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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다도(茶道)라는 글일 읽을때 대부분 さどう(샤도우)라고 읽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ちゃどう(챠도우)라는 표현도 하지요. 님이 말하신 챠도우는 즉 다도를 뜻합니다. 전토운화에서 다도문화를 일컫는 거지요. 대부분의 사이트에서는 일본 차의 기원과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네요. 일본 다도문화의 모든 것을 좀 길지만 쉽게 설명된 글이 있어 올립니다. 읽는데 그리 불편함을 없을 겁니다. <차 마시는 데 들이는 온갖 정성, 일본의 '다도' 문화> 『샘이깊은물』 1999년 3월호 사람이 물을 마시는 것은 단순히 목마름을 달래려는 생리적인 욕구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사람이 즐기는 거개의 음식이 다 그렇듯이 물을 마시는 것도 단순히 목을 축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더욱 맛있는 음료를 추구하며 그것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을 만들어 내었던 것을, 어느 정도 수준의 문화를 꽃피운 모든 나라들의 습속에서 공통되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특히 일본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데 기울인 관심과 그로 해서 빚어진 문화적 격식들은 보는 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만큼 독특하다. 그네는 차를 마심에 있어서 단지 그 맛을 음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모여 차를 마시는 순서와 차를 접대하는 방식, 다도구의 제작 양식 들을 일정하게 정하고 각 단계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와 같이 다실을 꾸미고 다도구를 준비하여 차를 마시면서 다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전체 과정의 양식을 통틀어 '다도'라 한다. 우리 나라에도 차를 마시는 예법이 없지 않으며 중국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일본 사람들만큼 그것에 세세한 규칙을 정하고 집착하지는 않으니 다도라 하면 누구나 일본식의 문화를 떠올리게 된다. 일본의 다도는 크게 세 가지의 요소들로 이루어진다고 봐도 좋을 터이다. 다실과 다도구 들의 물질적인 요소, 차를 마시는 방법에 관한 행위적인 요소, 다도에 관련된 미의식과 종교성 들의 정신적인 요소가 그것이다. 곧 다도란 이런 요소들을 배워 익히며, 손님에게 접대하는 과정을 즐기는 일종의 유희 활동이자, 그런 가운데 세련된 의례로 전승된 전통 예능의 한 가지이며, 그것에 온 마음을 다 써서 몰입하다 보니 구도의 경지에까지 닿게 된 정신 활동인 것이다. **'다인'과 '다도' 차의 고전적인 본디 형태는 한국이나 중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를 약용으로도 마시고, 부처님에게 공양물로 올리기도 하며, 참선하는 스님들이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한 음료로 썼다는 점은 세 나라가 다 같았다. 일본의 차 문화도 본디는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에 유행했던 차 문화는 이미 나라 시대부터 일본에 전해졌던 바 있었다. 팔백십오년에 승려 에이추가 임금에게 차를 바쳤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당시 중국 문화를 동경하던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동안 차가 유행하기도 하였으나 곧 시들해져 버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십이 세기 가마쿠라 시대 초기에 승려 에이사이가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 가서 불교의 선종과 함께 중국의 차 문화를 들여오게 되었고 사찰을 중심으로 은근히 차를 즐기다가 이윽고 귀족들에게까지 퍼져 나가게 되었다. 십사 세기쯤의 귀족들은 자신의 호사로운 취향을 즐기는 방법 가운데 부수적인 하나로 차를 동원하였다. 