,
흠칫 놀라는 인순. 못본 척 뒤돌아 도망가는데, 달려와 붙잡는 상우.
인순 : (괜히) 어,너... 여기 웬일이야. 아, 여기서 일하지 참.
상우 : (복잡하게 가만히 본다)
인순 : 왜? 무슨, 할 말 있어?
상우 : 그 날... 꼭 그렇게 니 멋대루 올라가버려야 돼?
인순 : 그 날? 아아...그거야...
상우 : 나가자. 차 한 잔 하자.
인순 : 나 바쁜데.
상우 : (찌푸린다) 바쁘긴 뭐가 바뻐. 나가.
인순 : (기분 상한다) 나 선약 있거든?
상우 : 선약은 무슨... 약속 좀 미뤄! 잠깐이면 돼!!
손을 꽉 잡고 이끈다. 끌려가는 인순.
S#18. 방송국 로비 까페 (낮)
한쪽에 앉아있는 인순.
커피 두 잔을 받아와 건네주는 상우.
상우 : 그 날... 비 안 맞았어?
인순 : 비? (모른 척..) 아...비가 내렸던가? 글쎄 뭐, 좀 맞은 거 같기도 하고...
상우 : (애틋하게 본다) 감기 안 걸렸냐?
인순 : (멈칫) 어? 어, 괜찮아. (걱정스런 상우 시선에 기분이 좀 묘해진다)
상우 : (한숨) ...오늘 녹화, 기획사에서 잡아준 스케쥴이야?
인순 : (흠칫) 어떻게 알았어? (찔려서) 혹시... 봤어? 지켜봤어?
상우 : (대꾸 없다가) ...뭐가 되고 싶은데?
인순 : 뭐가 되다니.
상우 : 연기자? 가수? 아니면 뭐... 만능 엔터테이넌지 그런 거?
인순 : (맘이 또 상한다)
상우 : 난 니가 이런 식으루 여기저기 이용 당하구 끌려다니는 거... 걱정 돼.
인순 : 이용이라니... (기막혀 웃는) 에이, 나 어린애 아니야. 내가 결정한 거야.
상우 : 이쪽 세계가 얼마나 험한 줄 알아? 잠깐 소모되고 금새 버려지는 게 이쪽 생리야.
인순 : ...
상우 : 난 니가... 니 적성을 찾아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겠어.
인순 :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상우 : 오늘 녹화... 해보니까 어때?
인순 : (얼굴 빨개진다) 뭐, 그냥...
상우 : (한숨) 대충 들었어... 거 봐... 그런 건 끼가 넘치는 애들이 하는 거야.
방송 일... 아무나 덤비는 데 아니야. 하고 싶어 줄 선 애들만 지구 몇 바퀴야.
인순 : ...(주눅이 든다)
상우 : 여기가 얼마나 무서운 데냐면...
인순 : (OL/반갑게) 근수야!!
흠칫 돌아보는 상우. 저쪽에서 들어오는 근수와 정아.
일어나 손짓하는 인순. 얼떨떨해지는 상우.
두사람, 다가오면.
인순 : 인사해, 이쪽은 상우... 내 중학교 동창... 방송국 기자님이시고... 이쪽은 내 동생! 근수하고 정아!
상우 : (인사하며 멈칫 근수를 바라보는)...
인순 : 기억 나? 근수? 어릴 때 둘이 본 적 있지?
까딱 목례하는 근수.
기억해내고 확 반가워하는 상우.
상우 : 기억 나지 그럼!! 이야, 너 오랜만이다. 꼬마가 이렇게 컸냐?
(반갑게 손 붙잡는다) 짜식, 얼굴은 그대론데? 우하하... 반갑다. (어깨 두드리는데)
근수 : (서먹하게 외면) ...두사람 할 얘기 있음 우리끼리 밥 먹으러 갈께.
정아 : (눈치)
인순 : 아니야, 아니야! 얘기 다 끝났어. 나가자! (나가며) 상우야, 또 보자.
벌쭘해지는 상우. 멀어지는 세사람.
잠시 바라보다가 부리나케 달려가는 상우.
상우 : (앞을 막아서며) 저녁... 먹는 거냐? (씩 웃는다) 나두 같이 끼워주라.
인순 : (당황)
근수 : (마뜩찮은데)
S#19. 식당. 삼겹살집 (저녁)
불판에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
고기를 뒤집고 있는 인순. 의자에 둘러앉은 정아, 근수, 상우.
소주잔을 드는 상우.
상우 : 자, 한 잔 하자!! 반갑다!!!
잔 부딪치는 네 사람.
정아 : 언니, 오늘... 잘했어?
인순 : 어? 어...잘했지 그럼! (상우 외면하고) 너무 잘해서 다신 안 찾아줄 거 같애.
정아 : 왜...
인순 : (소주 원샷하고 한숨) 내가 그렇지 뭐. 엉망진창. 오늘로서 방송 출연은 대충 쫑날 거 같다.
(정아만 들리도록 더 작게) 거의... 또... 방송 사고.
정아 : (어쩌나 싶은데)
상우 : 뭘, 방송 사고까지야...
인순 : (다 들었군...무안하다)
근수 : (묵묵히 소주만 마시는데)
상우 : 괜찮아. 너무 상심하지 마라... 그저 좋은 경험했거니, 생각해...
행운이란 게 원래 그런 거잖아. 지하철녀가 물론, 거저 얻어진 행운은 아니지만...
어쨌든, 행운은 원래 한 번 뿐인 거구, 담엔 실력인 거야. 그 행운두 언론이 만든 허상인 건 사실이잖아.
아까두 말했지만, 이쪽 세계는 아주 살벌해. 로비나 기획사 파워두 한계가 있어.
조건 좋은 애들두 줄줄이 안되는 판에 감히 니가 어떻게... 넌 그야말루 최악.....
인순 : (기분 확 상한다)
근수 : (거슬린다)
상우 : (분위기 보며 말을 추스른다) 아무튼 니가 덤빌 데가 아니야. 내 생각엔... 이번으루 맘 접는 게 좋겠어. 잘 됐어.
근수 : (지긋이 본다)
상우 : 힘을 내라, 박인순! 자, 어쨌든 파이팅!! (부랴부랴 술잔 들고 건배 청한다)
억지로 잔을 부딪는다.
기분 상해있는 인순. 가만히 바라보는 근수.
상우 : 어이, 근수! 너두 한 잔 받고... 짜식, 술 좀 마시는구나?
술잔 채워준다. 건배 청한다.
마지 못해 건배하는 근수.
