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장 "춘향영정 결정 번복 불가" 입장에 국악인들 분통
국악인들 춘향영정 반대 기자회견 후 최시장 면담
기존입장 반복하며 자기주장만..."처녀는 쪽지면 안되나"
새 춘향영정에 대한 논란이 국악계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최경식 남원시장이 국악인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도 기존의 주장만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확산될 우려를 낳고 있다.
판소리 춘향가 인간문화재를 비롯한 국내 유명 국악인들과 전·현직 대학교수 등 40여명은 지난 1일 새 춘향영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부 인사들이 최 시장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최 시장은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늘어놓을 뿐 상대측의 얘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악인들에 따르면 면담 당일 최 시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큰 목소리로 혼자 대화를 주도해 국악인들은 말을 꺼낼 수도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춘향영정과 관련해서는 “누가 (영정을) 그려도 반대편에서 문제를 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다시 그릴 수 없다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최 시장은 김현철 작가와 새 영정을 감싸는 데만 대화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최 시장은 김현철 작가가 남원지역 여학생 7명과 밥을 먹고 사진을 찍었다면서 이 얼굴을 참조해 영정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쪽진 머리와 관련해서도 작가가 18세기 가채 머리를 고증한 것이라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배석한 공무원들에게 “왜 처녀는 쪽을 지면 안되는 거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녀는 댕기머리를 하고 있다가 혼인과 동시에 머리를 올려 쪽을 찌는 과거 풍습을 전혀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한 최 시장은 “단체장으로서 한번 결정한 것을 번복할 수 없다”며 이미 봉안한 영정을 다시 제작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악인들은 이 자리에 배석했던 간부공무원들에 대해서도 실체를 확인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 시장이 배석한 기획실장, 문화예술과장, 소통실장 등에게 의견을 말해보라고 하니 이들은 공통적으로 “춘향은 실체가 없고 본 사람이 없으니 옛날 춘향만 맞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영혼없는 공무원’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펼친 최 시장은 바쁘다는 이유로 일어서 버렸고, 국악인들은 허탈감을 안고 돌아서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에 참석했던 송화자 명창은 “시장은 누가 영정을 그려도 문제 삼는 사람이 있을 거니까 다시 그릴 수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지만, 김은호 화백의 춘향영정은 친일논란으로 내려지기까지 70년 동안 걸려 있었어도 누구도 문제 삼은 사람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김현철 작가의 새 영정을 보고 나서는 차라리 김은호의 영정이 낫다면서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꼬집었다.
송 명창은 이어 “이팔청춘 16세 처녀 춘향이 쪽을 찐 모양을 그려놓고 18세기 가채머리를 복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8만 시민과 모든 국민들이 다 잘못된 영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도 단체장의 권한으로 절대 내리지 못한다니 시민이 뽑은 시장으로서 과연 할 수 있는 말인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국악인들은 “나이가 70~80이 되는 국악인들에게 나가라는 식의 문전박대 면담은 양반의 고장이자 예향의 고장인 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장 입장을 확인했으니 다음 행동에 대해서 숙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출처/전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