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고향을 잊고 살았었나 보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고향을 잊고 살았다기 보다는 내가 살아왔던 어린 유년 시절의 추억을 잊고 살았었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어린시절 흙먼지 풀풀 날리던 신작로 길을 검정 고무신 손에 쥐고 뜀박질 하며 놀았던 친구들의 모습들이 아련하게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왜 일까.
25일 참으로 오랫만에 고향 고창(高敞)을 찾았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삶의 허리가 휘어버린 어머님이 살고 계시는 고향. 객지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생활의 굴레에 얽매여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사랑과 향수를 가을날 낙엽 색깔이 퇴색되어 가듯 그렇게 망각하며 살았다는 후회스러움이 물밀듯 밀려온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며 학교에 갈 채비를 하던 초등학교를 다니는 조카 녀석이 불쑥 말을 건넨다. 큰아빠! 오늘 학습발표 하는 날인데 우리 학교에 오실래요? 몇 해 전부터 시골에 내려와 살기 시작한 조카 녀석들이 바빠서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지 아빠를 대신해서 학교에 와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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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 초등학교 학습 발표회가 있던날 선생님과 전교생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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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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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 초등학교 전경(60년의 전통이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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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에 위치한 동호(冬湖) 초등학교를 내가 1978년도에 33회로 졸업했으니 28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모교였다. 관사 뒤편에서 학교일을 돌보시던 박 주사 아저씨의 그리운 모습은 이제는 찾아 볼 수는 없었지만 어릴 적 운동장에 우뚝 서서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던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와 이승복 동상, 이순신 장군 동상은 그렇게 한 자리에서 많은 세월 동안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채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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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초교 병설 유치원생들의 장구장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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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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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드림 속의 예술(난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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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 어릴 적 1200명의 학생들이 공부 했던 교정이 이제는 28명의 전교생과 6명의 선생님이 공부하는 작은 시골마을의 초등학교로 변해버린 동호 초등학교의 학습 발표회는 그렇게 시작 되었다. 시골의 바쁜 일손탓에 관객이라고 겨우 1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무대였지만 배움의 열의만큼은 열정적 이었다. 어릴 적 꼭두각시 무용을 하며 내가 장기자랑을 했던 것처럼 조카 녀석들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동안 배워왔던 실력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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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생이 함께한 호남우도 사물놀이(지도:신금우(77) 무형 문화재1호 호남 우도농악 이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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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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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과 나의 겨울이야기(3학년 김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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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발표에 열중인 학생들(수화:아빠와 크레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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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들의 객석관람(적은 인원 이었지만 열의는 후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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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키워주고 자부심을 북돋아 주는데 교육 목표를 두고 전교생이 함께 동참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다는 김철 교장 선생님의 말처럼 작은 무대였지만 오늘 자신들의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준 선생님들과 학생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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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초등학교 김철 교장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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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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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호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선생님과 귀염둥이 원생들(원생은 총 5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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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수 |
|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이제 한해를 조용히 마무리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그동안 꿈과 희망을 꿈꾸며 키워왔던 교정도 이제 겨울을 맞이하고 다시 새 봄을 맞이할 것이다. 새봄이 오면 더욱 더 활기차게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가는 모교로 남아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가슴속 벅찬 감정을 안고 교문을 나섰다. |
첫댓글 운동장이 진짜 그대롭니다그려 24~5년전 제가 저기서 축구하다 다리 다쳐서 앰불런스 탔던 그 곳 그 운동장입니다 반갑습니다 . 오순님 !
글쓴이 김학수님이 작년 가을 선운사 상사화 벙개때 참석한 회원같은데요^^& 오순님은 기억할까?? 순천에서 식당한다던........??
나의 모교 ~~ 오순님 ㄳ ^*^
"학생들의 잠재 능력을 키워주고 자부심을 북돋아 주는데 교육 목표를 두고 전교생이 함께 동참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다는 김철 교장 선생님의 말처럼 작은 무대였지만 오늘 자신들의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준 선생님들과 학생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글쓴이 김학수님이 작년 가을 선운사 상사화~~~~*^^*
아 그리운 모교여 운동장 구석에 퇴비장과 쓰레기장... 후문으로나가면 그 구멍가게들 그리도 커보이던 운장장에 이제는 아주 작아보이는 이유는...
정겨워요~
2층 쭈끄름 따던 난간이 보고픈데 ... 감사합니다. 鄕愁어린그곳이...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내 조카가 그때 동호국민학교 다녔고,조카 담임 선생님과 같이 1975년 해군 PCEC-55함에서 군복무를 함께했네요, 해군장교로,,
그리운 모교사진을 보니.........감회가...스크랩해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