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기고 엄마가 자주 아프다 보니 당시 여섯 살이었던 딸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될까 싶어 집 가까운 동산으로 함께 다니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국립과학 수사연구소가 있던 신월7동은 부천과의 경계 부근에 동산 크기의 얕은 야산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사 나와 개봉역 인근 아파트에서 살던 어느 날, 퇴근했더니 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초등 5학년이었던 딸의 그날 숙제가 '불조심'에 대한 글짓기였는데...
책을 많이 읽어서 글도 곧잘 쓰던 딸아이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은 잘 썼는데, 제목을 주고 숙제로 쓰라는 글은 참 어려워했거든요.
별 도움을 줄 수 없는 아내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하고...
그래서 제가 힌트를 하나 주었지요.
"딸아~ 딸 어릴 때 우리가 같이 놀던 그 동산에 누군가 조심을 안 하고 불을 냈어. 숲은 다 타고... 안타깝겠지? 그런 내용으로 한 번 써보면 어떨까?"
딸의 얼굴이 밝아지며 수심이 걷혔습니다.
그리고 꼬물꼬물 글을 썼어요.
그 글이 '불조심' 글짓기 반 대표로 뽑히고, 학교 대표로 뽑히고, 마침내 구로소방서장 상을 탔지요.
우리 식구들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탄 상이라 가보처럼 여기는 글인데, 여러분들께 무료로 보여드릴까 합니다. ㅎㅎ
-- 어느 산골 이야기 --
** 초등학교 5학년 5반
김**
어느 깊은 산골 한 오두막집에 리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리현이네 집은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뒤에는 산이 있고, 나무도 많았습니다.
리현이네 가족은 엄마, 아빠 그리고 예쁜 강아지 밍밍이, 이렇게 모두 네 식구였습니다. 리현이의 부모님은 무척 좋은 분이셨고, 리현이를 무척 사랑하셨습니다. 리현이는 가난했지만 행복했습니다. 부모님은 깊은 산속에서 약초를 캐서 도시에 내다 파는 일을 하셨습니다.
리현이는 부모님이 일 하러 나가시면, 밍밍이를 데리고 산으로 갑니다. 산에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 이것은 곰 같으니까 곰바위, 저기는 다람쥐가 사니까 다람쥐나무야. 밍밍아, 저기는 무엇으로 이름을 붙일까?"
리현이와 밍밍이는, 산에 있는 모든 것들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별꽃, 구름나무, 바람꽃, 달바위, 엄마나무, 아빠바위 등 많은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아름다운 자연이 모두가 다 친구가 된 기분입니다. 그러고 나서 리현이와 밍밍이는 색색가지 꽃들로 둘러싸인 옹달샘에 가봅니다. 그곳에서 세수도 하고, 그림 같은 하늘을 비추어 봅니다. 옹달샘 속에 비추어진 리현이와 밍밍이의 얼굴은 구름을 타고 둥둥 떠다니는 선녀의 얼굴입니다.
아름다운 산골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리현이와 밍밍이의 비밀동산이었습니다.
리현이와 밍밍이는 아름다운 비밀동산에서 잠이 들기도 하고, 들꽃 개나리꽃 뜯어서 소꿉놀이도 하고….
평화롭고 행복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산골에 낯선 아저씨들의 모습이 여러 명 눈에 띄었습니다. 신기하게 여긴 리현이와 밍밍이는 아저씨들의 뒤를 쫓아다녔습니다. 아저씨들은 뭐라고 떠들면서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아저씨들은 계속 산에 있었지요. 아저씨들은 등불을 켜고,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술에 취한 한 아저씨가 담뱃불을 끄지 않은 채 휙- 던져버렸습니다. 그 담뱃불은 바람에 날려서 자꾸자꾸 날아다녔습니다. 그 불씨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많은 것들을 태우면서…. 별꽃도 태웠습니다. 엄마나무도 태웠습니다. 불은 점점 더 번져갔습니다. 불길은 리현이네 집 근처까지 갔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던 리현이와 밍밍이는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 아빠한테 빨리 알리고 싶었지만 너무 놀라고 당황하여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울면서 죽을힘을 다해 달려갔지만 문은 잠겨있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리현이와 밍밍이를 기다리시다 너무 피곤하셔서 깜빡 잠이 드셨나 봅니다.
리현이는 소리를 지르면서 창문을 쾅쾅! 두드렸습니다.
"어, 엄마!!! 아빠!!! 불이야!! 부울!!"
밍밍이도 목이 터져라 짖어댔습니다.
이상한 소리에 눈을 뜬 부모님이 리현이와 밍밍이, 그리고 불길을 발견하셨습니다. 부모님은 있는 힘을 다해서 리현이와 밍밍이를 끌어안고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넷은 무사히 산 아랫마을로 피했습니다. 소방차가 달려오고, 마을사람들도 몰려와서 열심히 불을 껐습니다.
불은 다음날 아침에야 꺼졌습니다. 불은 너무 많은 피해를 남겼습니다. 네 가족이 행복하게 살던 보금자리도 다 타버렸고, 옹달샘도 말랐습니다. 나무에 살던 다람쥐가족 마저 타 죽었습니다. 이제 별꽃, 구름나무, 엄마나무, 아빠바위…. 아름답고 행복했던 리현이와 밍밍이의 비밀동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산에서 불을 낸 그 나쁜 아저씨들은 경찰서에 잡혀갔습니다. 리현이네 가족은 떠났습니다. 멀리멀리 떠났습니다. 리현이는 떠나면서 다짐했습니다.