상우 : (인순 보고) 그동안 근수 얘긴 왜 통 안했어?
인순 : 어어, 우리... 만난지 얼마 안됐어. 오랫동안 연락...
근수 : (OL) 누나하구 연애나 해볼까 하구... 내가 먼저 연락했어요.
인순 : (멈칫 당황)
정아 : (당황)
상우 : (멈칫하다) 아...그래? (씩 웃는다)
근수 : (피식) 열심히 작업 걸구 있는데...안 통하네. 무뎌서.
인순 : 어후...짜식...농담하지마. (웃고) 내가 비록 널... 무지 사랑하긴 한다만...!!
상우 : (조용히 고기 먹는다)
근수 : (술잔 들이키고 새로 잔을 채우는데)
인순 : (잔 빼앗는다) 너 차 몰구 왔지? 안돼. 일루 줘. 고기나 더 먹어.
몸은 바싹 말라 가지구, 짜식! 맨날 술만 먹어요. (고기를 억지로 마구 건네주는데)
정아 : (가만히 본다)
상우 : (기분 묘해져서 가만히 보다가 애써 씩 웃는다) 농담이 아닌데? 와, 이거... 두 사람... 연상 연하냐, 그럼?
그러구보니까 둘이 잘 어울리는데, 하하.
인순 : 그래? 그럴까? 근수야, 우리 그냥 확 사겨버릴까? 누나가 글케 맘에 드냐?
근수 : (피식)
일어나는 정아. 멈칫 보는 인순.
인순 : 어디 가?
정아 : (작게 외면하고) 화장실요.
S#20. 식당 화장실 (저녁)
거울 앞에서 손을 씻는 정아. 나란히 서 있는 인순.
인순 : 왜? 뭐 안 좋은 일 있어?
정아 : 아니에요.
인순 : 속이 안 좋아?
정아 : 아니에요.
싸늘히 손만 씻는 정아.
난처하게 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는 인순.
정아 : (돌아본다) 왜요.
인순 : 나야말루 속이 안 좋아서...!!
세수를 푸푸 하기 시작하는 인순.
복잡하게 바라보는 정아.
S#21. 삼겹살집 (저녁)
마주 앉아있는 근수와 상우.
소주 한 잔 단숨에 들이키는 근수. 좀 취했다.
상우 : 짜식, 술이 쎄구나.
근수 : 너... 왜 사람을 깔보는데?
상우 : (멈칫) 뭐?
근수 : 어릴 땐 맨날 니가 좋아서 쫓아다녀놓구, 사람 왜 무시해?
상우 : 허, 내가 무슨 무시...
근수 : 니네 동네 오지 말라며? (피식) 왜에? 왜그런데? 누군 되구 누군 안되나?
상우 : 오해하지 마! 난 친구로서, 조언을 한 거 뿐이야.
근수 : 조언이 아니구 잘난 척인데?
상우 : ...
근수 : 난 너 같은 인간들, 잘 알아. 그나마 지하철년지 전철년지 그딴 거 돼 갖구, 겨우 친구 대접 해주는 거지!
안 그랬음 길가다 마주칠까봐 겁났을 걸?
상우 : 말조심 해!
근수 : (웃는다) 아니야? 아니라구 장담할 수 있어?
상우 : (분하다) 이 자식... 너, 왜 이렇게 비뚤어졌어?
근수 : 나 원래 비뚤어졌어. 몰랐냐? 비뚤게 자라서 그러잖아.
들어오는 인순과 정아. 살벌한 분위기에 놀란다.
인순 : 왜들... 이러구 있어?
일어나는 근수.
근수 : 재미 없어서... 난 그만 가야겠다.
상우 : 야, 임마!!
인순 : !!
근수 : 많이들 드쇼.
나가버린다. 멈칫 당황하다가 근수를 쫓아나가는 인순.
얼떨떨 쫓아가는 정아.
S#22. 식당 앞 거리 (저녁)
안에서 나오는 인순. 뒤이어 나오는 정아.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근수.
인순 : 근수야! (둘러보며 애타게) 근수야!!
둘러보다 아무 방향으로나 달려가는데...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인순을 지켜보는 정아. 기분이 다시 묘하게... 조금씩 안 좋아지고 있다.
S#23. 삼겹살 집 안 (저녁)
홀로 남아 있는 상우. 뭐라 말할 수 없이 무참하고 억울하고 기분이 나쁘다.
종업원(40대 여) : (놀라며 다가온다) 고기 다 타네요... 손님.
그대로 앉아있는 상우.
힐끔힐끔 눈치 보며 고기를 급하게 건지는 종업원.
S#23. 선영집 거실 (밤)
들어오는 인순과 정아.
안에서 나오는 선영. 기다렸다는 듯 다그친다.
선영 : 어쩜 그렇게 엉망으루 했니? 왜그랬어? 응? 바보 같이!
인순 : ...(주눅) ...보셨어요?
선영 : (인순 등을 철썩 치며) 그래! 아무리 떨려두 그렇지! 니 멘트두 제대로 못 읽어? 못 살아, 내가...
어떻게 그렇게 어버버하게 했어? 재치 있게 딱딱 받아쳐야지! 아무리 첨이래두 그렇지!
슬몃 보다가 이층으로 올라가버리는 정아.
선영 : 그래놓구 여태 어딨었어? 그래놓구 저녁이 입에 들어가디?
인순 : ...(한숨)
S#24. 선영집 앞길 (다음날 낮)
소속사의 차량이 집 앞 골목으로 올라온다.
차에서 내리는 명철.
인순 : (N) 하지만... 상우 말은 틀렸다.
내 인생에, 행운은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운명의 여신이 있다면...... 미치셨다.
S#25. 선영집 거실 (낮)
명철과 마주 앉아있는 선영.
명철 : 방송국에서 인순씰 좀 보자고 하네요.
선영 : 왜요?
명철 : (신나서) 안그래두 개편 앞두구 새 진행자를 물색하고 있던 참인가봐요.
패널 출연 하는 거 봐서 결정할려 그랬는데... 아마 적격자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선영 : (믿기지 않는다) ...진행을요? 인순이가요? 그날 얼마나 실술 많이 했는데요.
명철 : 되려 신선하게 느껴진 모양이에요. 요샌 매끈하게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까요.
(나직이) 사실은요... 지금은 뭘 해두 되는 시점이에요. 떠있으니까요! 실수를 하면 신선한 거구, 매끈하면 더 좋은 거구...
방송국이야 뻔하죠. 지들 필요하니까 쓰는 거에요. 우리가 이 시점을 놓치면 안되는 거구요.
