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 / 조윤희(우석대 문예창작학·2)
다락방을 정리하다가 보았어
낡은 인켈 전축, 턴테이블은 사라지고
나무 밑동처럼 남는 자리
엄마가 혼자서 레코드판으로
켜켜이 나이테를 쌓아올리던 그 자리
그 많던 판들은 다 어디로 갔니
골목 끝으로 머리채를 붙잡고
언성을 높이던 엄마 목소리가 멀어지니까
갑자기 잡음 섞인 노래가 듣고 싶어
내가 몽땅 갖다 버렸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기억이 안 나
장롱 밑에 들어갔을지도 몰라
납작하게 엎드리면 보일 수도 있어
컴컴한 밑바닥 속으로 손을 뻗어
먼지 낀 레코드판 한 장 꺼내들었어
무뎌지면 안돼, 까다롭게 굴어야 해
콕 하고 찌르는 바늘이 날카로워야
그래야 음악에서 빗소리가 나지 않는다
이 판에서는 남편 없으면 무시당한데
평면이 된 지구가 턴테이블 위로 돌아가지
커다란 레코드판 위로 통근버스가
바늘이 되어 골목 곳곳을 찔러
사람들의 노래를 만들어 내지
그것 참,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 엄마가
뜻 모르고 흥얼거리던 샹송이 생각나
화장품 가방을 들고 훑었을
후미진 골목과 가방끈 맨 자리
푸르게 퍼진 멍 자국이 생각나
바늘처럼 뾰족하던 엄마는 찾아봐도
없어, 이제 내가 대신 바늘 할래
골목과 골목을 긁으며
뱅글뱅글 돌아볼래
첫댓글 바늘처럼 뾰족하던 엄마는 찾아봐도
없어, 이제 내가 대신 바늘 할래
골목과 골목을 긁으며
뱅글뱅글 돌아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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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네요. ^^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