중국에서 들여온 미술품이나 공예품 들을 자신의 서재에 장식하여 두고 손님을 불러 함께 감상하며 즐기는 것이 유행하였는데 이렇게 호화롭게 장식한 서재에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차도 마시고 소장품을 감상했던 것이니 그런 가운데 차는 자연스럽게 상류 계층은 물론 서민들의 생활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십오 세기 후반이 되면서 차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직업적인 '다인'이 등장하였고 차를 마시는 여러 가지 규칙과 법도를 정하고 이 법도에 따라 차를 즐기는 일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이를 '다도'라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즈음부터 세 나라의 차 문화는 각기 크게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직업적인 다인들은 차를 마시는 때와 장소, 그리고 차를 접대하는 절차와 차를 대접할 때의 마음가짐 들을 일일이 정하였고 이에 다도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였다. 뿐만 아니라 불교의 선종에서 따 온 참선의 정신과 의례 의식을 차를 마시는 정신 세계와 과정 의식에 응용하여, 정신 수양 수단으로서의 깊이를 갖추고자 했다. 요컨대 다도를 통해서 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선의 경지란 다도의 경지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상을 싹틔웠다. 곧 다도를 수련해서 얻은 경지와 참선을 통해서 얻은 경지는 같은 것이라는 '다선일미' 사상이 성립되었던 것이었다. 이에 따라 차를 마시는 데 엄격하고도 다양하며 세세한 격식과 절차가 확립되었고, 이를 뒷받침하는 미의식이 날로 세련되어 가면서 다도는 일본 전통 문화의 주요한 한 가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다회'를 여는 일곱 가지 경우 주인이 다실에 손님을 모셔서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을 '다회' 또는 '다사'라고 한다. 다도를 즐길 수 있는 다실, 곧 차를 마시는 방과 다도구들이 갖추어져 있고 좋은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언제라도 스승이나 제자 또는 벗을 초대하여 다회를 열었다. 다회는 여는 때와 목적 들에 따라서 일곱 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이를 '다사칠식'이라고 한다. 첫째, 가장 일반적인 것은 '낮 다회'로, 정오에 모여 간단하게 식사를 곁들여 차를 마신다. 둘째, 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밤 다회'는 주로 겨울 밤에 여는데 이때는 긴 겨울의 정취를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셋째, 아침에 여는 '아침 다회'는 주로 여름날 아침에만 열며, 이른 아침에 느끼는 청량감을 맛보기 위하여 다실에 여름 꽃으로 꽃꽂이 장식을 하여 두고 여름 아침의 분위기를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넷째, '새벽 다회'는 새벽 네시쯤부터 동이 트는 풍경을 보면서, 동이 트는 동안의 맑고 신선한 정취를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손님들과 시간을 미리 약속해 둔다. 다섯째, 다실에 신분이 높은 귀한 손님이 다녀간 바로 뒤에, 손님보다 격이 낮아서 함께 차를 마실 수 없었던 사람들이 그 귀한 손님의 체취를 느끼기 위하여 그 자리에서 차를 마시는 경우가 있다. 비록 함께 차를 마시지는 못했으나, 그 손님이 다녀간 바로 그 자리에 앉아서 그 손님이 쓰던 다도구로 차를 마시며 그이의 정취를 느껴 보기 위해서 여는 다회를 '자취 다회'라 한다. 귀한 손님의 자취를 음미하며 감상에 젖어 보는 데 의미가 있다. 여섯째, 미리 알리지 않고 불쑥 찾아 온 손님을 위하여 여는 다회를 '불시 다회'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일일이 절차를 갖추지 못하며 손님도 이를 탓하지 않는다. 격식이 이미 어그러졌으므로 파격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다회가 된다. 일곱째, 그 해에 새로 딴 찻잎을 차 단지에 넣어 봉해 두었다가 십일월에 손님을 모신 자리에서 개봉하고, 그 자리에서 찻잎을 작은 맷돌에 갈아 차를 대접하는 다회를 '개봉 다회'라 한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개봉하고 그 자리에서 차를 가는 일은 그 손님에게 소중한 것을 접대한다는 정성의 표시가 된다. 다회를 여는 양식은 이와 같은 일곱 가지가 기본이지만, 이 밖에도 특별히 손님을 한 분만 모시고 여는 '독객 다회', 손님이 식사를 하고 왔을 경우 다과만 내는 '식후 다회', 밤새 다실에 피워 두었던 숯불의 타다 남은 불꽃 모양을 감상하기 위하여 아침에 손님을 모시고 여는 '타다 남은 불꽃을 감상하는 다회' 들 해서 그때그때 적절한 목적에 따라서 다채로운 다회를 열 수 있다. **다회를 여는 순서 일본 사람들이 다도에서 쓰는 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찻잎을 잘게 썰어서 말린 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차를 '전차'라 하고, 찻잎을 곱게 갈아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시는 차를 '말차'라 한다. 