선영 : 그래두 진행까지... (좋아서 입 벌어지며) 어쩜 좋아...
명철 : 거기다가요, 그날 방송에서, 한재은 아나운서가 인순씰 너무 구박했어요. 말 자르구 비웃구...
그런 게 시청자 눈에 다 보였던 모양이에요. 동정여론까지 작동해서 더 아우성이 났어요.
선영 : (좋은데) 그래요?
명철 : 아참, 밖에 차 대기 시켜놨어요. 회사에서 제공하는 찹니다.
선영 : 그래요? 안그래두 너무 불편했어. 매일 동생 차 빌려타구...
이층에서 내려오는 인순.
선영 : (일어나 달려가며) 인순아, 빅 뉴스야! 빅 뉴스! 세상에, 너보구 그 큰 프로를 진행하래요!!
(와락 손 잡고) 됐어, 인제 다 된 거야!!
인순 : (당황하는데)
S#26. 예능국 사무실 (낮)
피디 앞에 앉아 있는 인순.
좀 경박한 인상의 30대 후반의 남자 피디.
피디 : 뭐랄까, 우리로선 모험이면서 새로운 시도죠. 좀더 겸허하게 시청자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뼈아픈 반성이기두 하구요.
이번 개편의 모토가 ‘시청자와 함께 가는 방송’이거든요. 오로지 그 취지에 부응하는 거 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요. 그냥 있는 그대로, 편하게 하면 돼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인순 : (긴장) 예에...
다가오는 배나온 중년남자.
피디 : 국장님,
국장 : 아이구, 반가워요... 박인순씨! (악수 청한다)
인순 : (얼떨떨 악수한다) ...첨 뵙겠습니다.
국장 : 내가 인순씨 팬입니다, 팬! (피디보고) 게시판 봤어? 인순씨 또 출연시키라구 난리야, 난리!! (손 붙잡고 안 놓는데)
S#27. 방송국 복도 (낮)
안에서 나오는 인순. 아직 얼떨떨한데...
저만치서 오는 재은. 인순을 보자 표정이 딱 굳는다.
인순 : 안녕하세요.
재은 : (웃을락 말락) 축하해요.
인순 : (난감)
재은 : 스케쥴이 너무 많아서 전부터 관두겠다 관두겠다 그랬거든요. 이제야 후임자를 찾았네...
(웃는다) 인순씨 덕분에 놓여났어요. 고마워요!
인순 : (당황) 어어, 저기...
재은 : 잘하세요... 그럼.
싸늘히 멀어지는 재은의 뒷모습.
난처하게 지켜보는 인순. 돌아서는데 어느덧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스르르 번진다.
애써 표정 관리 하는 인순. 신이 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S#28. 마사지샵 (낮)
인순 : (N) 다시 태어나보리라, 굳은 결심을 했지만...
누워서 얼굴에 마사지 받고 있는 인순. 마사지 시트가 얼굴 전체에 덮인다.
인순 : (N) 물론 만만한 일은 아니다. (결연하게) 하지만, 이미 기차는 떠났다.... 아니다, 지하철인가?
그렇다, 지하철녀! 이제 지상으로 날아오르려는 거다! 돌아보지 않겠다!
미화 (E) : 인순아!
휙 돌아보는 인순. 요란하게 차려입은 미화, 뛰어들어온다.
한쪽에 앉아 잡지 읽으며 대기하고 있던 희주. 마뜩찮게 힐끔 본다.
인순 : (떨어진 마사지포 도로 덮으며) ...미화야.
미화 : 어휴, 이렇게 아니믄 얼굴 보기두 힘드네!! (둘러보며) 야, 여기 굉장하다!
인순 : 응, 그런 거 같다.
미화 : (감격해서 이리저리 돌아보며) ...사람 팔자 시간 문제다, 우와....
인순 : 그러게 말이다.
희주 : (다가오며) 전화 왔어요.
휴대폰을 옆에 세워준다. 화면에 선영의 얼굴이 뜬다.
화상 통화 하는 두사람.
부띠끄인 듯한 장소가 화면에 비친다. 이 옷 저 옷 들어보이는 선영.
선영(E) : 어느 게 더 맘에 드니?
인순 : (화상 통화가 어색한데) 예? 아,아무거나요.
미화 : (곁에서 감탄) 우와...
선영(E) : 이거? 이게 낫지?
인순 : (끄덕인다)
선영(E) : 마사지 잘하고 와라, 이따 보자!!
손 흔든다. 화면 꺼지고 통화 끝난다.
미화 : (압도 당했다) ...니네 어머니 역시...세련되셨다. 이런 기계두 다루냐, 너는
인순 : (머쓱) 나두 아직 적응이 안돼.
미화 : (전화기 만지며) 이런 전화기두 회사에서 준 거야?
희주 : (다가와서 전화기 치운다)
미용사, 인순의 얼굴이 씌워진 시트를 걷어내고 수건으로 닦아준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인순.
미화 : 와, 너 인순이 맞어? 변신이다, 완전.
인순 : (거울 보며 스스로도 감동) 진짜, 막 번쩍거려, (볼을 잡아뜯어보는데)
희주 : (다가오며) 저기...마사지 마치구 발성학원에 가야하는데... (미화 본다)
인순 : 발성 학원요?
희주 : 네, 발음 교정 연습하러요... (미화를 보며) 저어...친구분은 다음에 같이 가세요. 오늘은 첫날이라서요.
미화 : (삐죽하는데)
S#29. 발성 학원 (낮)
성우, 아나운서 학원(?)의 실습실 안.
개인 트레이너 앞에 앉아 아에이오우 발성을 코치 받고 있는 인순.
트레이너 : 자, 이번에는 거울 앞으로 가서... 이 젓가락을 입에 물고 책을 한 번 읽어보세요.
정확하게, 또박또박... 발음을 스스로 들어보면서...
나무 젓가락 물고 건네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인순.
S#30. 선영집 정아방 (낮)
전화 걸고 있는 정아. 신호만 갈 뿐 안 받는다.
S#31. 근수 쪽방 (낮)
곰인형을 베고 누워있는 근수. 울리는 휴대폰. 안 받는다.
계속 울리는 휴대폰. 마지못해 받는 근수.
근수 : 귀찮게 왜 자꾸 전화하는데.
정아(E) : 나 어디 갈 데 있어요.
근수 : 니가 운전하고 가면 되잖아.
정아(E) : 운전할 사람 있는데 왜 내가 운전해요.
근수 : 어디 갈라구?
정아(E) : 오디션 있어요.
근수 : 오디션은 무슨... (피식)
정아(E) : 올 때까지 기다릴 거에요.
