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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테디 레인 : 쏟아 내리는 빗속에서
관람일시 : 2013년 12월 21일 15시
관람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좌석 : C구역 3열
케스팅 : 대니 이석준 / 조이 이명행
무대에 하나의 책상, 두 개의 의자, 두 명의 사람. 대니는 유쾌하지만 입이 거칠고, 조이는 조용하고 웃음이 잘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둘은 아주 어릴 때부터 친구였고, 자라서 어른이 된 지금은 파트너로써 만년 경찰 신세죠.
승진 시험은 번번이 미끄러지고, 아름다운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가장인 대니는 창녀들의 뒤를 봐주는 위험한 일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 독신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조이는 그런 대니의 행동을 눈감아 주기도 하고, 말리기도 하죠. 그러는 사이, 둘 사이의 균열은 아주 천천히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책임과 모든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대니와 차분하게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조이는 아주 달라지만, 아주 닮아있었죠.
대니는 창녀와 자고, 평소 훼방을 놓던 포주에게 기습 공격을 당하고, 어떤 낯선 이의 기습으로 거실 앞 유리가 와장창 깨지면서 가족들도 다치고, 두 살짜리 어린 자식은 심지어 뇌와 동맥을 크게 다쳐 하루하루 생사가 오락가락합니다. 급한 마음에 잘못 판단을 했다 자식을 더 큰 수렁에 빠트리고, 가족들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받고, 자신의 가족을 그리 만든 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사이, 대니의 그런 성격에 지쳐버린 대니의 아내는 조이와 사랑에 빠지고, 한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세상의 비난 속에 놓인 대니와 조이는 오랜시간 우정에 흔들리고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빌어먹을 비가 내리는 상황 속에서 반복되죠.
조이는 대니를 위해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겠다, 마음먹지만 대니의 아내의 따뜻함, 대니의 집이 가지고 있는 평화로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대니의 감염된 다리를 보며 어느새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 모든 것을 감당했던 대니는 이 빌어먹을 빗속에서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휘청거리고 흔들리다 자살을 선택합니다.
조이는 대니의 죽음 아래 대니를 위해 거짓말을 내뱉고, 대니의 아내와 자식을 지키며 새로 갈아끼워진 거실 유리를 통해 그들을 바라봅니다. 마치 그림과도 같은 풍경이죠.
그리고는 말합니다.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대사를 뱉어내는 조이의 그늘진 얼굴이 죽은 대니와 겹쳐지고 끝이 나죠.
연극 스테디 레인은 마치 데생과 같은 연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듯 보이지만, 현실과 가장 닮은 모습을 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마치 데생과 같은 연극.
무대 위에서 이야기 하는 건 대니와 조이지만, 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건 전체적인 인물의 관계성입니다.
창녀로써 험한 인생을 살아오고 한 아이의 어머니로써의 삶을 산 론다, 대니에게 악의를 가졌던 론다의 포주, 강아지를 갖고 싶어했던 포주의 어린 동생, 대니의 강압적인 성격에 지쳐가는 대니의 아내, 고압적인 아버지에게 눌려살던 대니의 아들, 그리고 대니와 조이.
그 둘이 가볍게 장난치듯 주고받는 말 속에는 그들의 숨겨있던 본심이 드러나기도 하고, 극에서 설명해주지 않던 관계성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말, 말, 말이 주가 되는 극이다보니 간혹 지루하기도 하고, 그래서 누가 범인이라는 거야!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배우님들의 믜친 연기를 보고 있다보면 또 어느샌가 무대에 몰입↗ 몰입↗ 몰입↗ 하게 되더라구요.
대사를 참 찰지게 뱉어주신 이석준님의 연기도 좋았지만, 저는 조용하게 몰아치는 연기를 보여주셨던 이명행님의 연기에 눈길이 갔습니다. 담담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다가 순식간에 불어 닥치는 태풍처럼 몰아치는 음성도 마음에 들었고, 고개 숙인 얼굴 아래 숨어있는 표정 연기도 너무 좋더라구요.
찾아보니 이명행 배우님은 호평 받았던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이하 히보)에도 나오셨고, 놓쳐 아쉬웠던 연극 내일 연극인데 어떡하지? 등 눈찜 작품들에 출연하셨더라구요. 히보의 경우 올해 연강홀에서 재연된다고 하던데 또 나오실지 라인업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스테디 레인 요제 첫공이던데,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조이로 뵙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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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극 끝나고 로비에서 키 크고 모니터 속에서 많이 봤던 남자가 쑥 서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봤는데, 봤는데 하고 힐끔 힐끔 바라봤다 그 남자분의 일행분이 레드는 언제 보러갈거냐? 는 식의 이야기를 하셔서 순간 아! 이재균 배우님! ㅋㅋㅋㅋㅋ
(한 달 전 막 내려간 뮤지컬 번점에서 재균 배우님이랑 호흡을 맞췄던 강필석 배우님이 연극 레드 출연 예정이시라서 ㅋㅋㅋㅋ 이런 연뮤덕가트니라곸ㅋㅋㅋㅋ 나.)
무대에선 사실 크다 생각을 못했는데 이르케 관객 이재균님을 보니 되게 크시더라고요. 우월한 기럭지란 TAT 우월한 머리크기란 TAT 그름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재균 배우님 따라 시선이동(...) 했다가 재빨리 현실롴ㅋㅋㅋ (돌아갔다 계단 두 칸씩 올라가시는 배우님 뒷모습을 또 애잔하늬....아.....나 왜 재균빈 놓쳤지 ㅠㅠㅠ 앜 보니를 한 번 버렸어야했는데.)
암튼 관객 이재균님을 보니 어서 빨리 차기작으로 배우 이재균님도 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재균리차가 꽤 제 스타일이라. 연말에 쓸 또 하시게 되믄 성장한 모습도 보고프고, 연초에 연극 뮤지컬 라인업 많던데 좋은 공연으로 뵙고 싶기도 하고. 올해도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 나오시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둑흔둑흔.
출저 : 글쓴이 블로그 달이 비치는 다락방 (http://blog.naver.com/stella5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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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알리미 이벤트로 본 게 아늬여도 올려도 괜찮을까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본 연극이라.
다른 분들도 시간 나면 보러 오시면 좋을 것 같아 총총 후기 남깁니다 TAT
진짜 조이역의 이명행배우님은 사랑이죠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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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극세사후기 잘봤어요 ^^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진짜 극세사후기네요
제가연극을본기분?ㅋ
잘봤으요
감사합니다 :-) 실제로 보면 더 즐겁고 재밌어용
시간나면 보러가세요 ('A')b
사진이 안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