"내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이 행복했던 산골에 다시 돌아와야지. 다시 나무도 심고, 꽃도 가꾸어서, 아름답고 소중했던 우리의 비밀 동산을 되살려야지."
리현이와 밍밍이는 지금도 들꽃과 개나리꽃으로 소꿉놀이하는 행복한 꿈을 꿉니다. 리현이와 밍밍이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첫댓글 마음자리님 따님의 글 재주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음님의 자녀사랑도 정말 깊고 따뜻하네요ㅡ 앞으로 따님이 문필가가 되면 소질을 발휘할 것 같은데요, 박완서작가도 40대에 "나목"으로 등단했습니다. 마음님의 글솜씨가 따님에게 유전된 것 같습니다 ㅡ
글 읽기는 여전히 좋아하는데 쓰기는
오래 전에 흥미를 잃은 것 같습니다. ㅎ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학년 어린이의 글로써는 대단합니다.
구로구의 도시에 살았을 따님이,
아버지와 손잡고 작은 동산을 다녔던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 아버지의 역할은
대단한 것입니다.ㅎ
사실, 삶의 흔적이 많은 우리들의 나이에도
글을 쓰려면, 그 소재가 얼른 떠오르지 않지요.
역시나~ 父傳女傳 이었습니다.^^
따님의 글솜씨가 아버지를 닮았네요.
오늘이 딸의 생일이라
짐 상하차 기다리며 딸 추억을 더듬다가
저 글이 보여 올렸습니다.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읽어보고 놀랐었어요.
이야기 구성력도 좋고 전개에
결말까지 저보다 훨 낫더라구요.
지금은 회계사 준비하며
회계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ㅎ
기승전결이 완벽한 글솜씨
아빠 DNA를 똑 닮았어요.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했을까요.^^
써놓은 글 보고 저도 놀랐어요.
상 받을만 했다 싶고 자랑스러웠어요. ㅎ
5학년 따님의 글을 이렇게 저장하신 마음자리님.
그리고 일찍부터 글짓기에 소질이 있는 따님.
모두 훌륭합니다.
상 받은 적 없이 자란 아빠의 딸이
큰상을 받아왔으니 가보로 잘 보관해야지요. ㅎ
헐~ 마음님은 딸의 글솜씨를 많이 배우신 덕에 글을 잘 쓰시는군요..ㅎㅎㅎ
뭐라더라?
맞어, 자전부전..ㅋ
콕 잘 찝으셨습니다.
오늘 제가 드리고 싶었던 골자입니다. ㅎ
따님의 현재 정황이 ???
훌륭하게 성장했을꺼 같습니다 .
자기 삶에 만족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ㅎ
우와~~
아빠의 유전자를 이어 받았네요.
5학년의 글솜씨가 대단합니다.
구로소방서장 상이 자랑스러우셨겠습니다.
따님은 참 아름답게 자랐을 것
같습니다.
먀음자리님,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딸도 어리둥절해서 그 다음부턴
제 힌트도 안 받으려 하더군요. ㅎ
아이의 글 치고 객관적으로도 잘 쓴
글로 보였습니다. ㅎㅎ
박수를 칩니다.
완벽한 글을 잘 지었네요.
그 글을 지금까지 보관
하신 집안 가족도 대단합니다.
백번 축하드립니다.
당연히 보관해야지요.
상이 귀한 집안이라. ㅎㅎ
여기서 은근히 딸자랑을 쎄게 했어요.. 한국에 오시면 벌칙으로 밥 사셔야 되요..
아... 그런 풍습이 생겼다면서요. ㅎ
벌칙 아니라도 밥 대접을 해야지요. ㅎㅎ
글솜씨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천상 맘자리님 딸이네요 ㅎ
국민학교 5학년때 찢어진 옷. 이란
제목으로 글짓기 해서 선생님께 칭찬
받았던게 생각 납니다.
교탁보를 둘러쓰고 선생님 지시로 즉석에서
썼던..은근슬쩍 제자랑질이네요 ㅎ
분명 해솔정님께선 그러고도 남으셨을
겁니다. 믿습니다. ㅎ
구로소방서장이 아니라
서울시장.대통령상을 받아도 될 초등생글이네요.
역시 마음자리님 부녀
그 아버지에 그 딸이십니다 ~^^
늘평화님 반가워요.
어제 쉰 곳에 인터넷이 안 돼서 답글이
늦었어요.
건강은 좀 어떠신지요?
하시던 일을 줄이시고 여유시간을
늘리셨다는 최근 안부 글은 읽었습니다.
모쪼록 건강을 가장 앞에 두시고
삶의 여유를 즐기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딸은 요즘은 쓰는 것 보다 읽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ㅎ
특히 추리 소설에 푹 빠졌습니다.
아빠 , 큰 아버지 모두 글을 잘 쓰시니
분명 마음자리님의 따님도 글을 잘 쓰는
유전인자로 이렇게 훌륭한 글이
나왔을것입니다 .
아마 할머니의 정서적 감성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ㅎ
글을 잘 썼네요
저도 국민학교 시절 글 짓기로 상을 받았었는데
그 기분 이해합니다
엄청 우쭐해져요
글 쓰는 것도 유전이 되는가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딸은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을
힘들어해서 그후론 글짓기 경연에는
더이상 참여하지 않았어요. ㅎ
그래서 이젠 읽기를 더 좋아합니다.
심사가 공정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