말차도 가루를 많이 넣어 진하게 타면 농차라 하고, 엷게 타면 박차라고 한다. 그러면 다회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가를 이해하기 위하여 낮에 여는 '낮 다회'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먼저 다회를 주최하고자 하는 사람, 곧 다회의 주인은 손님들에게 초대 편지를 낸다. 다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답장을 받으면 다회를 열 준비를 한다. 다회가 열리는 날, 손님들은 약속한 시간에 다실 정원 입구의 대기실에 모인다. 여기서 손님들은 한 사람씩 '정객', '차객'. '삼객', '사객', '말객' 들 해서 역할을 나누어 맡는다. 그에 따라서 다실 안에서 앉는 자리와 차를 대접받는 순서가 정해진다. 손님들은 시간에 맞추어 바깥 정원의 굽은 길을 걸어 들어가서 정원 한쪽에 준비된 걸상에 앉아 기다린다. 주인이 맑은 물을 담은 통을 들고 나와 손씻는 물 그릇에 물을 채워 놓고 들어간다. 손님들은 일어나서 차례로 손을 씻는다. 손을 씻는 것은 속세의 먼지를 깨끗이 씻어서 몸도 마음도 깨끗하게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 다음으로 주인은 안쪽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눈다. 다회가 열리는 다실의 안쪽 정원은 나무를 심고, 길을 구부러지도록 만들어 그윽한 느낌이 들도록 꾸민 것이다. 다실은 소박한 느낌을 풍기도록 꾸미는데 보통 이엉으로 지붕을 만들고 벽에는 흙을 발라 자연을 닮은 모습이 되도록 한다. 주인은 안쪽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문으로 먼저 다실에 들어가서 손님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손님들은 '니지리구치'라는 작은 문을 통해 몸을 움츠리고 고개를 낮추어 기어 들어가듯이 다실로 들어간다. 이 문은 일본 다도의 독특한 양식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니지리구치는 몸을 구부려야 들어갈 수 있도록 작게 만드는데 그 크기는 가로 육십 센티미터 세로 육십 센티미터 정도이다. 문을 이렇게 작게 만드는 데는 까닭이 있다. 다실에 들어가면 누구나가 다 속세 신분의 높고 낮음을 떠나 같은 자격으로 만나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문을 작게 만든 것이다. 다실에서는 빈부 귀천을 따지지 않으며 인간 본연의 겸손한 자세로 돌아가서, 모두가 평등한 관계에서 다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도를 그렇듯 작은 문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문을 이처럼 작게 만드는 까닭을 다르게 보는 이도 있다. 누구나 고개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문은 어머니의 자궁을 상징하고 있으니 이 공간 안에서는 모두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겸허한 마음으로 차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다. **먹고 쉬고 마시고 대화한다 다실 안으로 들어와 앉은 손님과 주인이 인사를 나눈 뒤, 손님들은 차례대로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 주인은 먼저 '이로리'라고 부르는 실내용 붙박이 화덕에 숯불을 피우고 손님들은 숯불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감상한다. 이때 주인은 향을 피워 정취를 돋운다. 이어서 준비해 두었던 '회석 요리'를 내어 손님들을 대접한다. 회석이란 본래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젊은 승려들이 긴긴 겨울밤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참을 수 없어서 돌을 따뜻하게 데워서 품 속에 넣어 허기를 잊으려 했다는 옛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회석 요리는 잘 차려 풍성한 잔치 요리와 달리, 잠시 시장기나 속여 둘 정도의 간단한 식사를 가리킨다. 그러니 흔히 밥 한 주먹, 반찬 한두 가지, 국 한 그릇으로 차린 조촐한 상차림이 회석 요리의 대표되는 것이다. 회석 요리를 먹을 때는 술을 곁들이게 되는데, 술은 취기가 오르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마신다. 회석 요리를 다 먹은 뒤에 주인은 다과를 낸다. 손님들은 다과를 다 먹은 뒤에 일단 정원으로 나간다. 