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회사의 주가를 놓고 그 회사의 흥망성쇠를 논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주가라는 것이 오르다가도 내리고 급락하다가도 급등하는 것이어서 섣불리 앞날을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일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대장주중의 대장주라는 삼성전자 주가에 국한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즘 삼성전자의 주가를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지난 2일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5만원대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6만1천3백원에 마감됐지만 말입니다. 한때 13만원대를 전망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삼성전자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1년 7개월만에 5만원대로 떨어졌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2024년 9월달에 반도체 수출이 13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에 이스라엘이 보복을 예고하자 뉴욕증시가 하락하면서 이른바 수출효과를 상쇄시켜버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국면인 것은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는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가 하락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뭔가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삼성전자 전반에 흐르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 사장의 언급에서도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읽혀집니다. 삼성전자 사장은 절박함을 가지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면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도출됐고 이제는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장입장에서 더 열심히 하자는 일상적인 말이 아닌 위기감에 대한 강한 각오의 의미가 읽혀집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인 SK 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에도 글로벌 1위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가 평택 공장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안의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부진한 파운드리 수주 실적과 계속된 적자에 가동률을 조절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평택 공장 주변의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게 뒤숭숭한 모습이 목격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또한 이달 24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포럼이 그동안의 부진과 우려를 딛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결국 온라인으로 대폭 축소된 것에서도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을 어느정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이달 중순에 사업별 3분기 실적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부 즉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 증권에서는 3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가 올 연말까지 해외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대 30% 인력 감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식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비단 삼성전자뿐만이 아닙니다. 삼성과 SK,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비상경영이 한창입니다.특히 올해 연말까지 인사 시즌과 맞물려 고강도 인적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각 기업에서의 내부 긴장감은 더욱 높아만 갑니다. 수년간 인수합병을 거듭하면서 체격을 키운 SK그룹 일부 계열사에서 임원 등 인력감축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SK그룹 계열사는 219개에 이를 정도입니다. 회사측에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에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비주력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감지됩니다. LG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열사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계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희망퇴직 등을 수시로 받는 분위기입니다.
한국 경제를 리드하는 대기업들이 이러한데 다른 기업은 말 할 것도 없습니다. 대기업들의 분위기가 이런 정도이면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상황도 미뤄 짐작이 갑니다. 가계부채에 이어 기업부채도 어마어마하게 쌓여만 가는데 과연 타개책이 존재하긴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외의 대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닥아올 경제위기에 대비하면서 방향타를 제대로 잡은 기업들은 그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약하겠지만 안일하게 대처한 대기업들의 앞날은 매우 험난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미 소리높게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상황은 한국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위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로 여겨집니다.
2024년 10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