근수 : 기다리지 마. 나 니네 집 일 관뒀어.
정아(E) : 언제요?
근수 : 지금.
전화 끊어버리는 근수. 다시 몸 돌려 누워있다가 마지 못한 듯 짜증스레 일어난다.
S#32. 정아방 (낮)
무안한 정아. 전화기 내려놓는데 얼굴 빨개져있다.
S#33. 선영집 주차장 (낮)
안에서 나오는 정아. 주차장으로 가는데 저만치 근수가 서 있다.
멈칫하다 유심히 본다. 근수다. 확 밝아지는 정아 표정.
정아 : ... 언제 왔어요?
근수 : (돌아본다)
정아 : (애써 담담한 척) 관뒀다더니요.
근수 : 키 이리 내.
정아에게 차 열쇠를 나꿔 채 차로 다가가는 근수.
좋아서 절로 입이 벌어지는 정아.
S#34. 거리 - 야구 연습장 앞 (낮)
정아 차에서 내리는 두사람.
근수 : (둘러보며) 오디션을 어디서 한다는 거야?
정아 : (야구 연습장 가리키며) 저기요.
근수 : ?
정아 : 오디션은 무슨 오디션이에요. 때려치우라면서요.
근수 : (어이없는데)
정아 : 야구나 하러 가요, 우리... 나 조만간 야구 선수 오디션 보러 갈 거에요.
기막혀 웃고 마는 근수. 앞장 서서 달려가는 정아.
그때 저만치서 다가오는 두 남자. 근수 앞으로 슬슬 다가온다.
멈칫 돌아보는 근수.
남자1 : 오랜만이다, 근수.
근수 : (굳는다)
남자2 : 짜샤, 약속은 뭐하러 하냐. 지키지두 못할 거!!
돌아보는 정아. 놀라서 바라본다.
미친 듯 몸 돌려 도망치는 근수. 쫓아가는 두 남자.
멍하니 보다가 따라서 달리는 정아.
S#35. 골목 (낮)
비좁은 골목길. 쫓기는 근수.
이윽고 막다른 길에 이르면 포기한 듯 돌아서는 근수. 남자들과 싸움이 붙는다.
주먹 날리고 발길질 하고 있는 힘껏 맞받아치며 싸움을 하지만 두사람을 감당하지는 못한다.
이윽고 흠씬 얻어맞는다. 구석에 쳐박혀 널브러진 근수.
남자1 : 한 번만 더 생까면 죽는 줄 알어!
(근수 앞에 바짝 다가 앉으며) 우리 형님이 맘이 좋으셔서... 마지막으루 딱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일주일!
남자2 : 일주일 안으로 안 가져오면 한강물에 쳐박아버릴 거니까, 그런 줄 알어.
근수 : ...
남자2 : 새끼, 주제에 어디서 기집애는 물어가지구...
침 뱉고 한 번 더 발로 밟아버리고 돌아서는 두사람.
S#36. 골목 어귀 (낮)
몰래 숨어서 바라보는 정아. 덜덜 떨고 있다.
남자들 멀어지는 것 확인한 뒤 골목 안으로 황급히 달려간다.
S#37. 골목 (낮)
달려오는 정아. 구석에 널브러져있는 근수에게 다가간다.
정아 : 괜찮아요?
근수 : (간신히 몸을 일으키는데)
정아 : (피를 보고 놀라며) 가만 있어 봐요, 피!!
손수건 꺼내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준다. 어느새 눈물이 글썽글썽 고였다.
정아 : (목이 멘다) 왜 이렇게 살아요?
근수 : ...
정아 : 왜요? 왜 이렇게 사는 건데요?
눈물 어린 정아의 시선과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외면해버리는 근수. 이윽고 휙 밀치고 일어난다.
당황하는 정아.
근수 : 너나 잘 살아라.
정아 : (멈칫)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골목 끝으로 멀어져가는 근수.
쫓아가는 정아.
정아 : 근수 오빠,
근수 : 내가 왜 니 오빠냐.
정아 : (쫓아가며) 약 발라야 돼요. 피 계속 나잖아요!
근수 : (묵묵히)
정아 : 병원부터 가요... 약국이라두 가요, 그럼.
근수 : 됐어.
정아 : (붙잡고) 나랑 얘기 좀 해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에요? 네?
근수 : (휙 밀친다) 놔! 이거!!
정아 : ...(무안한데)
근수 : (고함 지르는) 귀찮게 왜 이래? 상관 말구 집에 들어가! 집에 가서 곰인형하구나 놀아!!
휘적휘적 앞서 가버린다.
가만히 바라보는 정아. 속상하고 가슴 아프다.
S#38. 선영집 외경 (밤)
S#39. 선영방 (밤)
차쟁반 받쳐들고 들어오는 인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가 돌아보는 선영. 놀라 후다닥 일어나 찻잔을 받아든다.
선영 : 이런 걸 왜 니가 들구 오니.
인순 : 예?
선영 : 앞으룬 이런 거 아줌마 시켜. (신이 나서 잡아끈다) 일루 와 봐, 우리 딸!
내가 지금 뭐하는지 아니? 니 팬 까페에 글 남기구 있어. 엄마로서 감사 인사 한마디는 해얄 거 같아서.
인순 : (당황)
선영 : 너두 글 하나 남겨.
인순 : 어어후, 제가 무슨... 제가 왜요.
선영 : 니 팬까페야. 얼마나 고맙니? 니가 글을 안 남기면 누가 남겨?
인순 : (저으며) 됐어요. 저는 안할래요. 그런 거 못해요.
선영 : (당기며) 일루 와서 읽어나 봐봐,
인순 : (슬몃 다가와 곁눈으로 화면을 들여다본다)
선영 : (읽는다) 인순씨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에요... 반했어요, 인순씨...
인순 : (겁나는 듯 헉 화면에서 몸을 떼는데)
선영 : (쯧쯧 웃고) 그렇게 소심해가지구 무슨 일을 하겠니.
미소가 만면에 어려있는 선영.
가만히 선영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인순. 마음이 좀 묘해지는데.
선영 : (팬까페 글, 소리 내 읽는다) 앞으로 방송에서 많이 뵀으면 좋겠어요...
(돌아 보며 호호 웃는다) 야, 이 남자는 여자친구하구 싸웠대. 너 땜에...
그대로 선영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인순.
선영 : (시선 느끼고 돌아본다) 왜.
인순 : (머쓱 웃고) 아,아니에요. (문득 생각난 듯) 저기요, 엄마....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 뱄을 때요... 그때 얘기 좀 해주세요.
