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이야기] 우리 문화재 되찾기
글 : 제이풍수사
글 게시일 : 2023. 9. 20.
조상의 숨결과 예술 혼을 간직한 문화재는 반 만년의 도도한 역사 위에 이 나라의 자랑이며 후손에게 물려줄 생명과도 같이 귀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제국열강과 일제의 침략이 극에 달했던 가파른 근현대사를 통과해오면서 ’민족의 영광‘이라 불리는 수많은 문화재가 침략자의 손에 도굴되거나 약탈되어 현해탄을 건너 이 땅을 떠났다.
현재 해외로 불법반출된 우리 문화재는 6만4천여 점이라고 ‘95년 9월에 정부가 발표했다. 모두가 대단한 감식안으로 엄선된 것들로 문화사적 가치로 보나 골동적 가치로 보나 일급에 속하는 명품들뿐이다. 일본에 3만 점, 미국에 6천 점, 영국에 7천 점, 독일에 4천점, 소련에 2천 점등등. 소재가 파악된 것만 이 정도이니, 절이나 개인 그리고 기업에 비장되어 전해지는 것까지 합치면 2십~3십만 점은 족히 넘을 것이라 한다. 그 중에서 세 건만 반출 경위가 밝혀지고 나머지는 모두 경위를 알 수 없는 불법유출품이라 하니 실로 민족의 영혼이 송두리 채 빠져나간 셈이다.
직지심경요절의 ‘下券’ 표지/ 이 책의 ‘上卷’ 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청주시는 범국민적으로 직지심경 상권 찾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관리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요절(直指心經要節)』을 비롯하여 강화도 외규장각에 보관되었던 다수의 고문서들이 병인양요를 통해 약탈되어 보관 중이고, 영국 대영박물관에는 귀한 진사안료가 내외면을 화려하게 당초문으로 베풀어진 청자진사채당초문완(靑磁辰砂彩唐草文盌)이,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는 꽃술과 붉은 색은 거북의 등껍질로 꽃잎은 전복 껍질로 호화찬란하게 수놓아진 합(盒)이 ’대고려국보전‘을 통해 선보여 고려 문화의 위대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청자진사채당초문완(靑磁辰砂彩唐草文盌)/ 고려, 고 5.8cm, 대영박물관 소장. 귀한 진사안료가 내외면을 화려하게 당초문으로 베풀어진 국보급 문화재이다.
유네스코협약에는 ‘인류문화유산은 원래 소유국에 반환돼야 한다.’라고 정신이 명기되어 있다. 하지만 독일․영국․프랑스․일본등은 이 기구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가입하여 협약정신을 지킨다면 그들 나라의 국립박물관은 텅텅 비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이국 땅에 유배되어 하루라도 빨리 고국으로 되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는 문화재가 부지기수다. 문화재는 곧 국토이다. 한 점의 문화재가 해외로 빼돌려지면 그 가치에 해당하는 우리 국토를 잃는 것이고, 한 점을 되찾아 오면 그 가치에 해당하는 국토를 되찾는 일이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세태에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해야한다는 주장이 일변 국수주의나 배타적 민족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민족문화재에 대해 더 깊은 애정을 쏟아야한다. 왜냐하면 그 한점 한점에는 이 땅에 살았던 선조들의 예술 혼과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법도 현명해야 한다. 외국 경매장에서 한국 사람끼리 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사리사욕만 채운다면, 이는 결국 약탈자의 배만 불리고 국제시장에서 우리 고미술품의 가격만 올려 귀한 외화가 쓸데없이 낭비되는 과오를 범하는 일이다.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부단히 반환을 요구하고 민간에서는 적당한 가격과 방법으로 ‘문화재되찾기운동’을 전개할 때에 비로소 한 점의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온 생애를 바친 선각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