중간 휴식을 위한 것이다. 손님들이 나가서 쉬는 사이에 주인은 다실에 걸어 두었던 족자를 떼어 내고 그 자리에 꽃을 장식하고 차를 준비한다. 준비가 끝나면 걸어 두었던 징을 쳐서 손님들에게 들어올 시간이 되었음을 알린다. 손님들은 다시 손을 씻고 차례대로 다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주인은 먼저 맛이 진한 농차를 낸다. 이로리에 새로 숯을 얹어 불길을 다시 돋우고 다과를 낸 뒤, 이번에는 맛이 엷은 박차를 낸다. 그 동안에 손님과 주인은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누고, 시도 짓고 다회의 감상도 이야기하며 즐긴다. 손님은 다실의 꾸밈새나 다도구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다도구의 아름다움이나 다실의 그윽한 분위기 또는 장식한 꽃꽂이나 족자의 격조들을 칭찬하여 주인에게 답례한다. **세속적인 잡담은 금한다 보통 다회를 한 차례 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네 시간 안으로 하며 그보다 길어지지 않도록 한다. 손님의 수는 다섯 명을 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한다. 다섯 명이 넘게 되면 이야깃거리가 분산되거나 손님들이 편을 갈라 이야기를 나누게 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회에서 무엇을 이야깃거리로 삼는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다도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불리는 다케노 조오가 말하기를 "다실에 들어오면 세속적인 잡담은 금한다"고 했다. 다실에서는 돈에 관한 이야기, 남녀 관계 이야기, 정치에 관한 이야기들은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이 세 가지를 빼고 나면 할 이야기가 무엇이 있겠는가마는, 예술에 관한 이야기나 차에 대한 이야기를 이상적인 이야깃거리로 삼았으니 다실을 통해서 풍류를 즐겨야 한다고 했다. 다실에는 반드시 족자를 걸거나 꽃꽂이 장식을 해 둔다. 다실은 차를 마시는 공간이자 예술 감상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도회지 한가운데 있는 다실의 경우, 다실을 나서면 곧 번잡한 도회지 한가운데라고 해도, 다실 안에서는 깊은 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곧 다실의 공간은 '저자 거리 가운데에 있는 산속 집' 같은 분위기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실은 일상 생활과 예술 세계를 연결 짓는 완충 지대 구실을 한다. 다실에 들어감으로써 번잡한 일상 생활로부터 벗어나서, 정신적으로 해방된 예술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센노 리큐는 십육 세기 무렵 여러 가지 형태로 전해지던 차 마시는 풍습을 다듬고 체계화해서 다도의 경지를 개척한 사람으로 '다성'이라고 일컬어진다. 그이는 다실을 만드는 법, 다도구를 만드는 법, 다도구를 배치하는 법, 차를 대접하는 법 들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를 <남방록>이라는 책으로 남겼다. 그 책의 들머리에 실려 있는 한 일화에는 다도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미의식이 잘 나타나 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센노 리큐의 제자가 스승에게, 다회를 열 때 주의해야 할 점과 스승이 여는 다회의 비결을 물었다. 센노 리큐는 제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다회를 여는 데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없다. 그저 차를 마시는 자리는 여름에는 서늘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야 좋다. 숯불의 세기는 물이 끓을 정도면 좋고, 찻물은 마시기 좋을 정도로 따뜻하면 좋다." 무언가 충격적인 말씀을 기대했던 제자는 너무나도 평범한 대답에 성이 안 차서 볼멘소리를 했다. "그 정도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입니다." 이에 스승은 다시 말했다. "네 말이 옳다. 그러나 그런 다회를 진행하기는 정말로 어려운 일이야. 자네가 내게 그런 자리를 마련해 주게. 나야말로 진정 그런 다회에 참석해 보고 싶네." 좋은 다회란 지극히 자연스럽게 소박한 공간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차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도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누구나 다 아는 평범한 일 같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실에서는 찻물을 끓이기 위해 불을 피우는데, 계절에 따라 붙박이식 화덕과 이동식 풍로를 구별하여 쓴다. 