선영 : 너 뱄을 때?
인순 : (쑥스럽게 웃고) 네... 그냥...갑자기 궁금하네... 저요... 태몽은 뭐에요?
선영 : 글쎄... (생각하다) 니네 아빠가 꿨지. (웃는다)
니네 증조 할아버지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 모양 반지를 주더래. (곰곰 생각) 다이안가?
인순 : ...
선영 : 니가 스타가 될려구 그랬나 보다.
인순 : (피식 웃고 혼잣말) 별을 달려구 그랬나 보다.
분위기 썰렁해진다.
차갑게 보는 선영. 당황하는 인순.
선영 : (단호한) 다신 그런 얘기 꺼내지 마. 없었던 일이야, 명심해. 그런 일 없었어!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꺼내 봐!! 가만 안 둘 거니까.
인순 : ... (얼굴 빨개진다)
선영 : (골치 아픈 듯 손으로 머리를 짚는다) ...
인순 : (가만히 눈치 보다가)... 아참, 엄마! (밝아지며) 저 어릴 때 사진, 보실래요?
선영 : (황급히 일어나 옷방으로 가며) 사진? 아, 그건 나중에 보구... 일루 와봐. 일루 와 볼래?
드레스를 한 벌 꺼내서 보여주는 선영.
무안해지는 인순.
선영 : (환해지며) 이거 볼래? 너무 이쁘지 않니? 이거 내가 시상식 때 입었던 건데... 너무너무 맘에 들어서 아직 보관하구 있어.
이거 나중에 너한테 줄께. 쪼끔만 줄이면 딱 맞겠어,
인순 : (난감한데)
콧노래 부르며 이 옷 저 옷 꺼내는 선영.
S#40. 정아방 (밤)
살며시 들어오는 인순.
스탠드 불만 켜져있고 침대에 엎드려 있는 정아.
인순 : 자?
정아 : ...
인순 : (다가오며) 자니?
얼른 눈물을 훔치는 정아. 이불을 뒤집어 쓴다.
인순 : (들여다보며) 정아야,
정아 : 나가요.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
인순 : (당황)
정아 : 내 방에 들어올 땐 노크 좀 해요. 바쁜 건 알지만요.
돌아눕는 정아. 슬몃 맘이 불편해지는 인순.
S#41. 선영집 중정 (다음날 낮)
음악 틀어놓은 채 요가 동작 하고 있는 선영.
문자 메시지 신호음이 울린다. 휴대폰 들고 보는 선영.
<드릴 게 있습니다. 시간 되시면 매장에 한 번 들러주세요. 유병국>
멈칫 망설이다 휴대폰 내려놓는 선영. 드릴 거? 하다가 무심한 척 다시 요가를 시작한다.
S#42. 인테리어 매장 (낮)
선글래스 끼고 스카프로 얼굴을 감싼 선영. 매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척 하는데, 보고 있는 것은 라인레드. (클로즈업)
그냥 보고 있는데 직원이 다가와 설명하기 시작한다.
직원 : 이 제품은 여자를 배려하는 주방이란 컨셉이고요, 서포트 바 등의 편리한 소품들이 설치 되어 있어요.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되어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고..
선영 : (주위를 둘러보며 머뭇머뭇) 아, 저는 사장님하구 상담을....
안에서 나오는 병국. 확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온다.
병국 : 오셨습니까.
선영 : (자기도 모르게 얼굴 확 붉어지는데)
S#43. 까페 (낮)
찻잔 놓고 기다리고 있는 선영,
병국 자리에 후다닥 앉자마자.
병국 : 많이 기다리셨죠?
선영 : 아니에요. 바쁘신데 제가... 방해를 한 건 아닌지...
(괜히) 이쪽에... 지나가다가....인테리어 문제로...상의하러 온 거거든요?
(머뭇머뭇) 잡지사에서 집에 한 번 찾아오겠다고 그러고...
병국 : 안그래두 뵙고 싶었습니다. 문자 메시지 보냈는데 받으셨습니까.
선영 : 문자...? (생각하는 척) 아아, 받았어요.
병국 : 드릴 게 있어서요. 선물요.
선영 : (알면서) 선물...요? 어머, 뭘 그런 걸... 제가 신세를 많이 졌는데. (기대하는)
품에서 뭔가를 부스럭거리며 꺼내고 있는 병국.
선영,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선영 : (마다하는 시늉) 됐어요, 됐는데... (좋아라) 선물은 무슨...아이 참......뭔데요?
봉지에서 붕어빵을 두개 꺼내는 병국.
뜨악하는 선영. 다시 본다. 붕어빵이다.
병국 : 뜨끈할 때 들어보세요. 맛있습니다.
선영 : 이게... 선물...이에요?
병국 : 네. (권하며) 들어보세요.
선영 : (받아들며 불쾌해진다... 이제 사람을 놀리나 싶다)
병국 : 예전에 제가... 캐나다 처음 가가지구 배운 일이, 욕실에 타일 붙이구 시멘트 바르는 일이었거든요.
저녁에 일 마치면 돌아오는 길에요...이게 그렇게 먹고 싶드라구요.
선영 : ... 캐나다 사셨어요?
병국 : 예. 빚쟁이들한테 떠밀려서 친척 형님이 있는 데루 도망간 거였거든요.
(씁쓸한 웃음) 하두 힘들어서, 몇 번이나 약 먹구 죽어버릴까 그랬는데... 붕어빵 생각 하면서 참았죠. (하하 웃는다)
선영 : (떨떠름하게 한 입 베문다)
병국 : 이 붕어빵 만큼이나 저한테 숨통을 틔워준 분이 바로 이선영씹니다.
선영 : (멈칫)
병국 : 얼마전부터 또다시 인생이 허망하구 하루하루 숨이 막혀오드라구요...
그런데, 선영씨 연극을 보구나서... (쑥스럽게 웃는다) 그거 보면서 갑자기 살고 싶어졌어요.
열심히, 제대로, 멋지게 살아야 되겠다... 그런 맘이 들더라고요.
선영 : ...
병국 : 선영씨 연기를 보면서 용기를 되찾았어요. 감사합니다.
선영 : (좀 뭉클해진다) ...고맙습니다. 제가 고맙죠.
병국 :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조그만 선물이 또 있는데요.
배우 이선영 팬클럽을 만들었습니다. 회원은 아직 얼마 없지만,
선영 : 어머,
병국 : 열심히 활동할테니 지켜봐주십쇼.
선영 : (감동스럽다) 저어...저기...난 이제 잊혀진 배우에요. 그런 거 만들지 마세요.
병국 : 배우는 한 사람의 팬만 있어두 연기를 해야 합니다. 잊혀지긴 왜 잊혀집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선영 : (다시 뭉클하는데)
S#44. 상우집 안방 (낮)
명숙, 옷장 안에서 세탁할 가을 양복과 울 셔츠, 카디건 등등을 꺼내는 중이다.
한손으로 무선전화기 들고 통화 중이다.
명숙 : 세탁소죠? ....네, 맞아요, 목소리 딱 알아들으시네! (흐흐 웃고)
... 아유, 나는 겨울 되는 거 무서워요. 드라이크리닝 할 거 천지야... 언제 가질러 오실래요? ... 그래요, 그럼...오세요!
전화 끊는다. 문득 카디건을 들고 유심히 살펴본다. 냄새를 맡아본다. 갸웃한다.
명숙 : 세탁을.. 했나?... 언제 했지? (기억해 보다가 한숨) 내가 요새 정신이...
옷을 도로 장롱 안에 넣는데 장롱 귀퉁이에서 뭔가가 툭 하고 떨어진다.
어마 뜨거라 놀라는 명숙. 묵직한 서류 봉투다.
뭔가 하고 가만히 꺼내본다. 봉투 가득 들어있는 선영의 사진. (신문과 잡지에서 오린 것, 연극 팜플렛용, 포스터 등등의)
휘둥그레지는 명숙. 한 장 한 장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인데...누구드라?
불안한 표정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S#45. 호프집 (낮)
둘러앉아 있는 재식과 진태와 상우. 잡담하고 있다.
재식 : 나 그 기사 보구 충격 먹었다. 여든 다섯 할머니하구 스물 다섯 먹은 청년이 어떻게 결혼을 하나?
아무리 아르헨티나지만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상우 : (듣고 있다)
진태 : 문제는 결혼을 했다는 거죠. 그게 키포인틉니다. 재산을 노린 거에요.
재식 : 야, 꼭 그런 이유만 있겠어? 남들 눈엔 어째두, 본인들은 사랑인 거 아닐까.
진태 : (피식) 사랑은 무슨... 사실 결혼이라는 거... 까놓구 말해 거래 아닙니까?
재식 : 송진태, 이 자식 순수한 줄 알았드니 의외루 계산적이네.
상우 : (무덤덤히)
재식 : 상우 너는 뭐 의견 없냐?
진태 : 얘는 물어보나 마나죠. 얘야말루 계산의 왕자잖아요, 하하.
지금두 왠만한 선 자리는 거들떠두 안 봐요. 재은이두 만족 못해서 이리 재구 저리 재구...
재식 : 그래? 너 눈이 글케 높다 이거지?
상우 : (불쾌해져서 굳어있다가) ... 너, 사람을 뭘로 보냐.
진태 : (씩 웃고) 기분 나쁘냐? 흐흐, 농담이다, 농담.
상우 : 내가 언제 뭘 쟀단 말이야.
진태 : 에이... 너 맨날 여자 얘기 하면 집안, 학벌, 직장... 그 딴 거 줄줄 따졌잖아.
짜샤, 나는 지금 니 탓 하는 거 아니야. 솔직히 그게 뭐 잘못이냐? 당연한 거 아니겠냐?
어쨌든 우리 얘기의 본질은 지금 그게 아니고...여든 다섯...
상우 : (OL 짜증) 넌 니 얘기를 왜 남의 얘기처럼 하구 있어? 짜식이 사람을 우습게 만들구 있어!
진태 : (움찔) 야, 뭘 그렇게 흥분...
재식 : 그만들 해라, 자, 자... 맥주나 한 잔씩 하자.
상우 : (휙 일어난다) 아닙니다. 저 바빠서 먼저 들어갈께요. 일하다 나왔어요.
나가버린다.
진태 : (억울한데) 찔리니까 괜히 화 내구 있어! 짜식이...
S#46. 보도국 사무실 (낮)
사람들 퇴근하고 거의 없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켜고 일하는 상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기사 문구 작성하는데...
근수(E) : 난 너 같은 인간들, 잘 알아. 그나마 지하철년지 전철년지 그딴 거 돼 갖구, 겨우 친구 대접 하는 거지!
안 그랬음 길가다 마주칠까봐 겁났을 걸? ... 아니야? 아니라구 장담할 수 있어?
노트북을 휙 밀쳐버리고 의자 뒤로 젖힌다.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다시 스르르 일어난다. 이번엔 책상 위의 자료를 들고 읽기 시작한다.
인순(E) : (8회 중에서) 너는 너무너무너무 속물이야!!
분하다. 자료 복사한 종이를 뭉쳐서 아무데나 휙 집어던진다.
상우 : 나쁜 기집애!!
S#46. 분장실 (낮)
화장용 붓과 팔레트, 갖가지 미용 도구들이 줄줄이 놓여있다.
분장사, 빠른 손놀림으로 인순의 얼굴 위에 파우더분과 립스틱과 아이라인 등등을 발라준다.
미용사가 다가와 머리에 드라이기를 대고 스타일을 만들어준다.
인쇄된 진행 스크립트를 들고 열심히 연습하는 인순. 멀찌기 놓인 생수병에 손을 뻗는데, 얼른 달려가 가져다주는 희주.
당황하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인순, 아직 이런 상황이 영 익숙치 않다.
코디네이터가 의상을 들고 총총 달려들어온다. 이것저것 인순에게 대 본다.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
S#47. 방송국 복도 (낮)
분장실을 나오는 인순. 화려하게 변신했다.
그녀 뒤로 줄줄 따라오며 끝까지 스타일을 신경쓰고 만져주는 코디와 매니저 일행.
인순의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희주. 괜찮다고 손 저어도 억지로 들어준다.
인순, 이 모든 게 아직은 얼떨떨하다.
녹화홀 쪽으로 걸어가는데, 저만치서 달려오는 진행요원, 공손히 인사하더니 인순을 에스코트 한다.
S#48. 공개홀 혹은 녹화 스튜디오 (낮)
어두운 실내. 무대 출입구 뒤에 긴장하고 서 있는 인순의 실루엣.
남진행자 (E) : 자, 오늘부터 저와 함께 우리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새 진행자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박수로 맞아주십쇼! ...지하철녀, 박인순씹니다!!
음악이 울려퍼지고, 방청석에서 우우, 박수가 쏟아진다(효과로 처리).
무대로 들어오는 인순. 조명이 얼굴 위로 쫙 비춰진다.
잔뜩 상기 된 인순의 표정.