화덕은 찻물을 끓일 뿐 아니라 난방의 구실을 겸하기 때문에 겨울 동안에만 쓰고, 풍로는 화덕과는 달리 가마솥에만 열을 집중시킬 수 있어서 방안 전체의 온도를 높이지는 않기 때문에 여름에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찻잔이나 꽃꽂이나 벽에 거는 족자를 선택할 때도 계절에 맞추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연장되어 조화를 이루는 곳에 다도의 이상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일본 다도의 기본 규율인 '사규'의 밑바탕이 되는 귀중한 정신이기도 하다. **기본이 되는 네 가지 규율 사규란 네 가지의 규율, 곧 지켜야 할 네 가지의 기본 규율을 말한다. 불교의 선종에서는 승려들의 생활 양식이 '화', '경', '청', '적'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센노 리큐는 바람직한 다실의 분위기, 곧 다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도 이 네 가지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화'란 서로 사이 좋게 지내며, 나아가 불심에 의하여 서로가 하나로 잘 어우러지는 상태를 말한다. 다실에 모인 주인과 손님이 각기 개성을 발휘하는 독립, 독보적인 존재이면서도, 모두 함께 부처의 성정으로 돌아감으로써 서로 하나가 되는 상태가 바로 화이다. 곧 각자가 저마다 개성을 지닌 사람임과 동시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불심을 지니고 있음으로써 하나가 되는 상태의 정신을 말한다. '경'이란 종이 주인을 섬기듯이 일방적으로 윗사람을 섬기라는 말이 아니다. 주인이나 손님 모두가 존엄한 인격체임을 서로 인정할 때 저절로 우러나오는 상호 존중의 마음가짐을 말한다. 늘 서로 합장하는 자세로 서로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다도에 임하라는 것이다. '청'은 감각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깨끗한 상태로 임하라는 것을 말한다. 늘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욕심을 떨쳐 버림으로써 참된 자유로움을 얻어, 청정 무구한 가운데서 살아갈 수 있는 경지를 말한다. 이 청은 정신 세계의 청정을 말할 뿐만 아니라 다실과 다도구를 청결하게 다루는 일과도 통하는 정신이다. '적'은 조용한 상태, 곧 다실에서는 정적을 유지하라는 뜻이지만, 다도에서는 공간적인 정적을 뛰어넘어 주위 환경에 동요되지 않는 정신적 정적 상태의 심경을 말한다. 이는 나아가, 불교적인 의미의 '원적', 곧 '열반' 또는 '대조화'의 경지와도 통한다. 이와 같은 다도의 사규, 곧 '화', '경', '청', '적'은 주인과 손님이 다실에 모여 진행하는 다회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이상적인 경지이다. 다도는 다실과 다도구라는 예술품으로서의 물질 세계와 더불어 구도의 잣대라 할 '화', '경', '청', '적'이라는 정신 세계를 지닌다. 이 두 가지의 세계가 많은 일본 사람들을 다도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의 근원이다. 글쓴이 소개 박 전열 / 중앙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쓰쿠바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중앙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이고, 한국방송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일본 국립 민족학 박물관 객원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 <일본 문화와 예술>, <일본 전통 문화론> 들이 있다. |
내용출처 : http://user.chol.com/%7Epunsoo29/jaro/jabji/spring/world_culture/199903.htm |
첫댓글 연수님 말차 마음으로 머금고 갑니다 설명이 훌륭 하십니다 ...(정식으로 배워도 별것 없습니다)....
윗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또한 링크시킨 곳이 정말 흥미있는 곳이더군요. 그 사이트 내용에 굳이 보태자면 농차는 대략 95도, 박차는 80도 정도.. 또한 말차는 미리 걸러놓아야 하는 것(제다법이 발전하긴 했지만)이, 차그릇을 한번 물로 닦아주는 것이 정전기 방지를 위해 좋습니다. 百人百通의 말차이니, 뜻대로 하소서.
가루차 한잔 마시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