인순 : (N) 인간이... 갑자기 변할 때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저 높은 곳으로 반드시 기어올라가고야 말겠다는... 불타는 야망에 휩싸일 때...
결의에 찬 주먹을 불끈 쥐는 인순. 그런데, 한 순간 몸의 균형을 잃으며 발을 헛디뎌 삐끗한다.
웃음 소리가 터진다.
얼른 중심을 잡는 인순.
S#49. 거리 (낮-저녁)
번화한 빌딩가. 수많은 퇴근 인파가 오가는 편의점 앞길.
한쪽 모퉁이 쓰레기통 옆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근수. 얼굴엔 아직 피터진 상처가 남아있다.
캔맥주를 마시며 뭔가 곰곰 생각에 잠겼다.
인순 : (N) 혹은... 첫눈이 내릴 때...
눈발이 한 송이 두 송이 내리기 시작한다.
손등 위로 떨어진 눈 송이를 멈칫 내려다보는 근수. 눈빛에 서서히 결심이 어린다.
다 마신 맥주캔을 으스러져라 구겨버린다.
S#50. 선영집 앞길 (저녁)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눈발이 여전히 날리고 있다.
차에서 내리는 선영. 하늘을 올려다본다.
선영 : 눈이 오시네...
기분이 좋다. 소녀처럼 흐뭇하게 하늘을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가는 선영.
집 앞에 서 있는 검은 그림자.
헉 놀라는 선영.
근수다.. 다가오는 근수. 목례한다.
선영 : (가슴 쓸어내리며) 놀랐잖아!! 너 아직 안 갔니?
근수 : ...
선영 : 거기서 뭐해? 왜 안 갔어?
근수 :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선영 : 내일 얘기 하자. 나 피곤해. (들어가려다 머뭇) 근데...어떡하니. 인제 인순이두 기사 딸린 차가 나오구...
딱히 니가 할 일이 없을 거 같아서 걱정이야. 그래두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마뜩찮지만 웃는다)
일단 일거리야 뭐... 만들면 되겠지. 정아도 있고, 나도 있고... 안 그래?
근수 : ...
선영 : 들어가 봐. 내일 조용히 얘기해보자.
총총 집안으로 들어가는 선영.
근수 : (작정한 듯) 인순이 누나 얘깁니다. 지금 얘기 하고 싶은데요.
선영 : (멈칫 돌아본다)
근수 : (삐딱하게 보고 있다) ...
왠지 불길해지는 선영.
S#51. 보도국 사무실 (밤)
실내가 어두워졌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취재요청서 같은 것 치고 있는 상우. 등 뒤에 켜진 티브이에서 일기예보가 흐르고 있다.
기상 캐스터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캐스터 : 첫눈 내리면 맘 설레는 분들 많으시죠? 크리스마스와 첫눈.. 빼놀 수 없는 겨울의 낭만인데요...
오늘 저녁 서울 지방 첫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슬몃 창 밖을 돌아보는 상우. 어두운 창 밖에 조금씩 눈이 내리고 있다.
가만히 창문 밖을 바라보는 상우. 다시 일을 하려는데... 마음이 점점 묘해진다.
S#52. 캐나다 상우집 상우방 (회상)
현재의 스탠드가 어린 상우방의 스탠드로 디졸브 된다.
어두운 방안. 스탠드 아래 낮은 책상에 앉아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고 있는 중학생 상우.
실내는 매우 단촐하다.
상우(E) : 인순아..잘 있었니? 오늘은 우리식구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야. 아버지가 드디어 빚을 정리하고 첫 월급을 받아오셨거든.
엄마는 저녁 내내 울고 계셔... 나는 이담에 자라서 꼭 힘있는 사람이 될 거야.
차별도 없고 빚쟁이도 없고 가난도 없는 세상을 만들 거야.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모두 잘 사는데 우리 가족만 허덕거리고 있어.
인순아...이거 받고 곧장 답장 써줘. 나는 오직 니 편지 기다리는 낙으로만 살고 있다...히히, 메리 크리스마스!! ...상우가.
S#53. 캐나다 상우집 상우방 (회상)
구석에 이삿짐 박스들이 몇 개 쌓여있다.
스탠드 아래 뒤돌아 앉아 편지를 쓰는 상우. 고등학생이 된 키 큰 뒷모습이다.
상우(E) : 인순아... 여긴 오늘 첫눈이 왔어. 올해는 어떻게 지냈니? 고3이 됐으니까 무척 힘들겠지?
그래도 가끔은 편지를 해주면 좋을텐데... (서운한 어조로) 끝내 답장이 없구나.
이제 이게 마지막 편지야..우리집은 내일이면 더 큰 도시로 이사를 가. 아버지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거든.
언젠가 우리 가족도 다시 고향에 돌아갈 날이 오겠지? ... (사이 두고) 인순아, 나는 오늘 첫눈에게 빌었어.
먼 훗날 우연히라도 너를 만나면, 알아볼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첫눈 내리는 날 상우가.
어두운 창문 밖. 눈발이 하염없이 흩날리고 있다.
S#54. 보도국 사무실 (현재, 저녁)
창문이 현재 창문으로 디졸브 된다.
어느새 창가로 다가가 우두커니 서 있는 상우. 넋나간 듯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책상으로 돌아온다. 자리 정리하고 퇴근하려는데 인화한 사진 봉투가 보인다.
무심히 집어넣으려다가 꺼내서 본다. 바닷가에서 찍은 인순의 사진이다.
한 장 한 장 들여다보는 상우. 맘이 점점 이상해진다. 가슴이 조금씩 뜨뜻해지면서 눈시울도 시큰해진다.
이윽고 결심하는 상우. 휴대폰을 꺼낸다. 문자 메시지를 찍기 시작한다.
<인순아... 저녁 사고 싶은데 시간 되냐?>
이게 아니다. 지운다. 다시 쓴다.
<미안하다, 인순아... 나는... 비겁한 놈이다>
지운다. 이것도 아니다. 한숨 내쉬며 다시 고민하다가 또 쓴다.
<보고 싶다, 인순아...>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다 지워버린다.
휴대폰을 챙겨서 넣어버린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기분.
가방 메고 밖으로 나간다.
S#55. 녹화 스튜디오 대기실 (밤)
녹화가 끝났다. 남자 진행자가 입구에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다.
들어오는 피디. 인순의 손을 붙잡는다.
피디 : 수고했어요!
인순 : (얼굴 벌개져서) 죄송합니다...제가 아직 서툴러서...
피디 : (웃는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인순씨 매력이 원래 어눌하구 솔직한 거잖아요.
첨인데 이만하면 베스트에요! 아주 잘했어요, 백점!
남진행자 : (조금 떨떠름) 김형, 너무 인순씨한테 빠진 거 아뇨.
피디 : 잘하잖아요.. 어머니 피를 물려받아 그런가... 아주 잘하는데요? 안그래요?
남진행자 : (피식) 담주에 봅시다. (어깨 두드려주는) 잘해봅시다.
인순 :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 안녕히 가세요!!
S#56. 방송국 로비 (밤)
안에서 나오는 상우. 로비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휴대폰을 꺼낸다. 박인순 번호를 찾는다. 잠시 망설인다.
그때 녹화 마친 분위기로 눈 앞을 우르르 지나가는 방청객들.
사람들에 떠밀려 한쪽으로 비켜나는 상우. 다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왠지 낯이 익은 어떤 여자가 눈 앞을 휙 지나간다.
화려한 화장을 하고, 원색의 의상을 입고, 화장품 가방을 든 코디와, 로드 매니저 희주에 둘러싸여 지나가는 그녀.
유심히 다시 보는 상우. 인순이다!! 딴사람이 아닐까 싶게 분위기가 달라져 보인다.
급히 다가가는 상우. 마침내 인순도 상우를 봤다.
인순 : 어, 상우야,
상우 : (짐짓 뜨악한 표정 되며) ... 또 방송 출연이냐.
인순 : (쑥스러운 듯) 어어...
상우 :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인순 : 안되겠는데... 내가 좀 바뻐.
상우 : 뭐가 바뻐, 맨날.
인순 : 다음 스케쥴이 있어.
상우 : (피식 웃고) 스케쥴은 무슨...
저만치 앞서 가서 시계 보며 기다리고 있는 희주. 인순씨! 부른다.
인순 : 가봐야 되겠다.
상우 : 누군데?
인순 : 매니저.
상우 : 매니저? (기막혀 보다가 걱정 어린 한숨)
인순 : 담에 보자, 상우야.
상우 : (붙잡고) 인순아... 내가 그렇게 충고를...
다가오는 여자 방청객 한 사람. 수첩과 펜을 내민다.
방청객 : 언니, 오늘 진행 너무 잘하셨어요.
상우 : (멈칫) 진행?
인순 : 고마워요... 성함이...
싸인 해주는 인순. 벌쭘하게 바라보는 상우.
상우 : 먼...진행두 하냐, 너?
인순 : 어어, 뭐, 자그마한 프로그램, 진행을 하나 맡았어. (으쓱 웃고)
야...내가 있지... 엠씨...! 이쪽이... 내 적성인 거 같아. 참 재밌드라고!!
아참, 니네 보도국에서두 연락이 왔대. 무슨 초대석인가? 게스트루 나와 달라 그랬다는데...
내가 그건 거절했어. 시간이 안 나서.
상우 : (어이없는)
인순 : 또 보자!
급히 가버리는 인순. 어이없어 바라보는 상우.
S#57. 방송국 근처 대로변 (밤)
눈이 내리고 있다. 한쪽에 인순의 소속사 차량이 서 있다.
다가오는 희주와 인순.
차량 앞에 꽃다발 들고 몰려 서 있는 남녀 20여 명. 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적절히 섞여있다.
꽃다발을 안겨주는 여성팬1.
여성팬1 : 첫 진행 잘하셨어요? 축하드려요,
인순 : (당황)
희주 : 팬클럽에서들 오셨어요. 저희한테 연락이 왔길래... 일정을 알려드렸죠.
여성팬1 : 싸인 좀 해주세요!
몰려드는 팬들에 당황하는 인순.
저만치 쫓아오던 상우. 멈칫 당황하며 바라본다.
희주 : 잠시만요, 한 분 한 분 해드릴께요.
다가오는 상우. 멍하니 바라본다.
상우 : (다가오며) 인순아,
싸인 해주느라 정신 없는 인순.
눈치 보다 다가오는 여중생1.
여중생 : 인순이 언니랑 아는 분이세요?
상우 : 예? 어, 어 그런데...
여중생 : 와, 너무 좋으시겠다. 저기요... 저희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디카를 내미는 여중생. 얼떨떨 받아드는 상우.
인순 곁으로 가더니 낼름 팔짱을 끼는 여중생. 포즈를 취한다.
할 수 없이 사진을 찍어주는 상우.
카메라 받아들고 인사하는 여중생.
다시 인순에게 다가가는 상우. 순간, 몰려드는 팬클럽 회원들에 밀쳐지고 만다.
인순을 이끌고 차에 태우는 희주.
희주 : 죄송해요, 오늘은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인순 : (차에서 손 흔들어준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기막혀 바라보는 상우.
사람들과 인사하는 인순. 차문이 닫힌다.
삼삼오오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 망연자실 서 있는 상우.
S#58. 방송국 근처 거리 (밤)
터덜터덜 걸어오는 상우. 문득 시선에 뭔가가 들어온다.
어두운 밤길. 건너편 빌딩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옥외 티브이. 공익 광고가 흐르고 있다.
잔잔한 캐럴이 흐르는 가운데, 빨간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종을 흔드는 그녀. 인순이다!!
화면 가득 채워지는 그녀의 얼굴.
멍하니 올려다보는 상우.
S#59. 감방 안 (회상/밤)
어두운 감방 안. 창 밖엔 눈발이 날리고 있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인순. 멀리서 들려오는 은은한 캐럴송.
인순 : (N) 감옥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돌이키고 싶지도 않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 엿이나 먹으라지!
특별식도 나오고, 위문 공연도 오고, 종교 단체에서 열심히 회개 기도를 해주러 왔지만 나는 그게 정말 싫었어.
내가 죄인이라고 말하는 그 사람들이 너무 싫었어...
S#60. 거리 (현재/밤)
차 안에 앉아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순.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 풍경. 선물 꾸러미를 들고 종종거리며 걸어가는 연인들. 직장인들. 가족들...
번화한 까페와 고급 상점의 간판들과 네온싸인. 나무마다 둘러쳐진 성탄 장식등의 불빛들.
인순 : (N) 나 이제 옛날은 깨끗이 잊을래. 지나간 인순이는, 없었던 걸로 할래. ...... 메리 크리스마스!!
S#61. 거리 (밤)
대형 티브이 아래 우두커니 서 있는 상우.
화면 속 인순 얼굴, 커다랗게 클로즈업 되어 잡힌다. 자막으로.
인순 : 연말 연시입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누세요, 여러분!!
환히 웃는 인순의 얼굴 위로 공익 광고 협의회 로고가 뜬다.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심란하게 바라보는 상우의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